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떠난 전공의…'사직 or 파업' 해석 크게 갈린다
임무영 변호사 "정부, 파업 매뉴얼로 사직 대응하다가 스텝 꼬여"
2024.03.15 06:25 댓글쓰기




이민 대한변호사협회 위원(왼쪽)과 임무영 변호사가 14일 국회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공의 사직서 투쟁에 대한 정부의 행정처분이 여러 법리적 측면에서 쟁점화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전공의들 사직을 그대로 '사직'으로 볼지, 아니면 '파업'으로 볼지에 따라 해석이 크게 갈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4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간담회 '의료대란 관련 법적쟁점,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주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임무영 임무영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김소윤 한국의료법학회 회장, 이민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위원(법무법인 헤아림 변호사)이 패널로 참석해 전공의 사직 당위성, 업무방해죄 적용 여부, 사직 효력 시점과 정부 업무개시명령 정당성 및 직권남용 여부 등에 대해 토론했다.


의료 완전히 중단할 의향 없는 '파업' vs 피교육자 지위 내려놓은 '사직'


패널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된 여러 법적 쟁점을 논의한 가운데, 전공의 사직에 대한 관점 차이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이민 위원은 "형식적으로만 따졌을 때 개인 사직으로 정당화할 수 있겠지만 사직서 제출을 통한 진료거부와 파업이 본질"이라며 "전공의들이 의료행위를 완전히 중단할 의향은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반면 임무영 변호사는 "사직과 파업을 명확히 하려면 이 문제가 해결된 뒤 사직서를 냈던 전공의들이 병원에 다시 돌아오는 지를 보면 안다"며 "그들 중 적어도 60%는 절대 다시 전공의 수련을 위해 돌아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파업이 아닌 개인적인 사유의 사직이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계약 해지 효력, 사직서 수리된 이후 vs 제출 즉시


이에 따라 사직서의 효력 발동 시점에 대한 관점도 달랐다.


파업 관점의 이민 위원은 "부득이한 사유와 개별 약정 등에 따라 효력이 즉시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원칙적으로는 사직서가 수리됐을 때 그 효력이 발생한다"며 "개별 소송에 들어가면 이를 반박하는 쪽(전공의)에서 증거를 통해 부득이한 사유임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임무영 변호사는 "민법 제661조에 고용기간의 약정이 있는 계약은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됐으며, 민법 제543조에 계약해지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한다고 돼 있다. 또 민법 111조1항에 따라 의사표시는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에 그 효력이 생긴다"며 "즉, 전공의가 사직서 제출이란 의사표시를 하면 사직 효력이 즉시 발동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지가 관건인데, 우리나라 법률은 계약종료 시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며 "주 120시간 근무했다는 것을 입증하거나, 교육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피교육자 지위를 유지하지 않겠다고 하면 부득이한 사유로 인정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업무개시명령, 필요성 공감 vs 직권남용


정부가 각 수련병원에 내린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에 대해 임무영 변호사는 "병원에서는 사직서 수리를 거부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정부의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은 직권남용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민 위원은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려면 그 행위가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危害)가 발생할 여지가 있는지, 필요한 지도와 명령 범위에 포함되는지 등을 봐야 하는데 이에 있어서 직권남용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반대 의견을 펼쳤다.



업무개시명령의 정당성 역시 파업과 사직의 관점에 따라 주장이 엇갈렸다.


임무영 변호사는 "업무개시명령도 전공의들이 특정 의료기관에 소속된 것을 전제로 하는데, 이미 사직한 전공의들에게 수련받던 기관으로 돌아가라고 명령한 것은 명백히 직업선택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민 위원은 "이번 파업은 무고한 제3자인 환자의 건강과 생명의 희생이 야기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파업과 차이가 있다"며 "국민의 시각에서는 업무개시명령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에 임무영 변호사는 "의사 자격이 있다고 누구나 업무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소속이 있어야 한다. 현재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내서 아무 소속이 없는 상태기 때문에 이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없다"고 재반박했다. 

 

이어 "의대 교수들에 대한 진료유지명령도 이미 소속된 의사들한테는 유효하나, 교수가 병원을 관두겠다고 하면 효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파업-사직, 관점 차이로 사태 악화 


더불어 임무영 변호사는 지금처럼 사태가 심각해진 데에는 "정부가 섣불리 사직을 파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임무영 변호사는 "사직에 대해서는 사직에 의한 법률적 대응을 해야 했는데, 기존 의사들이 진료거부했던 때의 매뉴얼을 이번에도 적용하면서 스텝이 꼬였다. 그 결과 이제는 복지부가 발을 뺄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양측 모두 전공의들이 면허정지 또는 면허취소 처분을 받을 가능성은 높게 봤다.


임무영 변호사는 "전공의 면허정지 및 취소는 복지부에 전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서도 "각 처분에 대해 개별 전공의들이 집행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소송을 통해서 처분을 없앨지, 아니면 그대로 둘지는 전공의들 개개인이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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