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수련 현장 ‘코로나19 특수’ 없었다
감염병 사태 조명받은 ‘예방의학과’ 부진···내과 '3년제 효과 약간 긍정적'
2021.01.01 06:40 댓글쓰기
[한해진 박정연기자/기획 3]올 한 해 전례 없는 대규모 감염병 사태가 전국을 덮치면서 그동안 비교적 조명을 받지 못했던 진료과들이 크게 부각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감염질환과 호흡기질환 관리에 대한 사회적 중요도가 강조되면서 호흡기 내과, 감염내과와 같은 전문과목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감염병 사태의 핵심인 ‘예방’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예방의학과 역시 비인기과의 설움이 올해 조금은 덜어질 거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일각의 예상과는 달리 2021년 상반기 레지던트 모집에서 ‘코로나 특수’는 없었다. 본지가 예방의학과 전공의를 모집하는 기관 중 23곳을 조사한 결과, 올해 총 정원 38명에 실제 지원자는 7명에 그쳤다.
충원율이 약 18%에 불과한 것이다.

호흡기, 감염을 전문과목을 둔 내과의 경우 비교적 높은 모집률을 보였지만, 이는 전문과목에대한 관심이 작용했다기 보단 수련과정이 3년으로 단축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예방의학과의 경우 실제로 배정된 정원을 채운 곳은 가톨릭관 동대 의과대학 단 한 곳이다. 그마저도 정원 1명에 한 명이 지원했다. 나머지는 서울대의학 및 서울대보건대학원, 연세대의대를 제외하고는 단 한 명의 지원자도 없었다.
 
예방의학과는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으면서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됐다. 향후 주기적으로 찾아올 감염병 대응은 물론 공공의료의 시스템을 만들어 갈 전문가를 배출하는 창구로서 몸값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이 높아진 관심이 전공의들의 지원율 증가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여전히 다른 과들에 비해 열악한 처우와 불투명한 미래가 예방의학과로의 지원을 꺼리게 만드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감신 대한예방의학회이사장은 “지원자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장래 문제이기 때문에 단순히 사회적 관심이 늘어난 것만으로 전공의 지원 증가로 이어질 순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요 없는 비인기과 처우 ‘반짝개선’ 요원 감염내과의 경우 코로나 19 사태 이후 실질적인 수요가 증가
 
감염내과의 경우 코로나 19 사태 이후 실질적인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감염병사태 이후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조직 개편 되면서 기존 국립보건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도 ‘국립감염병연구소’로 확대 편성됐다.
 
보건복지부 또한 감염병전문인력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민간병원에서의 감염내과 전문의 수요가 확대될 움직임도 관측됐다. 
 
국내 최대 의료기관인 서울아산병원은 오는 2021년 말 감염병 전문병원을 건립할 계획이다. 순천향서울병원 또한 오는 2024년 감염병 전문병원을 신축한다고 지난 6월 발표했다. 
 
이 밖에 각각 영남권, 중부권에서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양산부산대병원과 순천향대 천안병원이 국비를 지원받아 신규 병원을 설립할 예정이다.
 
실제로 감염병 관련 의료시설이 확충되면서 전문인력에 대한 병원들의 러브콜이 이어질거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의료계는 단기적인 사회적 관심이 증가했어도 전공의 들의 선택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서울 소재한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많은 전공의들이 중장기적인 전망보다 단기적인 ‘대세’에 따라 지원하는 경향이 분명 있다”면서도 “하지만 올해 전공의 모집현황을 살펴보면 감염병 사태란 사회적 상황엔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메르스 사태 때도 감염내과 정책지원 미비, 경쟁률 증가도 미미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강타했을 때도 내과가 전공의 모집에서 수혜를입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사실 당시 내과 지원률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도 내과 정원은 619에 618명이 지원하면서 지원률은 100%에 조금 못미치는 99.8%를 기록했다.
 
이후 ▲2017년 108.7% ▲2018년 105.8% ▲2019년 103.8% 등 지원률 자체는 증가세를 보였지만 이는 특정 전문과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기 보다 전공의 정원 감축 및 3년제 전환에 따른 효과라는 해석이다.
 
내과가 메르스 특수를 보지 못한 이유로는 내과 내 기피과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의료계는 말한다. 대표적인 비인기 세부전공인 감염내과가 감염병 사태에서도 빛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정부는 감염관리료를 신설하는 등 전문인력 확대를 위한 정책을 펼쳤지만,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추가 인건비는 병원 몫으로 돌아갔고 감염내과 전문의 수요도 그다지 늘어나지 않았다.
 
이 처럼 감염내과 등 전문과목과 관련해 이렇다 할 정책적 지원이 두드러지지 않으면서 2016년 상반기 레지던트 모집에서 내과는 ‘메르스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정책지원 외에도 비인기과의 만성적인 인력부족 문제 또한 전공의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된 원인으로 꼽힌다.

감염내과의 경우 개원이 여의치 않은 진료과다. 대형병원에서도 TO가 많이 나는 곳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내 감염관리실 관련 업무를 도맡는 등 업무량 자체는 오히려 많은 편이다. 지방 소재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내과 업무 자체가 고된 측면이 있다”며 “근무강도도 전공의들이 진로를 정하는데 중요한 선택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평상시 감염병 환자 자체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았던 병원들 입장에선 감염내과 인원을 쉽게 확대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비인기과의 저조한 모집률을 개선하기 위해선 구체적인 지원이 정책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의료계는 말한다. 
감 이사장은 “예방의학과의 경우 인식이 좋아지고 있는 만큼 적정 수준의 경제적 대우가 보장되는 일자리를 마련하는 등 시스템이 뒷받침 된다면 장기적으로 전공의 지원도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학회 차원에서도 향후 예방의학과 활동 영역을 실제 임상 현장으로 늘려감과 동시에 지역 공중보건 의료를 담당할 수 있는 인력들을 길러낼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이어 “현재 예방의학과가 활동하고 있는 학교, 연구소에더해 의료기관에서 ‘예방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학회 차원에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중요성이 커진 지역의 공중보건의료와 커뮤니티케어 등에서도 영역을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 붙였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2020년 오프라인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한해진 박정연 기자 (hjhan@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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