역대급 경쟁률 내과···대규모 탈락·수도권 쏠림 ‘후폭풍’
서울아산병원 최대 9대 1 경쟁률 기록하며 인기몰이 속 일부 '우려감' 표출
2022.01.17 12:0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임수민 기자] 2022년도 레지던트 추가모집에서 별도 정원을 배정받은 내과가 전에 없는 ‘대흥행’에 성공했다.
 
대부분 수련기관이 정원을 채우며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인력 확보를 위해 추가모집을 단행한 4개 전문과목 중 가장 많은 수혜를 입어다.
 
실제 가장 관심이 집중된 ‘빅5 병원'은 지원자가 정원을 크게 웃돌았다. 서울아산병원은 1명 모집에 무려 9명이 원서를 접수하며 전공의 모집에서 보기 드문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번 내과의 호성적이 정작 의사인력이 필요한 취약지대 문제상황을 해결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빅5 내과 경쟁률 ‘4.72:1’…지방은 지원자 0명 속출
 
데일리메디가 조사한 81개 수련기관에서 내과는 총 110명 모집에 나서 137명의 지원자를 받았다. 전체 경쟁률은 1.24:1로 충원 자체에는 성공한 모습이다.
 
하지만 수련기관 별로 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수도권-비수도권 수련기관의 양극화 현상은 뚜렷했다.
 
빅5 병원의 평균 경쟁률은 4.72:1을 기록했다. 서울대병원(5.3:1), 가톨릭중앙의료원(1.3:1), 세브란스병원(3:1), 서울아산병원(9:1), 삼성서울병원(5:1) 등 5개 병원 모두 탈락 위험을 감수하면서 많은 지원자가 원서를 내밀었다.
 
수도권 주요 대학병원이나 평소 전공의들 사이에서 근무환경이 좋은 것으로 입소문이 났던 2차병원도 호성적을 거두었다.
 
강북삼성병원(3:1),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2:1), 분당서울대병원(2:1), 강남세브란스병원(2:1), 경희대병원(2:1), 이대목동병원(1.5:1), 중앙대병원(1.5:1) 고대의료원(1.3:1) 등은 주어진 인원보다 많은 지원자가 모였다.
 
반면 지방 소재 병원들은 여전히 구인난에 시달리는 모습이었다.
 
건양대병원과 영남대병원, 원광대병원, 광주보훈병원, 제주대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인천세종병원, 고신대복음병원, 순천향대천안병원, 단국대병원 모두 지원자가 없었다.
 
의료계에선 이같은 지원자 수도권 쏠림현상을 두고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가 나온다.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지방 소재 병원들은 충원을 하지 못하면서 정부가 당초 계획했던 인력 보강이 제대로 이뤄지진 못했단 것이다.
 
대한내과학회 임원은 “지난 전후기 모집에서도 지원자는 많았다”며 “문제는 지방병원이다. 지방에는 과장급 이상이 당직을 설만큼 인력이 부족한데 이들 병원에 대한 인력수급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곧 수련기관의 질적 상향 평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번 내과 추가모집에서 성패가 갈린 병원들을 살펴보면 전공의들의 평판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전체 평가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기록한 울산대병원은 지방 소재 병원이라는 단점에도 7명 정원을 모두 채우며 강세를 보였다.
 
병원계 한 관계자는 “빅5 지원현황을 보면 많은 예비 전공의들이 ‘반수’까지 감수했다. 전공의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러한 인력낭비가 과연 바람직한 현상일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당사자인 전공의들 또한 이번 내과 모집에서 특정 병원에 비정상적으로 지원자가 몰린 상황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장 여한솔 회장은 “왜 전공의들이 기피하는지, 왜 경쟁률이 떨어지는지 병원평가 등 여러 자료를 기반으로 고민해봐야 한다. 향후 빈인빅 부익부 현상은 자체 심화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청과‧산부인과’ 등 기피과 설상가상
 
이번 추가모집에서는 내과에 경쟁률이 집중되며 소아청소년과나 산부인과, 비뇨의학과 등 기존의 기피과들은 ‘간접피해’를 입었다는 시각도 있다.
 
저출산 가속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타격으로 악재가 겹쳐 지난 2022 전공의 전기모집에서 충원율이 24%에 그쳤던 소아청소년과는 혹시나 하는 기대를 걸고 추가모집에 참여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데일리메디가 집계한 81개 수련병원에 따르면 2022 전공의 추가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는 131명의 전공의를 모집하고 나섰지만 지원자는 단 7명에 불과했다. 충원율은 5.34%다.
 
이는 지난해 추가모집 당시 충원율 14%(72개 의료기관 기준)와 비교했을 때 큰 폭으로 하락한 수준으로, 단 한 명의 전공의에게라도 선택받은 병원은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전북대병원 세 곳뿐이었다.
 
유일하게 정원을 모두 확보한 병원은 3명 모집에 3명이 지원한 서울대병원뿐이었으며, 삼성서울병원은 3명 모집에 2명의 전공의가 원서를 접수해 아쉽게 미달됐다.
 
서울아산병원은 내과의 경우 1명 모집에 9명이 지원해 9:1의 높은 경쟁률을 자랑했지만, 소아청소년과는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11명 모집으로 이번 전공의 모집에서 가장 많은 정원을 모집한 가톨릭의료원과 세브란스병원(8명 모집) 역시 지원자는 전무했다.
 
빅5병원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지원자를 확보한 전북대병원은 4명 모집을 계획했으나 2명이 지원했다. 비록 충원에는 실패했지만 대부분의 수련병원 지원자가 0명인 것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이다.
 
그 외 수도권의 고대의료원, 순천향대서울병원, 경희대병원, 건국대병원, 한양대병원, 강남세브란스, 아주대병원, 길병원, 분당차병원, 이대목동병원, 인하대병원 등과 지방의 충북대병원, 원광대병원, 전남대병원, 영남대병원, 계명동산병원, 삼성창원병원 등은 지원자가 없었다.
 
수도권 수련병원 관계자는 “이번에는 추가인원이 배정되며 혹시나 기대했지만 결과는 씁쓸하다”며 “문의전화 역시 주로 내과와 관련된 것이었고 다른 과는 문의도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산부인과와 비뇨의학과 등 다른 기피과 사정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번 전공의 추가모집에서 산부인과에 지원한 전공의는 총 17명으로 충원율은 29.3%에 불과했다.
 
서울대병원은 1명 모집에 3명이 지원해 빅5병원 중 유일하게 지원자가 정원보다 많았으며, 서울아산병원은 2명 모집에 2명 지원으로 충원에 성공했다.
 
8명을 모집하고 나선 가톨릭중앙의료원과, 7명 정원을 배분한 세브란스병원은 각각 2명씩 지원자를 확보했으며 삼성서울병원은 산부인과 전공의를 모집하지 않았다.
 
대구가톨릭대, 아주대병원, 중앙대병원, 충남대병원은 정원과 지원자가 정확히 일치해 미달을 면했다. 길병원(0.5:1), 삼성창원병원(0.5:1), 강남세브란스(0.5:1) 등에 지원자가 있었다.
 
그 외 이대목동병원, 순천향대천안병원, 순천향대부천병원, 강동경희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인하대병원, 충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부산대병원, 건양대병원, 원광대병원 등을 지원자가 전무했다.
 
비인기과 기피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그 원인을 특정병원‧특정과 쏠림보다는 조금 더 근본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여한솔 대전협 회장은 "일부 병원으로 경쟁률이 몰려서라기 보다는 과의 문제로 봐야 한다”며 “전기 모집부터 지원률이 낮았는데 추가모집 역시 큰 변화가 있을리 만무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건복지부가 어떻게 보고 있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며 “기피과 탈피를 위해 전공의 니즈(Needs)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정연·임수민 기자 (mut@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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