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치료제 관심 고조···의사들 고민 '환자 순응도'
신경정신의학회 춘계학술대회서 인기, '섭식·수면·노인인지장애' 등 활용 전망
2022.04.09 06:4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정신건강의학 분야 디지털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의들은 해당 분야 확장성 등을 기대하면서도 환자 순응도와 의사들 사용 편의성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7~8일 열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진행된 ‘디지털치료제의 정신의학 임상 적용’ 세션에서는 섭식장애·수면장애·노인인지장애 분야에서의 디지털치료제 개발 현황과 고민 등이 공유됐다. 
 
정신건강의학 분야 디지털치료제는 향후 원격의료 의제 및 보험·수가 등 많은 논의가 필요하지만, 치료 과정에서 시공간 제약이 없고 이용이 수월해서 활용 전망이 상당히 높다. 
 
해당 세션은 첫날 오후 마지막 시간대에 진행됐지만 강의실은 유난히 붐볐다. 그만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의 높은 기대를 엿볼 수 있었다. 
 
섭식장애, 디지털 친숙한 어린 환자 많고 ‘보완재’ 기능 전망

첫 번째 연자로 나선 이정현 연세엘 식이장애클리닉 원장은 ‘식이장애에서 디지털치료의 새로운 시도’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섭식장애 초진환자의 연령 비율을 보면 10·20대가 80% 이상을 차지한다”며 “환자들이 어려 대개 디지털에 친숙하니 관련 치료와 디지털 접목이 빠르게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세의대 정신과학교실 의학행동과학연구소 등이 참여하고 국가연구과제로 선정돼 개발 중인 ‘성인소아섭식장애 인지행동치료기반 디지털치료기기 개발’ 과제를 소개하면서 고민점을 공유했다. 
 
과제는 섭식장애 치료전문의원이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과의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섭식장애 치료의 보편화된 매뉴얼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식사일기 작성 ▲주기 데이터 수집 ▲인지행동치료요법(CBT) 콘텐츠 등 섭식장애 관련 교육 제공 ▲동기부여 ▲의사 대시보드(한 화면 내에서 다양한 정보 관리·탐색이 가능토록 모아놓는 것) 등의 기능을 지닌다.  
 
이원장은 환자 순응도를 고민했다. 그는 “기존의 일반적 CBT을 일방적으로 적용하려 했을 때 환자들의 반응이 미지근해지고, 치료효과 등을 못 느끼니 결국 치료가 흐지부지되고 만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고민 지점은 궁극적인 케어가 어렵다는 것인데, 이에 디지털치료제가 해당 분야 치료의 ‘보완재’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원장은 “식이장애로 인한 증상은 빙산의 일각이다. 궁극적으로는 대인관계·자존감·가족관계 등의 문제가 핵심”이라며 “동기 수준이 낮다면 결국 이는 디지털치료의 한계이자 우리 정신과 의사들이 존재하는 이유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의사들의 임상적 활용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간 고민도 엿보인다. 
 
이 원장은 “개발 전문가로부터 ‘저녁식사 기록용 아이콘이 있으면 되지, 시간 입력 스크롤 버튼도 있어야 하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며 “환자가 5시 반에 먹었는지, 참다가 10시에 먹었는지 두 사안은 매우 달라 고민되는 지점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원장은 섭식장애 분야 디지털치료제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비만관리 측면에서 과식·폭식 등 정신과적인 치료 개입이 관리의 질을 훨씬 높일 수 있다. 상당한 확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수면장애, 수면 방해 않고 의학 근거 바탕 근본책 제시해야

디지털치료제 ‘WELT-I’를 개발 중인 웰트의 이유진 이사(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수면장애에서 디지털 치료’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이 이사에 따르면 현재 불면증 관련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굉장히 활성화 돼 있지만 기존 출시된 수면관리 기기·앱 등은 한계가 있다. 
 
그는 “잠을 잘 자게 하고 수면질환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지만 수면 분석 제공 기능에 그치는 측면이 있다”며 “수면 기록이 부정확하고, 환자들이 수동으로 켜고 꺼야 하는 불편함도 따른다”고 진단했다.  
 
이에 수면의 질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사실상 모니터링 도구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그는 “잘 자기 위한 제품이 오히려 잠을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기본을 잘 지키면서도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해당 분야 디지털치료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기존에도 불면증은 진료지침과 임상현장 간 괴리가 큰데, 이에 디지털치료 접목 시 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이사는 “환자들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치료에 임할 수 있도록 숙면의 중요성을 잘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효과가 좋은 것을 아는 것과 치료를 따라오는 것는 다른 이야기다.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툴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의사들도 이용하기 편해야 한다”며 “대시보드는 규격은 있지만 식약처의 가이드라인이 없어 자유롭게 개발되고 있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노인인지장애, ‘디지털 문해력’ 등 감안 단순화 거듭
  
 
디지털치료제 개발 스타트업인 이모코그의 이준영 공동대표(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재 개발 중인 경도인지장애 디지털치료제 ‘코그테라’를 소개했다. 
 
해당 앱은 기억 전략과 관련된 뇌 영역을 활성화해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고 장기 기억 증진에 도움을 준다. 사용자는 안내에 따라 건강박수 훈련, 명언집 훈련, 속담 훈련, 인지 훈련 등을 할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 발병 전 단계인 인지기능 저하 상태인데, 여기에 ‘디지털 문해력(literacy)‘이 낮은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이 대표 역시 순응도와 관련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이 대표는 “노인인데 인지장애까지 있다면 치료를 따라올 수 있는 사람은 20%밖에 안 된다”며 “때문에 개선에 개선을 거듭했고 아직까지도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또 “아무것도 모르더라도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단순화해왔다”고 덧붙였다. 
 
근래 코그테라는 식약처로부터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에 따라 인지치료소프트웨어’로 분류되고 임상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적합성도 인정받았다. 
 
현재는 임상시험 계획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그는 “전반적으로 개발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개발 과정 못지않게 인허가에 대한 부담도 상당하다”며 “인허가 경험이 있는 전문가와 협업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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