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학’은 활자 그대로 의학의 기초가 되는 학문을 뜻하며 의학의 근간이다. 생명 현상의 본질을 밝히고 각종 질병의 발생원인을 탐구하는 것이 기초의학의 핵심이다. 그중에서도 해부학은 생명체를 이루고 있는 구조물의 생김새와 크기, 위치, 상대적 위치 관계 등에 대해 연구하며 기초의학을 구성하는 주요 학문으로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데일리메디는 최근 70주년을 맞이한 대한해부학회 이왕재 이사장(서울의대)을 만나 국내 해부학의 위상과 과제를 들어봤다.
“해부학은 의학 중심, 70주년 맞아 내실화·국제화 박차"
1947년 지금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캠퍼스인 국내 소오(昭五)식당에서 회원 12명이 모여 창립된 대한해부학회는 1000여 명이 넘는 회원을 자랑하는 최대 규모 학회로 성장하며 올해 70주년을 맞이했다.
이왕재 이사장[사진]은 “해부학은 의학의 중심이다. 인체의 구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이해하는 것은 의학의 기본”이라며 “학문적으로 각광을 받는 분야가 아님에도 뜻을 같이하는 좋은 분들 덕분에 대한해부학회가 70년을 이어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왕재 이사장은 “올해 기준 학생 회원을 포함해 무려 1150명이 학회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내실 있는 학회’를 추구해 온 대한해부학회는 해부학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업적을 만들고 의미 있는 역할을 하기 위해 국제화 작업을 추진해왔고 그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이왕재 이사장은 “‘제8회 아시아태평양 해부학회(APICA)를 우리나라에서 유치하게 됐다”며 “APICA는 1998년 서울의대가 주축이 돼 창립한 학회”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세를 살려 대한해부학회는 오는 2024년 열리는 세계해부학회(IFAA)의 국내 개최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왕재 이사장은 “현재 5년에 한 번씩 열리는 세계해부학회 유치를 추진중이며 굉장히 긍정적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학문적으로 ‘대한해부학회’지의 국제화 작업을 완료하고 ACB(anatomy & cell biology)를 발간, 오는 12월 SCI 등재 신청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해부학 교과서 한글화 작업 완료···기초의학 중요성↑
대한해부학회는 10월18일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제67차 대한해부학회 창립 7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개한다.
이왕재 이사장은 “내실 있는 학회를 위해 중요한 것이 역사의 정리다. 최근 70여 년에 이르는 학회의 연구, 교육 분야 역사를 진단한 ‘70주년사’ 책이 만들어졌다”고 언급했다.
또한 대한해부학회는 의학용어의 한글화 작업에도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17년 1월 셋째 판 한글 해부학 교과서(국소해부학)를 펴냈다.
이왕재 이사장은 “과학 분야와 관련해 우리는 영어 중심이다. 1970년대 중반 의과대학 재학시절만 해도 100% 영어로 된 책이 다수였다”며 “모국어로 된 과학서적이 나온다는 것은 국가 산업 발전 체계가 완성단계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왕재 이사장은 “해부학이 의학의 중심이듯이, 의학용어도 우리나라가 중심이 돼야 한다”며 “1990년대 초부터 대한해부학회 차원에서 한글화 작업을 선도적으로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학회 차원에서 다양한 대내외 활동을 전개해나가고 있지만, 국내에서 기초의학이 나아갈 길은 여전히 멀다는 것이 이왕재 이사장의 지적이다.
이왕재 이사장은 “일본에 비하면 우리나라 기초의학은 30~40% 뒤처져 있다”면서 “기초의학이 살아나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이왕재 이사장은 “해부학은 학문 특성상 가르치는 분야와 연구하는 분야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연구와 학문 사이 장벽은 없어졌다. 기초가 제대로 되지 않은 임상은 사상누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