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전공의 집단사표 '도미노'…여기저기 '뇌관'
작년부터 잇따라 발생…'더 큰 문제는 인턴 중 내과 지망자 없다는거'
2015.09.02 12:02 댓글쓰기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 일부 수련병원만의 문제로 치부 되는가 했지만 내과 전공의들의 집단사퇴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도미노처럼 이어지면서 언제 뇌관이 터질지 몰라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병원계에 따르면 최근 건국대병원에 이어 삼성창원병원에서도 내과 전공의들이 업무 거부를 선언하는 일이 벌어져 내과 ‘위기론’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두 곳 모두 병원측과 원만한 합의를 통해 전공의들이 다시 업무에 복귀한 상태지만 정부 차원의 근본 대책 마련 없이 임시 ‘처방’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내과 전공의 파업, 순천향대천안병원 내과 전공의들의 집단 반발에 연이은 사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11월에만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내과 1년차 전공의들이 촉탁의 고용을 요구하면서 닷새 간 파업을 벌인 데 이어 순천향대천안병원 내과 전공의들도 수련환경 개선을 요구,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던 중 올해도 건국대병원에서 1년차 내과 전공의들이 업무 공백을 견디지 못하고 집단사표를 제출, 심각성을 더했다.


이후 전공의들이 병원측과 내과에 PA(physician assistant)를 도입하고 응급실에 내과 전문의 촉탁의 위촉 등에 합의, 일단락된 상황이지만 위험 요소는 사라지지 않은 상태다.


당시 내과과장은 “여러 정책과 원가에 못 미치는 수가로 정상진료를 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내과 수련을 마친 뒤 뚜렷하게 진로를 결정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점에 이의를 달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로부터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창원병원 내과에서도 과중한 업무에 피로감을 호소하던 전공의들이 파업에 들어간 일이 발생했다가 1일 복귀했지만 불씨는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데일리메디가 후반기 전공의 모집에 나선 전국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지원현황을 파악한 결과, 예상대로 그 공백을 메우지 못한 병원들이 상당 수 발생했음이 확인됐다.

 

이미 전반기에 발생한 '빈 자리'에 이번에도 아무도 발길을 들이지 않아 관계 기관과 남아있는 인력들의 압박감은 배로 커졌다.


부산대병원(0명/6명: 지원/정원), 경북대병원(0명/1명), 원주세브란스기독(0명/4명), 순천향대천안(0명/5명), 제주대병원(0명/5명), 전북대병원(0명/3명), 순천향대부천(0명/2명), 제주대병원(0명/5명), 강릉아산병원(0명/4명), 경상대병원(0명/4명), 인하대병원(0명/2명), 원광대병원(0명/3명), 충북대병원(0명/4명), 건양대병원(0명/4명), 조선대병원(0명/1명), 대동병원(0명/2명), 메리놀병원(0명/1명), 부천세종병원(0명/2명) 등으로 지원자가 전무했다.

 

가톨릭의료원과 길병원도 각각 4명, 5명의 지원자 찾기에 나섰지만 1명을 모집하는데 그쳐 대규모 미달 사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A대학병원 고위 관계자는 “일부 내과 전공의 파업과 집단사표 움직임은 단면일 뿐이다. 한 두 병원의 문제가 아니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에 이어 의학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전국적 문제”라고 쓴 소리를 던졌다.


B대학병원 내과 과장은 “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도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기대감을 갖고 지원자들이 문을 두드리길 기다렸으나 아무도 발길을 옮기지 않았다”고 씁쓸함을 전했다.


그는 “더 문제는 현재 인턴 중에서 내과를 하겠다고 의사를 표현한 이들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라면서 “벌써부터 2016년 전반기 전공의 모집에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신규 전공의 인력이 모자라다보니 현장에서 느끼는 업무 피로도는 훨씬 심각한 실정이다. 게다가 중도하차하는 일까지 전국적으로 확산되다 보니 남아있는 인력들이 언제 이탈할지 모른다며 입을 모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원격의료 도입에 대한 불안감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당분간 내과가 위기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기본 진찰료를 비롯해 수가 자체가 너무 낮다 보니 내과 숨통이 트일리 만무하다”며 “내과 진료 영역 역시 타 과와 중첩되는 부분이 많아 언제 또 이 같은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년이라는 수련기간 동안 잡무에 시달리다 시간을 보낸 후 남는 게 뭐냐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곳곳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 정책 방향이 수정되지 않으면 앞으로 미래는 더 암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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