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당뇨병 잘 걸리는 특별한 이유는···
임수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2018.08.20 05:47 댓글쓰기
“췌장 작아 기능 안떨어지게 하는 식습관 매우 중요”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당뇨병은 다른 만성질환과 마찬가지로 규칙적인 식습관과 운동 등 생활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질병 중 하나다. 최근에는 상식적인 차원을 넘어 이런 요소들이 실제 의학적으로 질환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입증하는 연구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얼마 전 한국인이 상대적으로 작은 췌장 크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뇨병에 더 잘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 또한 마찬가지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내분비내과)는 최근 데일리메디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췌장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당뇨 예방 및 합병증을 막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라며 의미를 설명했다.

 
임수 교수는 약 3년에 걸쳐 한국인과 서양인의 췌장 크기를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체구가 비슷한 한국인과 서양인을 비교했을 때 한국인의 췌장 크기는 12.3%정도 작았고 췌장 내 지방의 양은 22.8%나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크기도 작고 지방세포가 많은 한국인의 췌장 기능은 자연히 서양인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과 미국 비만율 10배 차이 나는데 당뇨병 환자 비율은 거의 비슷"
 
임수 교수는 “한국과 미국의 비만 인구 비율은 각각 3.5%와 30%로 약 10배 차이를 보이는데 당뇨 환자의 비율은 12%정도로 똑같이 나타나는 데 대해 의문을 가지고 연구에 착수하게 됐다”며 “한국인의 췌장 기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당뇨병에 걸리기 쉬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췌장 크기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급격하게 바뀐 식생활에 우리 몸이 아직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서양인은 육류와 지방 위주 식습관을 오랜기간 유지해 왔기 때문에 유전학적으로 췌장이 점점 커져 몸이 식생활에 적응할 수 있게 됐다. 반면 한국인은 한 세대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식습관이 급격히 변해 당뇨병 위험에 노출되기 쉬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작은 췌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즉 복합탄수화물과 좋은 지방 등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건강한 성분을 섭취하는 것이 당뇨병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셈이다.
 
임 교수는 “무조건 적게 먹어서는 안 된다. 당분과 백미, 흰 밀가루 등을 피해 췌장의 작업환경을 좋게 만들고 장기 근처에 지방이 쌓이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특히 나이 든 환자보다 젊은 세대가 주의해야 하는 사항이다.

임 교수는 “사실 당뇨를 예방하기 위한 식사 관리는 중·고등학생 때부터 이뤄져야 한다. 젊을 때 당뇨가 나타날수록 혈당을 조절해야 하는 기간도 길어지고 사회적 의료비도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바쁜 일상생활과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 지나친 당분 섭취 등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임 교수는 “음식을 무한정 먹을 수 있는 뷔페 형태의 식당이 늘어나고 디저트와 같은 당분이 높은 먹을거리에 노출되기 쉬운 현상은 췌장에 독이 된다”며 “식단 관리에 대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췌장 기능 관리의 중요성이 입증됨에 따라 최근에는 췌장 기능을 효과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약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임 교수는 “기능도 작고 크기도 떨어지는 췌장을 보유한 이상 당뇨 초기부터 췌장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피해를 적게 줄 수 있도록 돕는 약제가 다른 것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며 “관련 임상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임 교수는 지속되는 폭염에 대한 당뇨 환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임 교수는 “더위는 탈수를 일으키기 쉽고 이에 따라 혈당이 높아지면 장기가 공격받을 수 있다”며 “폭염 시 당뇨병 환자는 외출을 자제하고 평소보다 수분을 600cc 정도 더 섭취해 혈액내 수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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