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허가’를 결정하면서 13년을 끌어온 우리나라 ‘제1호 영리병원’ 설립 및 운영이 가시화됐다.
하지만 숙의형 공론조사와 다른 결론, 대한의사협회·보건의료노조 등의 반발을 고려할 때 향후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제주특별자치도 원희룡 도지사는 5일 녹지국제병원과 관련해 외국인 의료관광객 대상·진료과목 제한 등을 포함한 ‘조건부 개설허가’를 했다고 밝혔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는 제주도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에 한하고, 진료과목도 성형외과·피부과·내과·가정의학과 등 4개과로 한정했다.
해당 조건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제주도는 관리·감독을 통해 ‘허가 취소’ 등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원희룡 지사는 “조건 개설허가를 한 이유는 국가적 과제인 경제 살리기에 동참하고, 감소세로 돌아선 관광산업의 재도약 및 건전한 외국투자자본 보호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외국의료기관과 관련해 그동안 제기된 공공의료체계 근간 유지 및 보존 등 심사숙고해 내린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제주도는 ▲투자된 중국자본에 대한 손실과 이로 인한 한·중 외교문제 ▲외국자본에 대한 행정신뢰도 및 국가신인도 저하 ▲사업자 손실로 인한 민사소송 ▲현재 채용된 134명 직원에 대한 고용 문제 ▲토지 목적 외 사용에 따른 반환 소송 문제 등을 들었다.
지난 2017년 7월 28일 준공된 녹지국제병원은 의사 등 인력 134명을 채용한 데 이어 다음달 28일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를 제주도에 신청했다.
이후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같은 해 11월 1일부터 12월 26일까지 진행된 네 차례 심의회를 통해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 제공을 조건으로 한 허가를 내 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주도에 전달했다.
하지만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공론조사위)는 올해 10월 4일 ‘녹지국제병원 불허권고’과 병원을 비영리병원 등으로 활용하는 행정조치 마련 및 기존 고용인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 등 권고안을 내놨다.
공론조사와 다른 결과로 바짝 몸 낮춘 제주도
이날 원 도지사는 공론조사와 다른 결과, 영리병원 논란 등을 의식해서인지 발표 내내 바짝 몸을 낮춘 모양새였다.
실제로 의협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노조·무상의료운동본부·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은 제주도의 발표가 있기 전부터 성명서를 통해 녹지국제병원 허가를 강력히 비판했다.
원 도지사는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 결정을 전부 수용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제주의 미래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선택임을 고려해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몸을 낮췄다.
이어 “공론조사위 ‘불허 권고’를 내린 취지를 적극 헤아려 ‘의료 공공성 약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