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파브리병, 조기치료 경구제 급여 확대 필요'
獨 파브리통합치료센터 총책임자 크리스토프 바너 교수·연세의대 홍그루 교수
2019.09.06 06:3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최근 TV드라마 '의사 요한'이 주목받으면서 파브리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파브리병은 국내서 약 150명 정도의 환자가 진단 받은 상태고, 추정 환자 수는 400명 정도로 예상되는 희귀질환이다. 첫 증상 발현 후 확진까지 길게는 15년이 소요될 정도로 임상 양상만으로는 진단이 쉽지 않고, 다양한 장기에서 발병해 통합치료가 필요하다. 파브리병에 대한 풍부한 연구 및 임상경험을 가진 독일 파브리통합치료센터(FAZIT) 총책임자이자 뷔르츠 부르크 대학원의 신장내과 전문의인 크리스토프 바너 교수[사진 右]와 연세의대 홍그루 심장내과 교수[사진 左]를 만나 국내외 파브리병 현황과 치료법, 최근 국내 출시된 한독의 경구용치료제 갈라폴드에 대해 들어봤다.

Q. 파브리병은 다소 생소하다. 발생기전과 증상 등에 대해 간략히 소개

-바너 교수: 파브리병은 우리 몸에서 ‘알파-갈락토시다제’라는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 변이로 인해 효소 활성이 저하되거나 효소가 결핍되면 발생하는 질환이다. 알파-갈락토시다제 기능이 떨어지거나 결핍되면 당지질이 분해되지 않고 모든 장기와 조직 내에 쌓여 다양한 장기에 문제를 일으킨다. 대부분 손발 통증을 동반하되 초기에는 설사와 같은 위장관계 문제들과 피부 발진 등의 증상이, 후기로 갈수록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 
 
-홍 교수: 쉽게 말해 우리 몸의 당지질을 분해하는 ‘알파-갈락토시다제’라는 효소 자체가 부족해 세포를 구성하는 필수물질인 ‘라이소좀’에 당지질이 쌓여 발생하는 것이다. 전형적 파브리병은 신체 전반에 당지질이 쌓이는 경우이고 심장, 신장, 뇌 등의 부위에 선택적으로 쌓이는 경우도 있어 증상 측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Q. 파브리병 환자 진단율 및 유병률은 어떠한가
-홍 교수:
파브리병 유병률은 남성에서 4만명 당 한 명, 전체 인구에서 11만 7000명 당 한 명 정도로 매우 소수다. 국내에서는 약 150명 정도의 환자가 진단을 받은 상태이고, 추정 환자 수는 400명 정도로 예상한다. 아직 진단받지 못한 환자들이 있을 가능성이 크고, 증상이 발현됐지만 질환에 대한 의심을 하지 못해서 고통받고 있는 환자도 상당하다. 국내의 경우 진단율이 상당히 낮은데, 이는 진단시스템이 체계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너 교수: 독일의 경우 전체 인구 8000만명 중에서 1200명 정도가 진단을 받은 상태, 2000명 이상의 환자 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파브리병 환자 중에서 전형적인 파브리병, 비전형적인 파브리병, 유전자다형현상을 띄는 파브리병 환자들이 있을 것으로 본다.

Q. 흔히 희귀질환이라 하면 치료가 어려운 불치병을 떠올리기 쉽다. 파브리병은 치료 가능한지

-홍 교수: 파브리병은 치료 가능한 질환이다. 이를 테면 당뇨병과 유사하다. 신체 내 대사를 조절하는 인슐린의 결핍으로 당이 축적돼 발생한 당뇨병이 인슐린 투여로 치료가 가능한 것처럼, 파브리병 역시 당지질을 분해하는 효소 결핍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제를 사용한다면 치료가 될 수 있다. 또한 다른 유전적 희귀질환과 다르게 지속적인 조절과 합병증 발생 예방에 노력을 기울이면 충분히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Q. 앞서 신장이나 심장 등의 장기에서 발병한다고 했는데 진단법은 동일한가
-홍 교수: 진단 방법은 동일하다. 알파-갈락토시다제라는 효소 수치를 확인하고 유전자 변이를 검사한다. 파브리병으로 최종 진단을 내리기까지 환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심장이 답답하고 숨이 차서 왔다고 하더라도 심장만 보면 되는 것이 아니다. 신장, 뇌, 피부 등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팀을 이뤄 환자를 진단하고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부분이 독일에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이뤄졌지만, 국내의 경우 아직 시작 단계여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바너 교수: 독일에서하나의 진단 패키지를 통해 확진이 이뤄진다. 환자가 심장 관련 증상으로 전문의를 찾아왔더라도 항상 소변검사를 해야 하며, 신체 전체의 스펙트럼을 관찰해야 한다. 나 같은 신장 전문의도 심장 초음파 이미지를 봐야 하고, 신장 전문의인 홍그루 교수님에게는 크레아티닌, 사구체 여과율 등 신장 기능에 대한 테스트가 필요하다. 이처럼 파브리병 진단은 하나의 패키지로 진행되며, 신장 및 심장 전문의 뿐 아니라 내과 전문의 등을 포함해 파브리병을 진단하기 위한 하나의 팀이 필요하다. 

Q. 진단이 늦어진다면 완치율이나 치료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홍 교수: 그렇다. 가족 스크리닝 등을 통해 조기 진단을 받고 심장이나 신장에 이상이 없는 경미한 상태에서 치료가 진행된다면 치료 예후가 좋고 합병증 예방이 용이하다. 그러나 파브리병이 많이 진행돼 심장에 당지질이 많이 쌓이게 된다면 치료로 완전히 정상으로 되돌리기는 어렵고 적절한 치료를 통해 더는 병이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는 있다.

-바너 교수:
신장 사구체에는 백만여 개의 필터가 있는데,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경화되고 섬유화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만약 40세 정도의 환자가 자신의 여과 필터 절반 정도의 기능을 소실한 상태라고 하면, 새로운 사구체 필터를 만들어 줄 수도 없기 때문에 치료 가능성이 제한적이다. 파브리병 치료에 있어 신장내과적 접근은 환자의 몸에서 알부민뇨로 빠져나가는 알부민 소실을 최소화하고, 사구체 필터의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목표를 세워 관리하는 것이다. 치료가 늦을수록 목표 달성이 어렵고, 사실상 섬유화까지 진행된 상태는 가역적으로 되돌리지 못한다고 보기 때문에 문제가 더 크다.

Q. 파브리병 치료법이 궁금한데

-홍 교수: 국내에서는 20여 년간 부족한 효소를 정맥을 통해 주기적으로 주사하는 효소대체요법(ERT)이 진행 돼 왔다. 효소대체요법은 2주에 한 번 정맥으로 효소를 직접 공급해 내부에서 신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치료법이다. 그러나 최근 새로운 치료 옵션이 추가됐다. 주사제가 아닌 먹는 약으로, 국내에서도 출시됐다. 경구용 파브리병 치료제인 '갈라폴드'는 결핍된 효소를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체내에서 결핍된 알파-갈락토시다제 A 효소와 결합해 효소의 활성화를 복원시키고 축적된 당지질을 분해한다. 2주에 한 번 내원해 수시간 동안 주사를 맞는다는 것과 비교하면, 경구용 치료제는 환자의 편의성과 순응도 개선은 물론 삶의 질도 높여준다. 그러나 국내에선 1차가 아닌 2차 약제로 급여 등재가 돼 있다. 환자마다 효소 활성도나 장기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조기 사용이 필요해, 최근 급여 확대를 논의 중이다.

Q. 독일에서는 약제 사용에 제한이 있나
-바너 교수: 독일에선 한국처럼 1차 또는 2차 약제의 별도 구분이 없으며, 순응 변이를 가진 환자들은 바로 갈라폴드를 쓸 수 있다. 독일에서 갈라폴드가 출시된지 3년 정도 됐는데, 환자들이 주사에 대한 부담으로 기회가 된다면 경구용 치료제로 바꾸고 싶어한다. 특히, 아이들은 주사에 대한 공포가 있고 학교에 가야하기 때문에 2주마다 병원에 와서 주사를 맞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기존 환자 중 순응변이가 있는 환자들은 대다수 경구용 치료제로 전환됐다. 새로운 환자 또한 순응 변이를 가지고 있으면 대부분 경구용 치료제인 갈라폴드로 치료를 시작한다.

Q. 복약 편의성 외에 효능면에서는 어떠한가
-홍 교수: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해 경구제의 효과가 확인됐다. 경구제는 특히 합병증 예방에 효과적이다. 당뇨약이 혈당 강하, 고혈압약이 혈압 강하 외에 합병증 예방 효과가 입증돼야 좋은 치료제로 인정 받는 것처럼 파브리병 치료제도 합병증 예방 효과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은 환자 수가 적어서 효과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현재까지 입증된 연구가 적어 20년동안 써온 약들과 비교해서 무엇이 더 좋다고 제안하기는 어렵고,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바너 교수: 2주 간격으로 부족한 효소를 정맥주사로 공급하는 것의 단점 중 하나가 상당히 간헐적인 치료법이라는 것이다. 약제의 반감기 때문이다. 주사제 치료는 환자마다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에 차이가 있는데, 실제 환자 중 10일이 지나면 ‘힘이 딸린다’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주사제 투여에는 2주라는 정해진 주기가 있기 때문에 4일을 기다려야 한다. 반면 경구용 치료제는 2일에 한 번 복용하기 때문에 동일한 효과가 지속적이고 휴대와 복용이 간편하다.

Q. 파브리병은 치료 가이드라인이 확립돼 있나
-바너 교수: 그렇다.   

-홍 교수: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이를 국내에 적용하기에는 어렵다. 가이드라인 적용을 위해서는 보험 급여와 같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Q. 국내·외 파브리병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제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바너 교수: 파브리병은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추적과 관찰이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 한 가지 조언을 하자면, 진료과 구분 없이 파브리병에 관심을 가진 전문의가 레퍼런스 센터를 설립할 것을 제언하고 싶다. 이미 아산병원에 레퍼런스 센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와 같은 센터가 3~4개 정도 더 세워진다면 국내 파브리병 치료 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홍 교수: 파브리병 치료는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파브리병이 미디어에 노출되는 사례가 늘면서 스크리닝을 받으러 오는 환자들이 증가하는 추세이고, 실제로 진단율도 많이 높아지고 있다. 파브리병에 대한 인식 변화를 도모해 조기 진단율을 높이고, 파브리병에 관해 관심을 가진 전문의들이 전공을 구분하지 말고 하나의 팀으로 머리를 맞대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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