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에게 기억되는 단체 됐으면 좋겠다'
안치현 대한전공의협의회장
2018.08.27 05:48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다영 기자] 지난 1년간 전공의를 둘러싼 이슈는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이대목동병원의 신생아 사망 사건 발생 후 해당 전공의가 조사를 받아 의료계가 들끓었다. 구미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근무 중이던 한 전공의가 주취자에 폭행을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파장이 일었다. 전공의와 관련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앞장서서 젊은의사들 목소리를 대변해 왔고 안치현 회장[사진]은 선봉장으로서 발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22일 대전협은 제22기 회장선거를 치렀고 이 결과에 따라 9월부터는 이승우 차기 회장의 임기가 시작된다. 데일리메디는 대전협 안치현 회장을 만나 숨 가쁘게 흘러간 그의 지난 1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자주]


Q. 지난 1년간 회무를 돌아보고 100점 만점으로 본인에게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이라고 생각하는지
내 회무에 점수를 매기면 30점 정도 될 것 같다. 처음 회장선거에 출마했을 때 내세웠던 공약 중 완료된 것이 거의 없다. 지난 임기를 돌아보면 1년은 나 개인에게는 긴 시간이지만 대전협 입장에서 봤을 때는 각종 병원 내 문제를 비롯해 전공의를 둘러싼 환경이 개선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아쉬운 사안들이 셀 수도 없이 많다.

전공의법 시행으로 전공의에 변화가 오고 있지만 변화가 곧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최근 구미차병원 전공의 폭행사건 등을 보면 병원 내 전공의를 둘러싼 문제는 이제 막 수면으로 올라왔다고 할 수 있다. 변화를 만들었을 때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전공의 문제는 이제야 사회적으로 문제 인식을 하고 있는 시점인 것 같다. 높은 점수를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


Q. 최근 연이어 발생했던 응급실 폭행사건 중에는 전공의 피해자도 있었다.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들이 보호받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응급실 폭행 사건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가장 우선이 돼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취자가 병원에서 난동을 부려 경찰에 신고하면 “의사인데 이 정도는 당연히 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 의료인 폭행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예다. 이런 말이 잘못됐다고 인식하고 다시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도록 제재가 필요하다. 특히 이번 구미차병원 응급실에서 일어났던 폭행사건과 관련해 당사자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해당 주취자는 폭행 전부터 징조를 보였다고 한다. 욕을 하고 물을 뿌리는 등 제재를 가해야 할 행동을 했지만 응급실에는 의사, 간호사, 환자를 보호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좋겠다. 응급실 규모와 상황은 병원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사설경비업체가 제 역할을 하는 곳도 있고 무방비한 곳도 있을 것이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과 제재 사항을 마련하고 이에 대해 병원, 정부 등이 구체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

"급변 시기에 보낸 1년 짧은 것 같아 아쉬워"
"대전협 참여율 높아진거 매우 긍정적"
"이대목동병원 신생사 사망사건 너무도 가슴 아프고 많은거 생각토록 한 계기"
"차기 집행부가 책임감과 무게감을 갖고 회무 진행해주기 희망"

 


Q. 임기를 돌아봤을 때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집행부 참여도다. 보다 많은 회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자 집행부를 공개모집했다. 대전협 내 최초라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고 실제 많은 분들이 참여해 도움을 받게 됐다. 지난 1년간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작게는 집행부, 대의원 그리고 가장 크게는 회원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모든 단체의 힘은 회장이 아니라 회원에서 나온다. 이분들이 큰 힘을 실어줬기 때문에 1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주말 총회도 급하게 열게 됐는데 많은 대의원들이 뜻에 공감해주고 참여의사를 밝혔다. 여러 가지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Q. 1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이다. 결국 누가 잘못했는지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이 부분에 아쉬움이 많다. 신생아 사망사건을 그 누구보다 안타깝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의사들이었기 때문이다. 안타까움을 느꼈음에도 의사들은 이 사건의 책임자로 몰렸다. 사건의 모든 책임을 떠안고 범죄자로 낙인찍히게 됐다.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 사건의 해결 과정을 보며 아쉬운 점이 많았다. 앞으로 의사, 의료인이 환자와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이 된다.


Q. 앞으로 대전협이 어떤 단체가 됐으면 하는지. 차기 집행부에게 하고 싶은 말은
대전협이 회원들에게 기억될 수 있는 단체였으면 좋겠다. 회원들 모두가 ‘내가 힘들고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 언제든 털어놓을 수 있는 곳, 다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단체가 되길 바란다. 이런 단체를 만들어가기 위해 대전협 회장은 무게감과 책임감이 따르는 자리다. 이승우 차기 회장이 후보로 나서준
것 만으로도 고맙다. 회장 개인에게는 1년이 힘들고 버거울 수 있다. 이를 감안하고 대전협을 위해 힘써줬으면 좋겠고 회장과 함께 1년간 고생할 집행부와 대의원들에게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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