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액수가 개선, 개별보상·모니터링 가능 목록화 시스템 구축 필요”
지정훈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보험위원회 수가개선분과장
2022.05.15 09:43 댓글쓰기

중학교 국어 시간에 허균의 홍길동전을 배운 적이 있다. 교과서에 나온 소설치고는 제법 재미난 이야기였기 때문에 소설을 술술 읽으며 흥미롭게 배웠던 기억이 있다.


벌써 한참이 지난 소설인지라 홍길동이 추구하던 이상국 이름이나 등장 인물들 이름, 그리고 결말이 가물가물한 지금이지만 아직까지도 소설에서 기억나는 부분은 길동이 한탄을 하며 “아버지를 아버지라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니…”란 대목이다.


홍길동이 서자로 태어났기에 본인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는 안타까움을 표현한 부분이란 것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그런데 이토록 안타까운 상황이 우리 치료재료에도 있다.


정액수가는 치료재료 상한금액 목록표에 포함돼 있으나 성격과 특징이 여느 별도 보상되는 치료재료와는 다르다. 치료재료인 양 표기돼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홍길동의 상태와 같은 것이다.


특히 다양한 정액수가 코드들 중에서도 가장 모호한 상태를 가지고 있는 것이 3대경(관절경, 복강경, 흉강경)이라 할 것이다.


이 코드들은 치료재료리스트에 있기는 하나 최초 등재된 2006년 이후 단 한차례도 재평가나 혹은 검토를 받은 적이 없다. 심지어는 환율연동제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는 점에서 여느 치료재료와는 다르다. 


묶음코드를 가지게 됨에 따라 실제 해당 코드가 청구될 때 치료재료 종류나 갯수 파악이 어렵다. 제품 모두를 사용하건, 사용하지 않든 아니면 한 개를 사용하건 여러 개를 사용하든 동일한 금액을 청구하게 된다. 결국 이런 문제가 일회용 제품의 재사용이라는 문제까지 확장되는 원인이 된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청구액이 가장 많은 관절경을 중심으로 재평가안을 발표했다.


결과안은 3대경에서 사용되는 정액수가에 대한 비용을 아래와 같이 일부 인상시켜 주는 것이 골자라 할 수 있다. 다만 이 비용 인상에서 정액수가 코드를 행위수가집에 포함한다.

예를 들어 '단, 관절경 수술시 XX코드 적용' 등의 내용으로 인상된다. 이런 방법이 5년에 걸쳐 진행된다. 


정부의 오랜 노력에 의한 결과물임에도 산업계는 실망감과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3대 정액수가에 대한 재평가 시작 이유는 각 정액수가 코드에 어떤 제품이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이 어렵다는 데 있다.


어떤 회사의 어떤 제품이 요양기관에서 사용되고 있는지, 또 일회용 제품은 그 허가 받은 사항에 맞게 일회용으로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결과안은 그간의 노력을 뒤집고 결과적으로 전체 정액코드 금액을 인상시키는데 만 그쳤다.


이는 처음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재평가를 진행하게 된 이유를 무색하게 한 처사다. 결과적으로 요양기관내에서의 제품 사용에 대한 추적이 여전히 불가능한 상태로 남게 됐다.


오랜기간 심평원과 산업계의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한 쪽으로, 아니 오히려  재평가 문제의 근원을 전혀 해결하지 못하는 쪽으로 귀결됐다.


다양한 측면에서 볼 때 '개별 보상'은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만약 이것이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한다면 재평가를 시작한 이유에 들어맞는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


즉, 금액은 전체 묶음으로 사용돼도 청구되는 코드에 어떤 제품류가 들어가고, 그 각 제품류에 어떤 회사의 어떤 제품이 포홤되는지 목록화 된다면 체계적인 사용 및 모니터링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미 지난 수 년간 관련 업체들은 각 3대경에 해당하는 제품류 리스트와 허가사항을 심평원에 제출했다.


이 정보를 기반으로 목록화 된 리스트는 현재의 정액수가 탭에 넣어 관리하고, 이를 토대로 요양기관에서의 사용 종류와 개수 그리고 일회용 제품의 알맞은 사용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 가능할 것이다.


이런 모니터링이 가능한 목록화 등의 시스템이 구축돼야 산업계도 홍길동이 본인 아버지에게 들었던 “호부호형을 허하노라”라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적어도 치료재료를 치료재료로 부를 수 있게 하자.



관련기사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