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기회인가?
박예수 주임교수(한양대 의대 정형외과학교실)
2012.09.09 20:00 댓글쓰기
취미가 학회 참석이라고 말하며 앞만 보고 달렸던 필자를 돌아보면 어느덧 반 백년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다.
 
과거를 돌이켜봤을 때 필자가 평생을 전공으로 공부하고 있는 척추 질환을 치료하면서, 척추 골절이 발생한 많은 어르신들을 치료하게 됐고 골절 치료와 함께 골다공증의 근본적인 치료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필자가 골다공증에 입문한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의사들이 골다공증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은 상태였으며, 특히 외과의사인 내게는 더욱 머나먼 학문이었던 것 같았다. 학회에 참여하고도 싶었지만 길을 몰랐고 인연도 없었던 필자는 이후 10여년 간 서적으로나 학회를 돌아다니며 독학으로 공부했다.
 
골다공증에 대해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다 보니 학문적으로 많은 것을 알게 됐고 어느덧 학회의 중심에 들어와 있었다. 골다공증이라는 질환의 대표 학회라 할 수 있는 대한골다공증학회의 총무이사로 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초창기에는 국내에 막 뿌리를 내린 쌍벌죄 법령으로 학회의 재정을 꾸려 나가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재정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정말 열심히 학회와 학문을 위해 일했다. 업계의 도움을 받기 위해 무수히 강연도 해줘야 했고, 많은 강연을 준비해 가며 보다 많은 것을 알게 됐다.
 
학회의 위상을 위해 많은 나라를 돌아다니며 해당국과 우리나라의 수준을 비교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었고, 지식 수준에도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골다공증이라는 질환은 누구나 맞이하는 노년기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는 질환이라 판단하고 싶다. 물론 먼저 예방만 잘 하면 걱정하지 않고 노후 생활을 즐길 수 있기도 한다.
 
최근 이러한 골다공증 분야에도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닥치고 있다. 기회란 2013년 본 학회에서 유치한 아시아 각국 11개국이 참여해 진행하는 Asian Federation of Osteoporosis Societies 라는 국제 학회라 할 수 있다. 오직 열정으로 일을 하다 보니 국내에서는 개최된 적인 없는 골다공증 관련 국제학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본다.
 
특히 아시아권에서는 동시에 참석한 적이 없었던 미국 골다공증 학회의 차기 회장과 유럽 골다공증 학회의 회장들에게서 동시에 참석 승인 결정을 받았던 것은 필자가 속한 학회를 위해서나 국내 골다공증 분야의 발전을 위해 커다란 성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좋은 일이 있으면 위기도 찾아 오듯 최근 1년 전부터 언급되고 있던 골다공증 치료 약제의 평생 1년 보험 적용 문제가 시행 직전에 있게 됐다. 이는 어느덧 국민적 관심사가 돼 있고, 건강 프로그램의 일부를 차지할 정도인 골다공증을 치료 받고 있는 많은 환자들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라 할 수 있겠다.
 
평생 1년을 치료하면 골다공증이 좋아 질까? 내가 배운, 내가 공부한 바로는 불가능한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학회의 중심에 있다고 자부하면서도 이런 문제에 너무 무기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많은 유관 학회들이 모여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올바른 결정을 받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재정이 어려우면 모든 질환 치료도 한시적으로 한다는 발상은 학자적 입장에선 대단히 우려스러운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과제로 고민하다 어느 날 일어나 거울을 보니 소싯적 무협지에 나오는 고수처럼 눈썹이 백미가 돼 있는 것을 새삼스럽게 다시 보게 되며, 전혀 힘없는 겉모습만 도사가 돼간 것 같은 자괴감이 필자를 힘들게 한다.
 
왜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가장 단순하게 풀려 하는지? 필자는 어려운 환경에선 준비된 자에게 위기는 기회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요즘의 사태가 필자의 인생 철학을 흔들고 있다. 배우자를 잡아먹는 사마귀처럼, 또한 역사가 말해주듯이 우리 민족은 세계에서 유래 없는 독한 민족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이러한 위기의 슬기로운 해결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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