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안전사고 보고가 의료진 힘들게 한다면···
세밀한 지침 등 부담 가중 우려···효율적 업무·시스템 설계 필요성 등 제언
2024.06.12 17:32 댓글쓰기

환자안전 향상을 위해 보고 등 예방활동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갈수록 촘촘해지는 지침이 의료진의 부담을 키워 오히려 환자안전활동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이러한 악순환이 일어나지 않고 환자안전활동이 탄력을 받도록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과 단체 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였다. 


대한환자안전학회(회장 이재호)는 최근 건국대병원에서 '환자안전교육과 안전역량 강화', '보건의료서비스 안전관리 강화'를 주제로 제18차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제1차 환자안전종합계획(2018년~2022년)은 사고정보 수집을 시작하고, 중앙·지역환자센터를 설립하고, 의료기관 내 전담인력을 배치하는 등 기본 인프라 구축에 주력했다. 


이번에 추진되고 있는 제2차 환자안전종합계획(2023년~2027년)은 구축된 인프라를 고도화·강화하고 대국민 환자안전문화를 확산·정착시키는 게 목표다. 


이날 보건의료서비스 안전관리 강화를 주제로 한 2부 발제 및 패널토의에서 전문가들은 ▲우선순위 설정 ▲객관·효율적인 시스템 구축 ▲네트워크 형성 등을 환자안전활동의 나아갈 방향으로 꼽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의료현장에서 의약품, 의료기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신고와 보고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계속해 새로운 규정과 지침을 만들며 밀도를 높이면 오히려 의료진의 업무부담을 가중시켜 환자활동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태준 숭실대 산업·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생겨난 여러 대책이 의료진을 힘들게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보고를 많이 하면 환자를 보는게 소홀해지고 악순환이 생겨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례로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수혈 관련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환자 및 혈액정보를 혈액은행 직원과 수령하는 직원이 함께 확인하고, 수혈 직전에는 의료인 2명이 정확한 환자 및 혈액정보를 확인토록 권고하고 있다. 


박 교수는 "수혈 사고 관련 대책이 업무강도를 높이는 방향 설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두 명이 독립적으로 과업을 수행할 경우에는 유용하지만 둘 다 바쁘면 둘 다 못보고 넘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일 환자안전학회 고문(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공감했다. 


이 고문은 "우리는 규정과 지침을 새로 만드는 대로 일을 하게 되는데, 규정을 만든 이는 안전한 방법을 찾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환자를 보는 현장에서는 오히려 규정을 따르다 일을 못하고, 따르지 않는 일이 발생한다. 포괄적 관점에서 안전을 생각해야 한다"고 의견을 보탰다. 


이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데이터 구축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이재호 환자안전학회 회장(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정보의학과 교수)은 "모든 위해(危害) 사건을 다 가져오고, 전체 보고하라고 해선 안 된다"며 "심각한 상황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 약물에 집중해 자동으로 정보를 추출할 수 있는 객관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데이터들이 얼마나 좋아질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고서는 환자안전활동이 탄력받기가 힘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용 이전 생산단계부터 위해(危害) 요인 줄일 수 있어, 단체 간 협업 필요"


최애리 이대목동병원 QPS(Quality&Patient Safety) 팀장은 의료현장에서 일어나는 의료기기, 의약품 안전사고와 이와 관련된 안전활동의 애로사항을 공유했다. 


그에 따르면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는 의료기기 관련 사고의 경우, 의료진이 과도한 힘을 줘서 부러진 것인지 이정도 힘도 못 견딜만큼 불량인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보고하기도 난처한 상황이다. 


의약품과 관련해서는 "전자의무기록(EMR), 바코드 등 IT 기술을 많이 이용한다고 해서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제약회사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용 단계 이전에 생산 단계부터 환자안전활동이 시작돼야 한다는 의견은 또 나왔다. 이를 위해 개별 병원과 부서 차원에서 움직이기보다는 조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올해 초 3개 제약사와 협의해 기초수액제 라벨 개선 성과를 이뤄낸 한국병원약사회 윤정이 환자안전·질향상이사는 "의약품으로 혼동이 생겨도 제약사가 쉽게 움직이지 않지만, 문제에 대한 공감대는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 사용자인 병원간호사회 의견을 반드시 듣고 단체끼리 협업이 필요하다"며 "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이뤄지고 연결고리가 이뤄지면 훨씬 더 탄탄한 약물관리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상일 환자안전학회 고문도 "기기나 약제가 제조 단계부터 위험요인이 적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한병원협회 등이 함께 의견을 모으면 생산 단계부터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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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모모 06.15 16:46
    서류를 만들고 준비하고 이쁘고 멋지게...종류도 많이

    만드는게  환자안전실이 하는일이라면 서류에 치여 환자에게 질좋은  간호가 갈수 있을까요? 갈수록  서류더미에 규칙에 덮여서  무엇이 먼저였는지  목적이 없는거 같더군요

    지치는 서류와 문서 더비속에서 우선 나와야  한번더 또한

    더  환자를  바라볼수 있지않을까요
  • 임지영 06.14 09:09
    현장에서 와닿는 내용에 대한 논의를 하셨네요.

    각종 평가부터 지침이 너무 촘촘해서 전담자뿐아니라 현장에서도 업무가중화가 심합니다. 의료기기등의 사용에 있어도 절대적인 신뢰도 어렵구요~~~ 이런 자리는 자주 갖아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환자가 안전해지는 방법이 무엇인지... 단순 규제가 많다고 안전한건 아닌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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