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오는 막연한 불안·두려움을 신뢰로 바꿔야'
임영진 대한병원협회장
2020.04.17 11:19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특별취재팀/기획 5] 벌써 4개월째다.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이후 100일이 목전이다. 이 기간 동안 1만명 이상 넘는 국민이 감염됐고, 200명 넘는 환자가 귀중한 목숨을 잃었다. 그럼에도 이 질긴 코로나19는 좀처럼 종식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 전체 일상(日常)의 삶이 멈췄고, 사람들 간격도 멀어졌다. 기약없는 장기전에 피로도는 쌓여 간다. 3개월 넘게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은 이미 번아웃(Burnout) 상태다. 하지만 정작 의료진 걱정은 전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아직 기미도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종식 이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병의원 진료를 미루면서 질병을 키우고 있는 잠재적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5년 전 메르스 사태에도 비슷한 상황이 초래됐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대한병원협회, 보령제약과 공동으로 코로나19 대국민 불안 극복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작금의 병원을 비롯한 의료기관 기피현상이 자칫 전반적인 국민들의 질병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 울림을 주기 위함이다. 5차례에 걸쳐 병원들을 격려하면서 국민들이 병원 내원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떨쳐내고 정상적인 진료를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코로나19 장기화 직격탄···힘든 병원 지친 국민
 
코로나19에 가려진 대한민국 '의료 사각지대'
 
국민 여러분! 안심하고 병원에 오세요!
 
생명의 최전선, 두렵지만 오늘도 최선을
 
오늘의 불안감 떨치고 내일의 신뢰감 다지길
 
대한병원협회 임영진 회장은 일단 국내 코로나19 관련 대응에 합격점을 부여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세계가 우러를 정도로 신종 감염병에 선방했다는 평가다.
 
특히 작금의 상황은 정부, 국민, 그리고 병원의 노력이 삼위일체(三位一體)로 작동했기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지역사회 감염도 확연히 줄고 있지만 병원계 수장의 시각에서는 감염병 종식 이후가 걱정이다.

"많은 환자들이 병을 키우고 있는건 아닌지 심히 우려"
 
신종 감염병 사태로 환자들의 병원 기피현상이 심화되면서 수 많은 환자들이 집에서 치료기회를 놓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이후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발길은 크게 줄었고, 평소 북적이던 건강검진센터들도 몇 달째 수검자 기근현상에 시달리는 중이다.
 
1, 2차 의료기관과 건강검진을 통해 신규 환자가 나오고 질병이 악화되기 전에 치료받는 선순환 구조가 완전히 멈춰버리면서 향후 엄청난 후폭풍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임영진 회장은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는 물론 심뇌혈관, 암 등 중증질환자에 이르기까지 병을 키우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러한 병원 기피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반인들에게 만연해 있는 병원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신뢰로 바꿔야 한다는 게 임 회장의 처방이다.
 
원내감염이 결정적이었던 메르스와 달리 코로나19집단감염’, ‘지역사회 감염이 주된 원인인 만큼 병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부연도 곁들였다.
 
그는 병원에 대한 일반인들의 불안과 두려움이 신뢰로 바뀌어야 치료기회 상실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적극적인 홍보와 대국민 캠페인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모든 병원이 위험하다는 인식은 곤란하다정부나 언론 역시 지나친 위기감 조성은 삼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기전 대비 조심스런 일상으로 복귀 및 생활방역 전환 검토
 
임영진 회장은 매우 조심스럽게 일상으로의 복귀를 언급했다. 코로나19가 국내에서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전제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이 더 장기화될 경우 일반환자들의 질병 중증도가 높아져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결국 코로나19는 장기전이 불가피한 만큼 집중방역생활방역으로 전환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시키는 등 일상으로의 복귀에 대해 조심스런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임영진 회장은 최근 신규 확진자 발생 추이를 보면 해외유입의 절대적 비중 속에 산발적인 지역감염 패턴을 보이고 있다이제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폭발적 집단감염 우려는 상존하는 만큼 개학, 종교집회 등에 대해서는 조금은 보수적일 필요는 있지만 제한적 일상의 삶은 되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의료체계 역시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코로나19의 완연한 종식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감염병 대응체계는 유지하되 정상적인 진료 시스템이 가동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선 대학병원들의 선별진료소 운영 중단을 제안했다.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해야 할 대학병원들이 지나치게 코로나19에 메어 있는 현실을 타개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는 코로나19 의심환자 및 확진자 발굴은 중소병원이나 보건소 등에서 담당하고 대학병원은 중증환자 치료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물론 대학병원이 담당할 중증환자에는 코로나19 위중환자도 포함된다장기전에 대비해 병원 종별 역할 정립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자 기피현상 해소를 위한 병원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
 
국민들의 병원 기피현상 해소를 위해서는 일선 병원들의 노력 역시 필요하다.
 
임영진 회장은 “‘안전이라는 구호만 외쳐서는 결코 병원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신뢰로 바꿀 수 없다정말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민안심병원을 중심으로 정상적인 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병원들 스스로 노력해야 할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율적 노력과 함께 관계당국의 관리 필요성도 지적했다. 일부 병원들의 일탈이 전체 병원 과오로 왜곡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경계심의 발로다.
 
350개가 넘는 국민안심병원들의 시스템, 공간, 장비 등에 대해 수시 모니터링을 실시해 정부 차원의 옥석 가리기도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일선 병원들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정상적인 진료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재정적, 제도적 지원을 전제로 깔았다.
 
임영진 회장은 일선 병원들은 확진자가 내원하거나 발생할 경우 폐쇄에 따른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이를 극복할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기관 손실에 대한 확실한 보상을 통해 보다 안전한 진료환경을 확보해야 한다특히 지역거점병원의 경우 그 필요성은 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보여 준 병원들의 적극적인 대처에 대해서도 정부가 주목해 주길 희망했다.
 
감염병 경보가 심각이 아닌 주의와 경계 단계에서 이미 선별진료소를 가동하며 감염병 확산에 나섰고, 생활치료센터를 제안하는 등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처를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론과 전술은 전문가 몫이지만 결국 감염병과 싸우는 것은 병원들이라며 그런 노고와 헌신이 간과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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