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희 장관의 성공을 바란다
2008.08.10 01:38 댓글쓰기
지난 6일 오후 제47대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이 취임하였다. 먼저 전재희 신임 장관의 취임을 축하드린다. 전(全) 신임 장관은 행시로 공직에 입문한 후 노동부 노동보험국장, 직업훈련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도 광명시장 및 제 16~18대 국회의원을 거치면서 보건복지위원으로 일해 보건복지분야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전(全)장관은 취임사에서 앞으로 추진해 나가고자 하는 정책과제로 고령화 저출산 문제 극복, 식·의약품의 안전성 보장,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의 지속가능한 발전,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 정책 결정시 국민과의 소통, 정책의 일관성속에 미래를 대비할 것을 제시하였다. 그리하여 가난이 대물림 되지 않고, 가족의 마음으로 국민의 건강을 보살펴 주는 나라, 국민들에게 보다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 것을 역설하였다.

장관 임명을 놓고 일부 야당에서 "민주정치를 유린하는 행위"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반발하는 가운데 임명된 까닭에 전재희 장관의 성공적 업무 수행 여부는 이명박정부의 향후 4년 반의 통치 기반이 탄탄해질 수 있는지 여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사실 새 정부 출범 초기 이명박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이 과거 참여정부의 정책과 어떻게 차이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아왔다. 그러나 인수위 시절에 제시된 보건의료 분야의 개혁 어젠다들은 광우병 사태를 지나오면서 정책 추진의 동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국민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진 느낌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 보장성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은 지난 1977년 국민소득 1000불 시대에 북한과의 체제 경쟁 차원에서 시작된 「저수가·저부담·저급여」의 소위 『3저 패러다임』의 건강보험이 고착화 된 것에 있다.

적은 보험료를 징수하다보니 항상 재정이 부족하여 국민에게는 건강보험 적용을 적게 해주고, 의료기관에는 수가를 낮게 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난 30여년 동안 민간의료기관들은 정부의 지원이 거의 없는 가운데 한국의 의료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매진하였다. 그 결과 의학 분야에 엄청난 투자를 하는 미국의 임상을 90% 수준까지 따라잡는 쾌거를 이루었으며, 특정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의 의료 기술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난 2000년 의약분업이 실시된 이후 건강보험 재정이 만성적인 위기에 봉착하면서 그 동안 수면아래 있던 문제점 들이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선거를 의식하여 건강보험의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하기 보다는 공급자를 압박하는 정책을 남발하기에 급급했다.

그 이후 의료기관은 지속적인 경영난에 시달리게 되었다. 참여정부에서는 이러한 의료기관의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재경부를 중심으로 「의료 산업화론」을 들고 나왔다. 의료 산업화론의 핵심은 서비스 분야의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의료를 사회보장의 차원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차세대의 국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함으로써 의료기관의 재정적자도 해소하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자는 것이다.

근자에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의료관광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낮은 의료수가가 역설적으로 세계 의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의료와 관광을 접목한 새로운 분야의 수익 모델을 창조하여 의료기관의 재정적 어려움에 도움을 주고 외화수지에도 보탬이 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의료관광이 주목받고 있는 실정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참으로 아이러니컬 하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이명박 정부는 바로 잡아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제도를 둘러싼 각종 문제점들은 최근 발표된 OECD 통계치(2006년 기준)를 통해서도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통계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79.1세로 OECD 평균을 앞질러 최장수국 일본과의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보건의료 비용 측면에서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민의료비는 6.4%(OECD 8.9%), 국민의료비 중 공공지출 비중은 55.1%(OECD 73%) 및 국민 1인당 의료비 지출은 1,480USD(OECD 2,824USD)로 전체적인 의료비 수준이 OECD 평균보다 크게 낮았다.

이는 지난 30년 동안 지속되어온 ‘3저 패러다임’에 기인된 바가 크지만 최근 수년간 의료에 대한 정부의 통제 일변도 정책 또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보도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소병원의 휴·폐업률이 8%로 지난 2005년과 2006년의 5.6%에 비해 2.4%포인트 높아졌다는 사실은 현재의 인구 증가 속도를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 보건의료는 지출억제정책 보다는 건전한 육성책이 더욱 시급한 상황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전재희 장관의 취임과 함께 직면하게 될 보건의료 분야의 과제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에 있다.

민영의료보험, 영리의료법인, 병원경영지원회사(MSO) 등 일련의 의료 산업화 정책을 놓고도 극심한 사회적 대립과 갈등이 있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 이후 지난 6개월 동안 정부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도 놀란다’고 혹시나 보건의료 분야에 촛불의 불똥이 튀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 각종 정책현안들에 대해 서둘러 부인하거나 외면하기에 급급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난 참여정부에서 전반적으로 국가 중심의 사회주의식 의료 정책이 상당부분 추진되어 왔던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도 일부 장관에 따라서는 과감히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에 대한 개혁의 드라이브를 걸기도 했다.

하지만 의료계로부터 의료사회주의라는 지탄을 받던 참여정부가 시장 친화적 정책으로 의욕적으로 추진을 시작한 의료 산업화 정책이 이명박 정부에서 오히려 뜨거운 감자처럼 취급받고 있는 현실은 매우 생뚱맞다.

이제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와 색깔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전의 10년 정권과 어떻게 다른 것인지를 국민들은 알고 싶고, 그 것이 국민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고,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은 어떠한 것이 있는지 알고 싶다.

비판이 두려워서 논의를 회피하고만 있기에는 우리가 닥칠 미래의 문제점들이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현실을 향해 돌진해 오고 있다. 또한 국민소득 2만불이 넘는 현재까지 과거 소득 1000불 시대의 정책 기조를 계속 유지하기에는 우리 사회가 의료에 바라는 욕구가 너무나도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변화된 국민들의 욕구에 맞도록 다양한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들이 생겨나 재화를 창출하고, 거기에 좋은 일자리가 많이 창출됨으로써 의료 산업화를 선도해야 한다.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 정서’를 자극하거나, 문제의 핵심을 외면한 채 포퓰리즘적 구호를 제창하고 선동만 할 일이 아니다.

전재희 장관의 성공은 이명박 정부의 성공의 핵심 키워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보건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부디 전재희 장관의 재임 기간 중 대한민국의 보건의료 체계가 새로운 10년을 맞이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초석을 마련한 장관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우봉식 서울시 노원구의사회장 기자 (kimdo@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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