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응급의학에 쏟은 열정 "보람 컸지만 우려도"
유인술 충남대 의대 교수
2025.08.16 06:24 댓글쓰기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각박해진 교정 분위기에 ‘사제(師弟)의 정(情)’은 빛바랜 낭만이 돼버린지 오래다. 더욱이 김영란법 시행으로 스승 은혜에 감사를 표하는 마음 조차 허락되지 않는 서글픈 현실 탓에 의과대학에서 정년퇴임 행사는 자취를 감춘가 상례화됐다. 그래서인지 내내 감사함과 부러움으로 점철된 송공연(頌功宴)이었다. 제자들은 스승의 헌신과 공로에 감사함을,  후배들은 훗날 자신의 퇴임을 투영하며 연신 부러움을 표했다. 더욱이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 前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을 비롯해 내로라하는 의과대학 응급의학과 교수들이 총집결해 국내 응급의학계 거목(巨木)으로 칭송을 받고 있는 인물의 퇴임식임을 방증했다.



최근 대전 롯데시티호텔 크리스탈홀에서는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응급의학교실 유인술 교수의 정년퇴임 기념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대한민국 응급의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는 전국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전공의 등 100여 명이 참석해 큰스승과 석별의 정을 나눴다.


해당 대학, 해당 교실 구성원 위주로 이뤄지는 통상적인 정년퇴임 행사의 틀을 깬 성대함은 그가 국내 응급의학 발전에 기여한 족적의 크기에 비례한다.


실제 유인술 교수는 개념 조차 생소했던 ‘응급의학’을 국내 의료계에 뿌리 내리게 한 인물이다. 응급의료 발전을 위해 정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판단으로 제도권과 부단히 호흡했다.


특히 효율성 논란에 휩싸여 폐지 위기에 놓였던 응급의료기금을 지켜냈다. 그 덕분에 지금의 응급실 인력과 장비를 갖출 수 있었고, 119구급대 응급환자 이송체계도 유지됐다.


400억원 규모이던 응급의료기금은 훗날 4000억원으로 대폭 상향됐고, 응급환자 이송을 위한 닥터헬기 도입, 권역외상센터 설립 등 응급의료 인프라 확충에 기여했다.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을 맡아 국내 응급의료 발전을 이끌었다.


특히 유인술 교수는 올해 초 전공의 부재 상황에서 수 개월 동안 진료를 강행하다 누적된 피로로 쓰러지는 상황을 겪었다.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었지만 제자와 후배들 부담을 덜어주고자 당직을 자청했고, 피로가 누적되면서 위험한 상황을 맞았다.


혈전제 투여와 스텐트 시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회복 후 며칠 만에 응급의료 현장으로 복귀하는 투혼을 발휘하며 많은 의료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국내 응급의학 뿌리 내리도록 계기 마련"

"한국 응급의료는 심각한 위기, 앞으로도 상당기간 어려움이 지속될 전망"

"지금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 


행사를 준비한 충남의대 응급의학교실 박정수 주임교수는 “유인술 교수는 후배와 제자들에게는 아버지 같은 존재”라며 “미력이나마 그 발자취를 기리고자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의학의 살아 있는 역사인 교수임이 걸어온 길을 함께 돌아보고 대한민국 응급의료의 희망찬 미래를 그려보는 소중한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행사 주인공인 유인술 교수는 담담히 지난 36년의 세월을 술회했다.


그는 “초창기에는 응급의료에 대한 개념과 인프라가 없었고 응급의학과는 위상도, 역사도, 세력도 없어 존재 자체가 무시되는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이러한 서러움과 울분은 굳은 결의를 만들었고, 동료들과 함께 후배와 제자들에게 대물림하지 말자는 각오로 부단히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당시는 응급의학과에 대한 타 진료과의 몰이해와 견제, 무시, 인력 부족 등으로 업무 과중이 다반사였으며 이런 서러움은 켜켜이 가슴에 쌓였다.


그럼에도 병원에 응급의학과를 만들고, 진료체계 수립과 전공의 수련 등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열정을 쏟았고, 오늘의 응급의학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고민도 적잖았다. 당시 선택과 결정이 미래 응급의료에 종사하는 후배, 제자들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끝없이 자문하고 천착을 거듭해야 했다.


유인술 교수는 “다행히 많은 도움과 노력으로 응급의학 위상은 향상됐고, 정부 정책에서도 응급의료가 항상 우선 순위에 놓이게 됐다”고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작금의 응급의학 부흥기에 힘을 보탤 수 있어 보람과 기쁨을 느끼면서도 의정갈등으로 인한 응급의료체계 붕괴를 보는 심정은 착잡하기 그지 없다.


그는 “현재 한국 응급의료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며 “지금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파했다.


이어 “우리에게는 황무지에서 응급의료체계를 만들었던 경험과 저력이 있다”며 “이 시기를 넘기면 더욱 발전된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인술 교수는 정년퇴임 후에도 당분간 충남대병원에 남아 진료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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