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혈우재단의 역할
유기영 한국혈우재단의원장
2012.09.02 18:54 댓글쓰기

1991년 설립된 한국혈우재단은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나라 혈우병 치료와 연구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2011년 말 기준으로 모두 2,103명의 혈우병 환자가 한국혈우재단에 등록하여 체계적인 관리를 받고 있으며, 2011년 연인원 1만6798명의 환자가 혈우재단 산하 3개 의원을 이용하고 있다.

 

혈우재단은 설립 당시 혈우병 환자가 치료 받을 의료기관이 부족한 상태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재단의원(서울)을 설립했다.

 

막대한 인건비, 보험급여가 되지 않는 검사비, 각종 진료비의 지원 등으로 매년 많은 적자를 보고 있음에도 지역 환자들의 요청에 따라 2006년 광주의원, 2007년 부산의원을 개설하여 혈우병 환자들이 편리하고 쉽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혈우병 관련 연구지원, 전문 논문의 배포, 각종 교육 홍보자료의 제작과 배포 등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와 함께 ‘혈우병 및 기타 선천성 응고장애 진료 매뉴얼’을 발간․배포하여 일선 의료현장에서 혈우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으며, 올해에는 대한혈액학회 혈우병연구회와 함께 혈우병 진료 매뉴얼을 제작하고 있다.

 

최근 제기된 일부의 오해에 대해 이 글을 통해 혈우재단과 부설의원의 역할과 활동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한다.

 

혈우재단 부설의원은 1주일 내내 전문적인 의료진이 진료를 하고 있다. 진료를 위한 대기시간도 짧고, 진료 시 충분한 상담을 하고, 혈우병 전문 간호사와 물리치료사 등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혈우병을 진료하는 전문의의 진료가 일주일에 3~4회에 불과하고, 혈우병 클리닉이 개설되지 않아 다른 질환 환자들과 섞여서 진료를 받는 대학병원 급 의료기관에 비해 내원하는 환자와 가족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출혈이 심하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입원이나 수술이 필요할 때에는 가까운 혈우병치료센터의 의료진과 긴밀한 연락을 취하여 응급진료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였고, 지난해부터는 ‘응급콜센터’를 운영하여 재단 부설의원의 업무시간 이후에 발생하는 출혈 등의 응급상황에도 대처하고 있다. 따라서 재단 부설의원 이용하는데 접근성의 문제가 있다는 일부의 의견은 혈우재단 부설의원에 대한 오해일 뿐이다.

 

또 혈우병 환자의 70%가 재단 부설의원을 이용하는 것이 혈우병치료센터의 활성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의견도 있는데, 오히려 혈우병 지정병원을 이용하기 어려워 재단 부설의원을 찾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만약 어느 지역의 혈우병 치료 접근성이 낮아 환자들이 불편을 겪는다면, 이는 혈우재단의원이 있어서 진료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혈우재단의원이 없는 곳의 진료 접근성이 더 낮은 상태라는 것이다.

 

혈우재단을 ‘의료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관리하고 있다’고 말하는 분도 있는데, 혈우재단은 30년 가까이 혈우병을 진료해 온 의사를 비롯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갖춘 전문가들이 관리하고 있다.

 

재단 부설의원의 진료 수준을 논하기 위해서는 우선 의원 급과 대학병원 급의 차이와 혈우병 환자들의 모든 의료적 필요가 대학병원 급의 진료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혈우병 환자와 가족이 가벼운 출혈이나 단순한 응고인자제제의 처방을 위해 대학병원에서 2~3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으며, 이는 국가가 추구하는 의료전달체계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현재 혈우재단은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9가지 중 8가지 응고인자제제를 사용하고 있다.

 

어느 병원도 이만큼 약제를 보유한 곳은 없다. 병원이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성분이 같은 모든 항생제를 구비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혈우병에 있어서도 효과가 같은 모든 약제를 구비하는 것은 오히려 낭비이다.

 

오히려 혈우재단의원의 일부 분야는 대학병원 급의 진료 수준을 상회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역위와 염기서열분석 등의 유전자 검사, 수치료 시설까지 갖춘 물리치료, C형 간염 치료 성공률, 항체 환자에 대한 면역관용요법, 여러 가지 재활의학적 처치 등은 국내는 물론이고,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러 이웃나라 일본의 의료진들도 방문을 희망하는 정도이다.

 

지난해 세계혈우연맹의 의료담당 부총재인 알리슨 스트리트 (Alison Street) 박사를 포함한 인사들이 방문하여 한국혈우재단의 시설과 의료진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은 바 있다.

 

이러한 혈우재단 부설의원의 전문적인 의료서비스와 복지서비스를 통해, 혈우재단과 부설의원이 설립되기 전인 1990년 이전에 출생한 혈우병 환자의 기대수명이 평균 57.9세에 불과했으나 1991년~2011년에 출생한 경우에는 우리나라 남성인구의 기대수명과 비슷한 75.4세로 늘어난 것이다.

 

결국, 혈우재단 부설의원이 혈우병치료센터의 활성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은 전후관계를 면밀히 살피지 못한 오해일 뿐이다.

 

물론 입원이 필요한 심한 출혈이나 응급상황의 경우에는 24시간 혈우병 전문 치료자와의 연결체계, 상시적인 약제의 비축, 필요한 임상과와 경험 많은 임상 의사들을 갖춘 활성화된 혈우병치료센터의 치료가 필요하다. 이러한 혈우병치료센터는 매일 필요한 응고인자 활성도 수치, 응고활성도 검사, 유전자 검사, 혈우병 환자에 맞는 물리치료나 수치료 시설, 혈우병 환자의 응급상황에 맞는 설비나 인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혈우병치료센터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의 혈우병 환자와 가족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해당 의료기관과 유관단체, 그리고 혈우재단과의 협력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한국혈우재단 또한 일부의 오해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수준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진료 접근성과 의료서비스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혈우병치료센터와의 진료협력을 통한 전문 클리닉의 개설과 콜센터 운영의 활성화, 혈우병 환자와 가족에 대한 교육 강화 등 우리나라 혈우병 환자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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