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의료기기 납품 전문업체 케어캠프와 이지메디컴이 거액의 리베이트를 병원 관계자들에게 건넨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두 회사의 리베이트 발표에 앞서 사법당국이 상당수 개별 의료기기 업체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거나 종료, 리베이트 국면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의료기기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인공신장기용여과기를 공급하고 있는 업체 2곳이 이미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혐의가 인정돼 형사처분과 행정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베이트 제공 혐의에 따라 지난 5일 식약청으로부터 판매업무정지 1개월 처분을 받은 업체는 혈액투석기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려온 외국계 F사(7개 품목 판매정지)와 G사(3개 품목 판매정지).
사법당국 조사 결과 F사와 G사는 쌍벌제 시행 후인 2010년 12월부터 2011년 8월까지 각각 28개, 12개 의료기관에 혈액투석기를 공급하면서 투석실 비치용 환자 침대와 투석 중 환자들이 사용할 컴퓨터, 모니터 등을 공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이 혈액투석실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현물 형태로 전달한 것이다.
경찰은 지난해 이들 두 업체가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의료기관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포착해 수사에 들어간 바 있다.
사법당국은 당초 이들 업체가 의료기기를 무상으로 공급하고 필터 등 소모품 판매를 통해 비용을 장기간에 걸쳐 회수하는 방식을 리베이트로 간주했다. 그러나 이런 마케팅 방식을 리베이트로 볼 수 없다는 복지부 유권해석에 따라 비품 제공 부분만 문제 삼았다.
이와 관련, G사는 형사처분(벌금형)을 인정하고 3개 품목 1개월 판매업무정지 행정처분을 과징금으로 대체했으나 F사는 형사・행정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G사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한국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마케팅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전후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업체로 간주돼 억울한 측면이 있지만 본사 차원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향후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선에서 사안을 마무리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7개 품목에 대해 판매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F사 측은 “어떤 혐의도 인정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F사 관계자는 “이번 사안이 리베이트로 간주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서 “형사・행정처분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에 있다. 구체적 진행과정은 현재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업계에서는 납품대행업체, F사, G사 등의 발표가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 간납사(납품대행업체) 리베이트는 덩치가 큰 병원과 업체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의료기기 제조・수입업체들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는 볼 수 없지 않겠느냐”고 견해를 밝혔다.
금품이 개별 의료기기 납품을 목적으로 전달된 것이 아니라 납품대행 유지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제조・수입업체들이 입을 타격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문제는 직접 거래에 나서는 의료기관과 업체의 리베이트 시장이 생각보다 크다는 점”이라면서 “간납사 리베이트와 비교하면 개별 금액이 적을 수 있겠지만 당국이 칼을 빼든 이상 형사・행정처분을 받는 업체가 줄줄이 사탕처럼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