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되든 의료계 어려워진다' 쌓여가는 난제들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의사 증원 등 공감대···의정 '갈등' 불가피
2022.03.02 11:54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대선취재팀/기획 1]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은 여느 때보다 의료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의료를 포괄하는 의사인력 확대를 비롯해 간호법, 원격의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민감한 의료계 현안들에 대해 주요 대선후보들이 큰 틀에서 공감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누가되든 정부와 의료계 간 충돌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데일리메디 대선 특별취재팀은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기호 順)후보들의 관련 발언 및 신년대담 등을 통해 대선 이후 예고되는 보건의약 정책을 통해 의료계 변화를 분석, 전망해 봤다. [편집자주]
 
“누가 당선되든 의료계는 어렵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1주일 정도 앞두고 의료계 근심이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은 물론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명제가 돼 버린 의사인력 확대를 골자로 한 공공의료 강화와 간호법 제정, 의사들조차 대세를 거를 수 없다고 평가한 원격의료 등 난제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표를 구걸해야 하는 선거판임을 고려해도 각 대선후보들이 해당 이슈들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은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에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특히 대선 이후 ‘코로나19 상황이 잠잠해질 경우’ 정부-의협 간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 적잖다.
 
의사인력·간호법·원격의료 등 뇌관 ‘산적’
 
가장 큰 관심사는 공공의료 강화, 그 중에서도 의사인력 확대다. 2020년 의료계 총파업의 도화선이 됐던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을 골자로 한 의사인력 문제는 공공의료 강화와 맞물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심상정 등 주요 대선후보들이 공히 의사인력 확대 필요성을 인정했다. 더욱이 의료계 총파업 당시 약속했던 ‘의·정합의’에 대해서는 안철수 후보만이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간호법도 마찬가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달 16일 간호법을 단일 안건으로 상정하고 논의에 들어갔으나 의결에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간호법이 법안소위서 논의되기 이전부터 주요 대선후보 4인 모두 그 필요성을 주장했다.

법안소위가 간호법에 대한 ‘계속심사’를 결정한 이후에도 대한의사협회·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은 릴레이 ‘1인 시위’를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다. 간호법 통과 여부가 위험 수위까지 올라왔다는 방증이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20만명에 육박하면서 원격의료도 필수불가결한 상황이다. 의협 조차 오미크론 대응이라는 ‘대의’를 실현하기 위해 경증환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료의원 모델을 내놨다.
 
해당 모델은 신속항원검사(RAT)·PCR 검사 후 재택치료 및 환자 배정 등 진찰·검사·재택치료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재택치료 과정에서 환자 모니터링이 들어간다.
 
코로나19 이후 원격의료 논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평가다. 이 후보와 안 후보는 원격의료가 대면진료의 보완적인 성격이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윤 후보는 사회적 합의를 내세웠으며, 심 후보만이 반대했다.
 
전달체계·저수가 등 ‘맑음’…보장성 강화 ‘물음표’
 
그나마 의료전달체계, 저수가, 필수의료 기피현상 등에 대해서는 기대를 가질만 하다. 주요 대선후보 모두 ‘방법론’에 따라 차이를 달리할 뿐, 해당 문제들을 가볍게 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새 정부에서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이 같은 방향이 의료계에 ‘득’이 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이 후보와 윤 후보는 모두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관련해 ‘일차 의료’에 대한 지원을 대안으로 내놨다.

안 후보와 심 후보는 ‘지역별 병상총량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의협도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으로 인한 의료전달체계 왜곡의 해결방안으로 이를 수 차례 강조했다.
 
저수가 문제에 대해서도 이재명, 안철수 후보가 ‘적정부담-적정수가-적정급여’ 체계를 약속했고, 윤석열 후보도 건강보험재정 등 평가를 고려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심상성 후보는 저수가 문제 해결에 공감하면서도 의료비 100만원 상한을 함께 공언했다.
 
4명의 후보 모두 필수의료 기피현상에 대해 동감하며 ‘수련비용 지원’ ‘저수가 문제 개선’ ‘권역 협력체계’ 등 다양한 해법을 내놨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향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찍힌다.
 
인구구조 등 사회 변화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여야간 이견이 없는 몇 안 되는 정책방향이다. 이번 대선의 경우 생활밀착형 공약이 조명을 받으면서 이의 방향이 산으로 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재명 후보의 경우 탈모 치료 건강보험 보장 확대, 난임부부 조기검사 및 약값 급여화, 임플란트 적용 등을 공언했다.

이 후보 측은 약 80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하며 “감당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재정추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예를 들어 건보 적용이 실제로 이어질 경우 탈모 등 진료를 받는 인원이 폭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의 경우에도 당뇨병 환자 연속 열당 측정기 지원, 요양병원 중환자 간병비 급여화 등을 약속했으나, 약 2000억원이 들 것으로 보이는 재정추계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무엇보다 비급여의 급여화로 인한 불똥이 또 어떻게 튈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적잖다.
 
벌써 몸 푸는 의협…의사인력·간호법 ‘강경책’
 
의협은 대선 전부터 몸을 풀고 있다. 대선 후보들의 주요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새 정부가 출범하고,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된다면 시작될 논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필수 의협회장은 지난 1월 26일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주요 현안에 대해 전례 없는 강력한 어조로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전임 집행부와의 차별화를 내세우며 당선됐다. 의사 회원들에게는 정부·국회 등과 협상을 선호하는 ‘온건파’로 인식되고 있는데, 취임 후 총파업을 떠올릴만한 ‘특단의 강경책’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이필수 회장은 공공의료 확충 방안으로 거론된 의대 정원 증원 및 공공의대 설립 등 의사인력 증원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공공의료 확충은 2020년 9·4 의정 및 의당 합의를 통해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키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공의료 확충 방안으로 의대 설립과 의사 증원 방안이 ‘만능키(key)’라고 할 수는 없다”며 “건강한 의료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필수의료 지원책과 건강보험 재정운영 정책 마련 등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간호법에 대해서는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간호법 대안으로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업무범위는 의료법 등 틀 안에서 해결할 것을 주장했다.
 
이필수 회장은 “간호법과 관련해서 원만한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특단의 강경책을 모색해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단체가 의료계의 합리적인 주장과 의지를 묵살하면서까지 간호법 통과를 관철시키려 한다면, 이에 맞서 끝까지 법안 저지에 힘쓸 것”이라고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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