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순위계승 예비명단 1번으로 배치된 의사가 있다. 러시아에서 온 양지나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54세, 여)다. 양지나 전공의는 스스로를 “대한민국 최고령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일 것”이라고 말하면서 순천향대천안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보호자들과 만난다. 그는 한국 의료의 발전과 다문화 가정 아이들 교육복지 향상을 위한 꿈을 품고 정치에 뛰어들었다. 데일리메디는 그가 한국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활동하게 된 이야기와 미래 포부를 들었다. [편집자주]
양지나 전공의는 고려인 3세로, 러시아가 ‘소련’으로 불리던 시절 태어났고, 2005년 한국으로 넘어와 아이를 키우며 한국에 정착했다.
러시아에서도 그는 의사였다. 의과대학에서 6년 동안 공부한 후 소아과 수련을 받고 의학박사를 취득한 뒤 임상강사로 활동하며 교수직을 앞두고 있었다.
한국으로 넘어온 후 문화 차이 속에도 그는 육아를 병행하며 의사 예비시험 및 의사 국가고시를 치르고, 코로나19 중환자실에서 일반의로 근무했다.
이후 당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가 있던 순천향대천안병원으로 향해 자신의 전공을 살리기로 했다.
그 당시 지역에서 대학병원 역할을 제대로 해냈던 병원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대한민국에 얼마 안 되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가 있었기 때문에 수련을 잘 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양지나 전공의는 “교수님들도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어리고 전공의들도 제 아이뻘이지만 따뜻하게 받아주시고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아마 내가 한국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일 것이다”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이어 “약 두달 전,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보호자와 만난 후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커뮤니티에서 소문이 났다”며 “순천향대천안병원에 러시아 의사가 있다고 알려진 뒤 이리로 찾아오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드디어 한국에 적응했다는 느낌을 받은 양지나 전공의는 한국 의료시스템의 수준높은 기술력과 인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공산주의 산하 의료시스템과 자본주의 산하 의료시스템을 모두 경험한 당사자기 때문이다.
양 전공의는 “대한민국은 수련과정과 교육과정이 다른 나라보다 많이 까다롭고, 이른바 누구나 쉽게 들어갈 수 없는 시스템이다”며 “생명과 관련한 일은 이렇게 누구나 할 수 없도록 해야 하며, 최고의 기술과 질을 보유한 의료시스템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의료와 다문화가정 복지 향상 기여"
"국회의원 비례대표 안정권 들지 못했지만 갈 길은 명확"
"소청과 인력 법적책임·근로조건 문제 해결하는데 노력"
옷 만들기, 그림그리기, 철인3종 경기 등 다양한 취미를 가진 그는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다. 자신과 같은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한국에서 의료와 교육을 보다 잘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게 됐다는 설명이다.
비록 안정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양 전공의는 “저의 포부가 인정받았다는 생각은 들지만 이번 후보 결과를 보고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인재영입 명단이 공개된 후 초대를 받았는데, 당일 그는 당직이었고 소아응급실 문이 열려있던 상황이다. 그는 “모임에 간다면 소아가 입원을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당시 자신에게 무엇이 더 중요한지 결정했다고 느꼈다”고 돌아봤다.
이어 “국회의원이 되면 수련을 중단하고 60세가 가까워져서 다시 수련을 받아야할지 고민을 했었는데, 그렇게 되면 사실은 소아청소년과를 포기했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몸담고 있는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응급센터는 의사들이 지키려고 끝까지 노력했지만 지난해부터 인력부족으로 소아중환자를 못 받고 있다. 소아응급실의 경우, 일주일에 2번만 문을 연다.
소아 중증환자를 입원시키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전공 기피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이에 양 전공의는 “경험 많은 분들이 좋은 시스템에서 일하셨는데, 하루아침에 시스템이 무너진 것도 이유가 있다”며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법적 책임을 완화하는 조치와 근로조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문화 가정 인구 수가 100만명을 넘고 다문화 가정 학생 비율은 지역마다 3.5%에서 8.5%까지 된다”며 “내가 직접 겪은 만큼 이들이 한국에서 더 잘 적응하고 의료와 교육 부문에서 더 많은 도움을 받게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