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납득시킬 수 있는 의료정책 펼치겠다'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
2015.12.20 20:00 댓글쓰기

막힘이 없었다. 취임 2개월, 그것도 타부처 출신 관료라는 인상은 발견하기 힘들었다. 방대한 현안은 물론 소속 부처의 정책 기조까지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공직사회에 공공연한 ‘이종배합의 거부감’은 그에게 통용되지 않아 보였다. 짧은 기간임에도 업무 파악은 물론 조직 장악까지 마친 그는 이제 대외활동이 많은 장관을 보좌하고 실무부서의 정책이 순항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준비 중이다. 전문기자협의회는 송구영신의 분위기가 한창인 12월 중간자락에 정책 구상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을 만났다.

 

"건강보험 국고지원" 등 소신 피력

 

기획재정부 2차관으로 활동하던 방문규 차관은 지난 10월 20일 보건복지부 차관에 전격 임명됐다. 그동안 기재부 출신 차관을 왕왕 경험했던 만큼 복지부 내 큰 동요는 없었다.

 

오히려 복지부 공무원들은 국가 예산정책을 진두지휘하던 경력과 뚝심있는 추진력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신임 차관 역시 “나를 이용해 달라”는 취임 일성으로 기대 부응 의지를 표했다.

 

-취임 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정신없이 달려왔다. 차분히 앉아 업무를 봐야 하는데 외부활동이 많았다. 다만 그동안 법이나 예산 등 국회 관련 일정이 많아 업무파악에는 큰 도움이 됐다. 국회 일정이 끝났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사무실에서 업무에 집중할 생각이다. 대외활동은 줄이는 대신 직원들과 많은 소통을 통해 내부 살림에 신경을 써야할 것 같다.

 

예산을 담당하던 기재부 실세 차관 출신인 만큼 복지부 예산 배정에 대한 영향력 발휘 여부도 큰 관심사였다. 마침 그가 취임한 직후 국회에서는 정부의 예산심의가 진행됐다.

 

방문규 차관의 영향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복지부는 2016년 예산심의에서 나름 선전했다. 증액 폭이 크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대거 삭감된 항목도 없었다.

 

-기재부와 복지부 차이는
여느 부처와 마찬가지로 복지부 공무원 역시 기재부에 많은 불만이 있는 것을 잘 안다. 정책 담당자는 쉽사리 그 부분에 함몰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예산 담당자는 거시적 관점에서 배분의 형평성과 효율성을 고려해야 한다. 기재부 역시 보다 많은 사람에게 복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기재부를 상대로 투사(鬪士)를 자청하는 것은 착각이다.

 

-그래도 복지부 차관인데 예산 확대해야 하지 않나
국가 살림이 좋아져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국민이 원하고 생각하는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복지부 차관이라고 해서 많은 인심을 줘야한다는 생각은 위험한 발상이다. 국민 없이는 복지부도 존재할 수 없다. 최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해 합당하게 추진하는게 맞는 길이다.

 

사실 기재부와 복지부는 수 년 전부터 건강보험 국고지원금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국고지원을 중단하려는 기재부와 유지하려는 복지부가 신경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은 해마다 전체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를 정부가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규정에 따라 14%는 일반회계에서, 나머지 6%는 담뱃세로 조성한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법정 지원금을 모두 지급하지는 않았다.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을 낮게 책정해 국고지원금을 하향조정하는 방식을 취했다.

 

해마다 법정지원액 기준에 못 미치는 16~17% 정도만 지원해 왔다. 정부는 이런 방식으로 2012년 6836억원, 2013년 6048억원, 2014년 4779억원 등 3년간 총 1조7663억원에 달하는 국고 지원금액을 줄였다.

 

-건강보험 국고지원 중단 논란이 뜨겁다
심각한 문제다. 재정당국에서는 보험 영역에 왜 세금을 지원하느냐는 시각이다. 반면 공적부조인 건강보험 특성을 감안하면 세금과의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있다. 논란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원래 한시법 기한은 5년이다. 의원입법은 국고지원의 영구화를 담고 있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국고지원 중단이 1년 더 연장됐다
당초 2016년이 기한이었다. 다만 국고지원 중단에 따른 대책 마련을 위해 2017년까지 시한을 연장해 준 것이다. 분명히 국민적인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의원입법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정부안을 만들어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는 구조가 맞다. 그래서 어렵고 복잡한 문제다.

 

-내심 복지부는 연장을 바라지 않나
보장성을 높이면 흑자분은 한순간에 날아간다.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정안정을 가져가야 한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지원되던 예산이 갑자기 중단될 경우 충격파는 적잖을 것이다. 역으로 다른 사업에 투자해야 할 예산을 건강보험으로 돌리는 것 역시 고민해 봐야 한다.

 

복지부는 방대한 업무 영역 만큼이나 소속기관 역시 적지않다. 이들 조직의 효율적 운영과 관리는 복지부 정책의 중차대한 부분이다.

 

하지만 몇해 전부터 건강보험의 양대 축인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진료비 심사권을 두고 신경전을 이어오고 있고, 최근에는 통합설까지 피어오르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방문규 차관의 소신은 확고했다. 각 기관 간 협업은 강화하되 전문성을 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기조였다. 물론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통합설도 일언지하에 부정했다.

 

-정부 내에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통합설이 제기되고 있다는데
사실과 다르다. 결코 통합의 개념이 아니다. 심판과 선수를 한 번에 모아놓을 수는 없다. 분리하는게 맞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체계는 전세계가 부러워한다. 의료보험과 관련해서는 대한민국의 경쟁력이 단연 1위다. 계속 발전시켜 2등이 따라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협업’이 곧 ‘통합’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싶다.

 

-질병관리본부가 차관급 기관으로 격상됐다
차관급으로 격상됐으니 독립 운영해야 한다. 인사 및 예산은 독립적으로 하되 책임이 수반된다. 인력문제가 교통정리 돼야 한다. 독립 되는 순간 인선 순환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 예전 국세청과 재무부가 그랬다. 업무경험을 나눌 기회가 없다. 그래서 대통령도 협업을 강조하는 것이다. 질본, 식약처, 복지부 모두 성장할 수 있게 인사 순환체계를 갖춰야 한다.

 

방문규 차관은 정치적 프레임에 갇힌 작금의 의료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영리화 논란에 발목이 묶인 의료산업을 조속히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보건의료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
대한민국의 경쟁력이던 IT는 한계에 달했다. IT 자체로는 힘들다. 여기에 다른 서비스를 유합시켜야 하는데 가장 적합한게 의료다. 지난 10여 년 간 의과대학에 최고 인재들이 몰렸다. 이제 그 분야에서 국부창출을 기대해야 한다. 내부에서 아옹다옹하면 모두 망한다. 그래서 해외진출이 필요하다. 어마어마한 기회가 있지만 시기를 놓치면 무용지물이다.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

 

한편 방문규 차관은 행정고시 28회로 1984년 공직에 입문해 국세청과 재무부 세제실에서 사무관으로 일했고, 기획예산처로 넘어와 재정정책과장을 역임했다.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유통정책관을 거쳐 기획재정부로 성과관리심의관과 대변인, 사회예산심의관, 예산총괄심의관으로 근무했고, 2013년부터 예산실장을 맡았다.

 

재무부 출신으로 예산실장을 거쳐 2014년 7월 기획재정부 제2차관에 올랐다. 2015년 10월에는 보건복지부 차관으로 임명됐다.

 

학력은 경기도 수원 수성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하버드대학교에서 행정학 석사, 성균관대학교에서 행정학 박사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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