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제도화 임박…'파트너십' 절실
양보혜 기자
2023.05.11 08:48 댓글쓰기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두고 의료계와 산업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제도 도입 여부가 아닌 사용 범위를 놓고 신경전을 넘어 공방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의료계는 당초 비대면 진료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입장을 선회해 제도화 논의 테이블에 앉았다.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변화를 무조건 거부하는 게 능사가 아니란 판단에서다. 진료에 도움이 된다면 안전한 범위 내에서 활용할 수 있음을 전제로 정부와의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재진·의원급 의료기관·만성질환'에 한해 비대면 진료 실시 원칙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이런 원칙에 동의하며, 환자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제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예기치 않았던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가 반기를 들고 나섰다. 재진과 만성질환에 국한하면 수익성이 부족한 만큼 초진과 급성질환까지 빗장을 풀어달라고 읍소했다.


업계는 '초진 불허=스타트업계 사장[死藏]'이란 구호를 내걸었다. 대통령에게 손편지를 쓰고 서명운동까지 돌입했다. 자신의 운명을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와 동일시하며 여론에 호소했다.


국민들 역시 비대면 진료를 '빠르고 편리해서 좋다'고 평가하며 집단 이기주의와 규제 탓에 혁신의 싹이 짓밟히고 있다는 시선이다.  


신속하고 편리한 것은 좋다. 배달음식은 빨리 와야 맛있게 먹을 수 있고, 택시도 이동수단이니 속도가 생명이다. 그러나 의료는 속도보다 더 중요한 가치들이 있다. '정확성과 안전성'이다. 


제대로 진단 받고 질병을 치료하는 게 필수다. 신속과 편의는 충분조건에 가깝다. 초진 대면진료를 하더라도 오진 위험성이 존재한다. 그만큼 진단은 어려운 일이다. 


감기로 내원했는데 암을 진단받는 경우도 있다. 변수가 많고 예측이 쉽지 않은 게 신체다. 이런 위험요인들로 재진에 한해 비대면 진료를 하자는 의료계 주장이 그렇게 이기적일까.


게다가 이런 논쟁으로 의료계와 산업계 관계가 악화되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플랫폼은 공급자(의사)와 수요자(환자)를 연결해 주는 중개자다.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중요한 파트너다. 


파트너와 좋은 관계를 형성한 후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조금씩 사업 영역을 넓혀가는 방법도 있을 텐데, 시작부터 강수를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사실 의사들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이 활로를 모색하는데 있어 중요한 고객이자 정보원이다. 환자들은 물론 의사들이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적극 사용해야 업계도 성장할 수 있다. 


게다가 의사들의 미충족 수요 혹은 기존 대면진료에서 보완이 필요한 부분들은 향후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재료다. 


혁신은 기존 의료서비스가 가진 문제를 해결할 때 탄생한다. 코로나10에 따른 이동 제한이 의료 공백을 만들었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비대면 진료가 도입된 것처럼 말이다. 


일상으로의 복귀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성장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에게 위기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너무 초조하게 접근하면 안 된다. 시야가 좁아지고, 무리수를 둘 수 있다. 


오히려 비대면 진료를 지속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후일을 도모하는 편이 낫다. 플랫폼 업체들이 기업가치를 높인 다음 기업을 팔아 단기차익을 실현하는 게 비즈니스 목적이 아니라면 말이다.


의료계가 비대면 진료 도입에 긍정적 태도를 갖고 있고, 정부와 국회도 불씨가 사라질까 우려하며 적극 지원하고 있다. 갈등보단 우호적인 환경을 잘 활용해 플랫폼 산업을 성장시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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