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혈액학회는 다발골수종, 림프종, 급성 백혈병을 비롯한 혈액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건강보험 급여 지연으로 인해 현저히 제한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치료제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복적 재발과 불응성 질환 상태에 놓인 환자들에게 필요한 신약들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지 못하는 현실은 곧 환자의 생존 기회를 박탈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 텍베일리(테클리스타맙), 엘렉스피오(엘라나타맙), 탈쿠에타맙(탈베이)과 같은 이중항체 치료제는 미국식품의약국(FDA)과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상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치료에 신속 승인을 받았고, 국내에서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어 신속 허가됐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암질환심의위원회는 급여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 그 이유는 주로 3상 확증 임상시험에서 표준 치료와의 직접 비교 자료 부족 및 장기 추적 데이터 부족 때문이다.
"기존 치료제와 확연히 다른 기전 가진 혁신신약에 기존 기준 적용하는거 과도하게 경직"
하지만 기존 치료제와 확연히 다른 기전을 가진 혁신신약에 기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게 경직된 접근이며, 실제 임상적 유용성과 미충족 의료수요를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적 한계를 드러내는 일이다.
림프종 치료에서 사용되는 엡킨리(엡코리타맙), 컬럼비(글로피타맙) 또한 같은 이유로 급여 등재가 지연되고 있다.
이들 이중항체 치료제는 기존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게 실질적인 생존 기회를 줄 수 있는 치료 옵션이지만, 급여 지연으로 인해 접근이 사실상 제한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암질심 위원 총 41명, 이중 혈액암 진료 전문 혈액내과 6명 불과도 문제"
또한 신약 급여화의 핵심 결정 기구인 암질환심의위원회 구성에도 구조적 문제가 있다.
현재 위원회는 총 41명으로 구성돼 있으나, 이 중 혈액암 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혈액내과 전문의는 6명에 불과하다. 대다수 위암, 폐암, 대장암, 유방암 등 고형암을 중심으로 하는 전문가들이다.
하지만 암의 종류에 따라 치료 특성이 뚜렷이 다르듯, 혈액암 또한 급성 백혈병, 림프종, 다발골수종, 만성 백혈병 등 각각의 질환마다 치료 특성이 다르다. 이처럼 고형암 중심의 위원 구성은 각 혈액암의 신약 평가 기준에 대한 전문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이에 대한혈액학회는 두 가지 개선 방향을 제안코자 한다. 첫째, 2상 임상시험에서 기존 치료 대비 월등한 결과를 보여 신속 허가된 신약은 그 취지를 반영해 조속히 급여 등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유연성이 필요하다.
둘째, 고형암 분야가 세부 암종별 전문성을 반영해 위원회를 구성하듯 혈액암도 질환별 특성과 차이를 고려해서 고형암과 분리된 별도 혈액암 전문 암질환심의기구가 구성돼야 한다.
급여 지연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치료를 기다리는 환자와 그 가족의 몫이다. 혁신 치료제의 빠른 도입을 위해서는 규제 기관의 합리적이고 유연한 평가 체계가 필요하며, 이는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성과 환자 권익 보호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대한혈액학회는 앞으로도 급여 제도 개선을 위한 관련 기관과의 협력에 최선을 다하고, 학문적‧정책적 책임을 성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