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이 무효한 ‘저출산·고령화’ 文정부 대책은
2020년 첫 인구 데드크로스 발생, '내년 코로나19 반영되면 0.6명대 우려'
2021.04.07 12:3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기획 2] 백약이 무효하다. 저출산·고령화를 막기 위해 역대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지만, 지난해 여성 1명이 가임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합계출산율)는 ‘0.84명’까지 떨어졌다. 

출산율 하락으로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은 이른바 ‘데드크로스’가 처음으로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 속도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3월 3일 지난 1970년~2018년 OECD 통계를 분석한 ‘저출산·고령화 추세 국제비교와 정책시사점’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970년 4.53명에서 2018년 0.98명으로 연평균 3.1%씩 감소했는데, 이는 OECD 회원국 중 저출산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이다. 이와 반대로 같은 기간 국내 고령화비율 연평균 증가율은 3.3%로 OECD에서 가장 높았다.

코로나19가 출산율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암울한 이야기도 나온다. 서형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0.84명에는 코로나19 영향이 반영돼 있지 않다”며 “올해 그리고 내년에 반영될 것이며 0.6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이 임신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제한했는데, 임신 당사자에는 ‘임신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고령인구 비중 7% 이상)로 진입한 이후 18년 만인 2018년 고령사회(고령인구 비중 14% 이상)가 됐다. OECD는 이런 추세라면 우리나라가 오는 2026년 초고령사회(고령인구 비중 20% 이상) 진입이 유력하다고 예상했다.

적게 태어나고, 빨리 늙는 대한민국이 가시화 되고 있는 중이다.

196조 규모 지원 계획 발표…분만취약지 지원 강화

정부도 손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해 15일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을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저출산 대책의 핵심은 ‘영아수당’ ‘육아휴직’에 방점이 찍혔다.
 
영아수당은 2022년부터 0~1세 영아에게도 월 3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늘려 2025년에는 월 5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육아휴직은 2022년부터 부모가 모두 3개월씩 육아휴직을 쓸 경우 월 300만원까지 급여를 지급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외에 태아와 산모의 건강관리를 위한 건강보험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을 2022년부터 6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대폭 인상하고, 기저귀나 분유 등 아동 출생과 육아로 추가되는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출산 시 일시금 200만원도 2022년부터 신규로 지급하기로 했다.

육아휴직을 쓰는 부모의 소득 감소를 완화하기 위해 4개월 이후 급여를 통상임금의 80%, 최대 월 150만원으로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분만취약지에 대한 지원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5일 분만취약지 순회진료 및 분만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의료취약지 지원사업 공모에 나섰다. 

먼저 ‘순회진료 산부인과 설치’는 분만취약지 인근 도시에 배후 거점 산부인과를 지정·운영하는 사업이다. 안정적인 분만 환경 및 인프라를 구축, 취약지역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증진 도모가 목표다.

선정되면 1차 년도에 개소당 시설·장비비 1억원 및 6개원 운영비 1억원이 지원된다. 2차년도 이후에는 국비 50%, 지방비 50% 보조로 개소당 운영비 2억원이 투입된다.

‘의료 및 분만취약지 지원’은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에 대해 분만산부인과가 설치·운영이 될 수 있도록 시설·장비비 등을 지원토록 하는 사업이다. 

올해 설치·운영 지원은 5개 시·군이다. 앞선 외래 및 순회 선정지역의 분만산부인과 전환 또는 분만취약지 신규분만 산부인과가 대상이다.

각 시·도는 해당 시·군 내 의료기관(병·의원), 보건의료원 중 1개소를 사업수행기관으로 선정해 시·군의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지역거점공공병원, 병원급 이상이 우선 선정된다.

1차 년도에는 개소당 시설·장비비 10억원 및 6개월분 운영비 2억5000만원을 지원한다. 사업유형을 분만산부인과로 전환할 경우 앞서 지원받은 시설·장비비를 감안해 조정된다. 2차년도 이후에는 개소당 운영비 5억원이 지원된다. 예산은 국비 50%, 지방비 50%로 부담하게 된다.

이 외에 복지부는 의료취약 지역에 소아·청소년과가 설치·운영될 수 있도록 시설·장비비, 운영비 등을 지원하는 사업도 병행한다. 올해는 1개 시·군을 선정한다.

올해 소아·청소년과 의료취약지 22개 시·군이 대상으로 해당 지역 내 지자체 또는 공공부문에서 설치, 운영하거나 비영리법인에 의해 설치된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지원할 수 있다. 

1차 년도에 개소당 시설·장비비 1억9200만원, 6개월 운영비 1억2500만원을, 2차 년도 이후부터는 개소당 운영비 2억5000만원을 지원한다.

국회 차원의 노력도 있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1월 31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소득·연령 등 어떤 조건도 없이 난임치료를 위한 시술비 전부를 지원토록 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시술비 지원 대상으로 기준중위소득 180% 이하이거나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 횟수·나이 등에 따라 차이를 둔다.
 
만성질환관리제도·치매안심병동 등 의료기관 지원

의료기관 지원 대책은 고령화 사회 쪽으로 집중돼 있다.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건강한 고령화를 위한 예방적 건강관리 체계 강화, 치매국가책임제 완성 등을 공언했다.

건강검진의 노인검진 항목 조정 및 확대, 건강인센티브제 도입, 고령자 만성질환관리시범사업 확산 등도 추진된다.
 
보건복지부는 2월 1일 일차의료 만관제 시범사업 5차 공모를 시작한다고 밝혔는데,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은 의원급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자가관리를 지원하고, 동네의원과 지역사회 보건의료자원 연계를 통해 포괄적인 만성질환관리 기반 마련한다는 취지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고혈압·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케어플랜 수립하고, 환자 교육을 포함한 환자관리 등을 수행하게 된다. 이번 시범사업부터는 관리 환자 수가 기존 의원 1개 소당 300명 이하에서 500명 이하로 확대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잠시 주춤했지만 치매국가책임제를 위한 정책도 추진된다. 특히 정부는 치매안심병동 인력기준에 한방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2월 16일 치매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고, 3월 29일까지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개정안에 따르면 치매안심병원 지정을 위한 인력기준에 기존 신경과·신경외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외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를 추가토록 했다.
 
치매안심병원은 치매의 진단과 치료·요양 등 치매 관련 의료서비스를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병원으로 일정 기준의 시설 및 인력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기존에는 신경과, 신경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명 이상의 의료진을 배치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를 채용해도 된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를 선언한 이후 한의사를 제도권 내에 편입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보건복지부는 공립요양병원 운영 및 위탁 대상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가 개설한 병원급 의료기관도 포함시켰다.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가진 한의사가 개설한 병원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공립요양병원을 운영,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개정안은 중앙치매센터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립중앙의료원에 위탁토록 했다. ‘중앙치매센터’는 치매국가책임제에 따라 국가치매사업 내실화, 치매 연구수행 및 관련 콘텐츠 개발, 종사자 전문교육 등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1월 의료법에 따라 병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공모와 심사를 거쳐 국립중앙의료원이 중앙치매센터로 선정돼 3년간 위탁 운영하게 됐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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