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깊어지며 '곡소리' 나는 척추관절병원
환자는 계속해서 줄고 의사 구하기는 어려운 '이중고' 직면
2015.07.31 12:00 댓글쓰기

척추관절 병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넘치는 공급으로 인해 병원 당 환자 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도 모자라 의사·간호사 모시기도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 병원은 울며 겨자 먹기로 몇 년에 걸친 덩치 줄이기를 단행하고 있다. 시장이 활황일 때에 비해 직원 수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 하지만 병원 가동이 어려운 단계에 직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


한 명의 환자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한 병원 간 마케팅 출혈 경쟁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유명 의료진 영입전도 치열하다. 병원 경영이 어려워도 의사 인건비를 낮추지 못하는 이유다. 

 

“줄일 수 있는 건 다 줄여라”


요즘 서울 강남에 위치한 A병원의 경영진 회의 분위기는 침울하다. “생존”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 날이 없다.


3년 째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상황이 나아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병원은 기존 20여명이었던 의사를 10여명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의료진 인력 변동에 따라 전체 직원 수도 500명에서 300명으로 40% 감소했다.


A병원 관계자는 “최소한의 인력으로만 병원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제는 인건비 삭감으로는 어렵다. 카드수수료 인하 등 다른 생존 방책을 모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직원 복리후생, 연차수당, 임직원 급여 등 줄일 수 있는 것은 모두 줄였다. 직원들 사기 저하가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방의 B병원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직원들의 사기 저하를 우려해 아직 인력 구조조정 카드는 꺼내들지 않고는 있지만 환자 1인당 진료비가 줄어 수익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라는 전언이다.


B병원 관계자는 “박리다매로 환자 수를 늘려 줄어든 수익을 보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명의’ 안 뺏기려면 인건비 못 깎고 간호사는 복리후생 혜택 없으면 안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의료진 연봉은 줄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경쟁병원 간 유명 의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연봉을 삭감할 경우 의사 이탈은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A병원 관계자는 “남아 있는 의료진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인건비를 동종업계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묶어두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의사 연봉은 예전 수준으로 유지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북 C병원 관계자는 “한참 잘 나가던 시기에 비해 의사 연봉이 준 것은 맞다”면서도 “환자들이 선호하는 대학병원 출신 교수를 섭외하려면 오히려 더 높은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간호사 인력난은 더욱 심각하다. 수술이 많은 진료과 특성 때문에 지원율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환자 안전을 위해 숙련된 간호사 수급이 시급하지만 유휴인력이 많아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B병원 관계자는 “소아과, 이비인후과 등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가 낮은 곳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 우리 같은 전문병원, 특히 수술실에서 근무하려는 간호사를 찾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어려운 재정 때문에 축소하고 있는 직원 복지도 간호사 수급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A병원 관계자는 “병원 간 숙련 인력 데려오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복지 혜택이 적은 것은 감점 요인이 된다”며 “구직 광고를 올릴 때 속일 수 없어 축소된 대로 올리기는 하는데 다른 병원보다 경쟁력이 없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형외과 보다 많이 생겨나는 척추관절”


병원들의 곡소리 원인은 공급 과잉인 측면이 가장 크다. 척추신경외과학회 홈페이지 검색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척추치료 병원은 124개에 달한다. 서울만 32개다.


여기에 마취통증의학과, 한방병원 까지 더하면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지난 2012~2014년 기준 척추수술 청구건수 및 기관수를 살펴보면 청구 기관은 1000여개, 건수는 10000건이 넘는다.


서울 강남의 D병원 관계자는 “성형외과보다 더 빨리 병원이 늘어나는 분야가 척추관절 아니냐”며 “전체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귀띔했다.


A병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지방 환자들이 서울에 와야 진료가 가능했는데 지금은 지방에도 전문병원이 다수 있어 서울 병원들의 외래 환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레드오션 출혈경쟁을 병원 스스로 자초했다는 시각도 있다.  C병원 관계자는 “최소침습시술이 비급여로 책정받고 신의료기술로 인정받던 시절에 척추 쪽이 수익이 좋다보니 너나 할 것 없이 덩치를 불린 결과가 지금의 과당 경쟁을 초래했다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어 비급여 제재 받고 수가는 줄어드니 환자 당 매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여기에 신규 공급까지 줄어드니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 경쟁전도 과열 양상이다. 최근에는 새로 개원한 모 병원이 과잉진료 및 수술사례를 홈페이지에 게시, 다른 병원을 양심에 어긋나는 진료를 하는듯한 인상을 줘 의료계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은 바 있다.


경기도 수원의 E병원 관계자는 “제 식구를 매도하면서까지 환자를 끌어 모아 먹고 살고 싶었는지 의문”이라며 “아무리 경쟁이 심하다지만 이런 행보를 보면 솔직히 힘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경쟁 병원 간 치열한 스타마케팅도 병원의 재정 상황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다. 적게는 수 천 만원에서 수 억 원을 호가하는 고정적인 광고비 지출은 부담이다.


A병원의 경우 유명 스포츠선수를 홍보대사로 위촉하려고 했지만 당사자가 광고비로 수억원을 요구해 광고 계획을 접은 바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포털 사이트에 유명 스포츠선수가 광고하는 병원이 그렇지 않은 병원에 비해 일반 환자 눈에 띌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그래서 검토를 했지만 광고 효과도 검증이 안 되고 비용 부담 때문에 포기했다”고 전했다.


“수가 인상 보탬 되지만 관건은 시장 구조가 바뀌어야”


녹록치 않은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시간이라는 것이 척추·관절계의 중론이다. 의료계 전체가 먹고 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가 인상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A병원 관계자는 “수가를 올려준다고 해도 어차피 심평원에서 삭감하면 그만 아니냐”며 “결국 시간이 지나 도태될 병원은 도태되고 살아남을 병원은 살아남아야 해결될 것 같다”고 말했다.


C병원 관계자도 “업계에서는 몇 년 전부터 2~3년 내 척추관절 시장이 경쟁력 있는 주요 몇 개 병원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공급이 줄어야 경영 환경이 실질적으로 개선됐다는 점을 느낄 것 같다”고 전했다.


경기도 안양 E병원장도 “심평원 급여 삭감은 척추계 전체가 떠안고 가는 것”이라며 각 병원의 의술과 연구노력을 감안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기준을 적용해 무리하게 삭감하는 지금의 형태도 문제지만 전문성이 없는 병원들은 자연히 도태되도록 시장의 자정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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