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승원·한해진기자] 의료 공급체계 개편안 중 하나로 '300병상 미만 병원 퇴출론'이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보건복지부가 같은 날 서로 다른 발언을 하고 나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은 300병상 미만 병원의 역할 부재를 지적한 바 있다.
공단이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의료생활권을 도출하고 각 지역 간 의료이용을 분석한 결과,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많을수록 사망률과 재입원율이 낮게 발생했다.
때문에 지역별로 병상 공급을 규제하고 신설병원의 경우 보유 병상 기준을 300병상으로 정하자는 것이다.
지난 23일 서울 노보텔 앰버서더호텔에서 개최된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국제심포지엄’에서도 발제자로 나선 서울의대 김윤 교수 역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커뮤니티 케어 ▲전달체계 개편 ▲적정수가 ▲기술평가 ▲비급여 관리 등이 요구되며, 전달체계 개편에는 급성기 병상의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300병상 이상 병원이 있는 지역은 1병상이 증가할 때 사망비율이 9%씩 감소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300병상은 기능 분화와 병원 설립 투자의 기준으로도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300병상 이하의 병원은 진료기능에 연계한 수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기능을 전환하고, 300병상 이상 병원은 응급·심뇌혈관·어린이병원 등으로 기능을 분화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김 교수는 “입원취약지에 300병상급 후보병원이 있는 경우 확충을 지원하고, 그렇지 못하다면 공공병원을 신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 "300병상이 기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공급 과잉은 맞다"
한편 보건복지부 측은 '300병상 기준설'을 일축했다.
지난 23일 열린 한국병원경영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백영하 서기관은 "복지부는 300병상을 기준으로 병원을 구분한다던지 등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병상 공급이 현실적으로 과잉이라는 분석은 인정했다.
백 서기관은 "지난 10년간 병원급 의료기관이 빠르게 증가했다가 최근 들어서야 주춤하다. 공급이 너무 늘어 의료계가 경영적인 측면을 재점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병상이 언제까지 팽창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공급을 적정화하고 의료 질을 높이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중소병원 인력 수급의 어려움도 병상이 많아서 그런 것 아닐까 생각한다"며 "정부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적정순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중소병원계는 강한 불만을 표했다.
이날 토론패널로 참석한 대전 웰니스병원 김철준 원장은 "중소병원이 '중간에 소멸하는 병원'이라서 중소병원이라고 부른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가 않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대형병원은 몸집도 크고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변화 속도 역시 빠르며 각종 정부 지원 혜택을 받고 있다. 작은 병원은 정책 사업에 참여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중소병원 규제보다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데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날개병원 이태원 원장도 "300병상 기준으로 병원을 정리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그 정도 규모의 병원을 지으려면 적게 잡아도 한 병상에 1억 즉, 300억원 이상은 생각해야 한다"며 "의원으로 작게 시작해서 조금씩 성장하며 몸집을 키우는 병원을 정부가 싫어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병·의원은 사적 자금으로 시작하지만 공적 제도 속에서 운영되는 특징이 있다. 병상수와 같은 외적 형태만을 따지기보다 의료 질을 실제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세분화된 규칙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