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에는 있는데 보건의료기술(HT)엔 없는 것'
선경 교수(고대의대 흉부외과학교실)
2012.11.18 20:00 댓글쓰기

소비에트연방과 동구권의 정치체계가 무너지면서 그들이 가진 '엄청난' 혹은 '엄청날 것으로 기대되는' 기초과학지식과 연구결과물이 서방세계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특히 경제적으로 급성장은 했지만 기초연구나 원천기술 기반이 약한 신흥경제부국들에게 있어 구소련과 동구권의 기술 도입은 선진국들과의 격차를 단시간에 줄이고 가시적인 성과물을 보여줄 수 있는 블루오션 전략일 수 있었다.
 
본인도 과거 10여 년간 한국형 인공심장과 심실보조장치와 같은 체외순환장치를 개발하면서, 국내 연구 인력과 기술만으로 수십 년 앞서 있던 선도국가들을 따라잡기 위해 애를 써왔다.

 

그러던 중 한번은, 시베리아 숲에 감춰져 있던 구소련 국가연구소의 인공심장 개발팀과 연결이 된 적이 있었다. 그 연구팀은 당시 핫이슈였던 3세대 인공심장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별 것도 아닌 것에 하마터면 연구비를 날리고 망신까지 당할 뻔 했던 기술’이었다.
 
참고로, 3세대 인공심장이라고 부르는 축류 펌프(axial pump)는 로켓 엔진과 구조 및 개념이 동일하다. 하나는 바람이 빠져 나가고, 다른 하나는 피가 빠져 나가는 것이다. 

 

 

최근 나로호 발사의 실패. 가슴은 아프지만 후발국가가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보고, 우리 대한민국 과학자들을 믿기에 격려를 보낸다.

 

창조는 모방에서 출발하니, 언젠가는 반드시 해낼 것이다. 그러나 학습기간을 줄이는 노력은 분명히 필요하다.

 

특히 국민의 혈세인 국가 R&D 예산이 정치논리나 전시행정에 낭비되지 않도록 철저한 검증이 요구된다. 그 과정에서 과학자들의 양심과 연구윤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그나저나 최근 우리나라가 예산을 우주 사업에 엄청 퍼붓고는 있다. 나로호(KSLV-1) 사업은 100kg급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발사체를 개발하는 것으로, 2002년부터 2013년 까지 5,025억원이 투입된다.

 

발사체는 2단형으로 러시아가 개발한 1단 액체엔진과 우리가 개발한 2단 킥모터로 구성되며, 발사체 조립과 발사 운용은 우리나라와 러시아가 공동으로 수행한다. 별도의 한국형 발사체(로켓) 개발사업에는 2010년부터 2021년 까지 1조 5449억원의 예산이 확정돼 있다.

 

또한 나로우주센터 설립사업에는 2000년부터 2019년 까지 2500억원이 투입된다. 나로호에 실려 발사되는 나로과학위성(STSAT-2C) 사업에는 2011년부터 2013년 까지 20억원이 배정됐다.(출처 나로호 홈페이지 http://www.kslv.or.kr)

 

우리나라에는 '6T'라고 불리는 국가 6대 미래기술이 있다. 잘 알려진 BT(bio), IT(information), NT(nano) 외에 ST(space), ET(environment), CT(culture)가 그것이고, 나로호와 같은 우주사업은 ST에 속한다.
 
차세대 국가성장동력이라고 하는 HT(health technology)는 6T 기술분류 속에 분산돼 묻혀있다.

 

때문에 보건의료와 관련된 국가R&D사업은 유사, 중복, 비효율성을 피하기 어렵다. HT는 독립된 분류체계로 독립시켜야하고, 국가 미래기술은 '7T'로 정의되어야 한다. 예산도 마찬가지다.

 

나로호 연구개발 예산의 절반이라도 HT R&D에 투자된다면, Post-IT시대에 우리나라 국민을 위한 미래 먹거리산업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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