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 "수도권 병상 공급 중단"…政 "고강도 규제 가동"
"신규 의료기관 개설 허가 제한·병상 수급 질적 관리 '의료법 개정' 추진"
2023.08.04 06:04 댓글쓰기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설립으로 지역의료 공백 및 의료자원 불균형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데 대해 정부가 적극적인 개입 의지를 피력했다.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의료기관 개설 절차를 강화하고, 병상관리 총량을 통제하는 양적 관리를 넘어 병원 역할, 기능, 필수의료 및 공공의료 기여도 등을 고려해 질적 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3일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는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과 이 같은 문제 논의를 위한 '병상자원의 적정한 관리방안 마련 및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설립 문제 대응'을 주제로 국회토론회를 열었다.


현재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9개 대학병원이 수도권 분원 설립에 나서면서 2027년까지 총 6600병상이 추가될 예정이다. 


수도권에 신규 병상이 공급되면 이를 가동하기 위해 인근 지방 의료인력과 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수밖에 없다.


병상이 만들어지고 보험이 적용되면 무조건 환자가 채워지는 공급자 유인수요 발생 때문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의료가 고사 위기에 처한다는 점이다. 


"의사 2만8000여 명과 간호사 8만6000여 명 필요, 지방필수의료 붕괴"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은 "대학병원 분원 러시로 수도권에 6600병상이 공급된다면 1년에 2조4810억원의 진료비가 추가로 유발된다"고 추정했다.


이어 "늘어나는 병상 수를 감당하려면 의사 2만8000여 명과 간호사 8만6000여 명이 필요하다"며 "지방에서 이들을 충당하면 지역필수의료 붕괴와 엄청난 의료비 부담이 초래된다"고 비판했다.


권정택 병협 정책부위원장는 "협회는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 조심스럽다"며 "하지만 이대로라면 수도권 병상 쏠림현상이 심각해질 것이란 문제의식에 공감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현재 수도권에 상급종합병원이 몰려 지역 간 사망률에 차이가 생기고 있다"며 "병상 확충이 아닌 재배치에 집중해야 하며, 인력 수급 대책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정책부위원장은 "병상공급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점도 문제"라며 "상급종합병원 유치 공약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에,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통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장도 "우리나라 전체 외과·신경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전문의 수는 다른 OECD국가와 비교했을 때 적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관련 인력이 부족하다고 얘기하는데, 이는 늘어나는 병상 수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고 부연했다. 


강 회장은 "병상당 인력기준을 명시하고 이를 이행하도록 지원 및 수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역 필수의료 보강을 위해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에서 평가 기준을 강화하고 차등 수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복지부 "2027년경 국내 병상 10만5000개 과잉 추정"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 병상 과잉 공급 실태를 이미 파악하고 있으며, 이를 규제하기 위한 고강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오는 2027년까지 우리나라에서 약 10만5000여 개의 병상이 과잉 공급될 것으로 추정했다.


병상 공급은 증가하고 있지만 병상가동률은 72.8%에 불과하다. 중소병원은 50~60% 수준인 곳도 상당하다. 이상적인 가동률로 여겨지는 85%를 넘기는 병원은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 정도다.


오상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병상총량제나 사전승인제 등이 있었지만, 2000년대부터 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해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어 "병원 개설 허가권도 시군구로 위임됐다"며 "분권화가 이뤄져 있어 중앙정부 차원에서 통제를 강화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자체에선 지역의료 차원의 구상이 부족하고, 병원을 유치하고 짓는 양적 팽창에 주력하고 있다"며 "필수의료나 공공의료, 의료전달체계 등 전체적인 그림을 보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병상관리를 위한 정책적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2019년 8월 병상 관리를 위한 의료법 개정을 필두로 규제 정비에 나서고 있으며, 지자체와도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오 과장은 "2020년 2월부터 병상 관리 시책을 중앙정부에서 수립하는 의료법 조항이 시행됐다"며 "이번주 초에는 시도공무원 간담회를 통해 향후 병상정책 방향에 대해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지역별 병상과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라며 "행정적 측면보다 지자체장과 지역사회의 협조와 노력이 중요하다. 이 정책이 지역사회 이익과 상충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지역별 관리계획을 수립하게 되면 신규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제한할 수 있다"며 "병상 관리는 단순히 총량 통제 방식이 아니라 의료기관 내부 구성, 기능, 역할을 고려하고 필수의료나 공공의료 등 사회적 차원의 기여 등을 반영해 탄력적으로 적용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박수경 건보공단 의료자원연구센터장도 "건강보험이 병상 공급이란 중요한 문제를 등한시해온 게 아닌가 반성한다"며 "앞으로 이런 문제를 들여다보고 해결하는데 나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 센터장은 "다른 선진국에선 인구 고령화, 보건의료 재정 문제 때문에 더 이상 병상을 늘리지 않고 있다"며 "심지어 유럽 일부 국가는 병상을 폐쇄하고 있는데, 이런 극단적인 사례를 적용하긴 어렵지만 우리나라도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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