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역보다 취약한 서울 북동부, 안전출산 기반 마련”
김암 을지병원 의무원장
2018.07.16 05:29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대통령 직속 저출산대책위원회가 꾸려지는 등 인구절벽에 다다른 대한민국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변화가 예고됐지만 중추적 역할을 해야하는 산부인과의 현실은 녹록 치않다. 낮은 수가와 의료사고 부담감 등으로 인해 안전한 출산을 위한 방어막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희생의 가치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제 2의 인생을 설계한 산부인과 교수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데일리메디는 고위험 임신, 다태 임신, 조산 분야의 국내 최고 명의로 꼽히는 을지병원 김암 의무원장[사진]을 만나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우선 내년 2월 정년을 앞두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을지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이유가 궁금했다. 사실 그는 국내 최초 태아치료센터 등 굵직한 산과 의료시스템을 구축한 까닭에 퇴직 후에도 해외진출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태였다.


김 의무원장은 “불과 몇 달 전만해도 퇴직 전에 서울아산병원을 떠날 것이라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일본 진출에 대한 얘기도 오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결단을 하게 된 이유는 을지재단 측의 진정성을 느꼈기 때문이다”라고 운을 뗐다. 

"환자들 고민없이 찾을 수 있는 진료공간 제공토록 최선" 
 

실제로 을지병원 모태는 1956년 서울 을지로 4가에 설립됐던 ‘박 산부인과의원’이다. 을지재단은 故 박영하 박사의 이념을 다시금 되새기기 위해 김암 교수에게 러브콜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무원장은 “조건을 따지고 싶지 않았다. 실은 퇴직 후 더 좋은 조건의 선택지가 있었지만 을지병원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 지역 대비 다소 취약한 서울 북동부지역 산부인과를 지탱하는 기반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쌓아온 많은 경험들을 나누고 베푸는 일을 잘 할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의사 인생 막바지에 다가온 만큼 많은 후배들과 환자들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움직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단 한명의 아이라도 건강하고 안전하게 낳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이를 위해 의료진들과 다양한 고민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점점 탄탄해지는 진료체계를 형성해 환자들이 고민없이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6월1일부터 을지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한 김 의무원장은 제자이기도 한 울산대병원 권용순 교수 및 곽재영 교수와 함께 새로운 터전에서 분주하게 산부인과를 지키고 있다. 


"어두운 산부인과, 특히 산과 의사 미래 위해 정부 지원책 절실"


그는 차분한 어조로 답변을 이어갔지만 입지가 줄어드는 산부인과, 특히 산과 의사들의 미래에 대해 묻자 강경한 발언을 내놓기 시작했다.


김 의무원장은 “정부는 인구절벽, 저출산 국가를 탈피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제를 삼고 있으면서도 중추적 역할을 해야만하는 산과 의사들이 살아남을 수 없는 제도를 만들고 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분만 건수가 얼마 안 된다고 하더라도 병원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돼야 한다. 한달에 10건의 분만만 해도 먹고 살수 있게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실제로 일본 시스템 상에서는 이게 가능하다”고 밝혔다.


저출산을 해결하겠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음에도 반쪽짜리 정책으로 분석되는 이유는 출산 후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지원책만 있을뿐, 가장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산과를 선택하지 않는 의사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원인은 ‘먹고 살수 없는 현실’ 때문이라는 그는 정부가 의료수가는 물론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안정감있는 진료환경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의무원장은 “어렸을 적, 선배들이 해결해 주지 못하면 나라도 개선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어느덧 퇴직할 나이가 되니, 후배들에게 어두운 미래만 남긴 것 같은 아쉬운 맘이 든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동일한 고민이 세대를 넘어 이어지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수년째 반복되는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해결되길 바란다. 보다 근본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깨달을 필요가 있다. 이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후배들을 위해, 산모와 아이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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