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점도와 적혈구, 그리고 혈관 건강관리
조영일 박사(미국 드렉셀대학교)
2023.06.19 06:20 댓글쓰기

[특별기고 1] 이른 폭염 가능성이 예보된 요즘 같은 시기에는 혈관 건강관리가 중요하다. 더위로 인해 신체 수분 배출이 많아지면 혈액 점도가 높아지고 끈끈해져서 혈전이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혈소판 역시 고온이나 탈수 증상이 생기면 지나치게 활성화돼 혈액 점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이렇게 생긴 혈전이 돌아다니다가 혈관을 막아 뇌졸중 및 심근경색 등과 같은 심뇌혈관질환을 유발한다. 특히 당뇨병이나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혈액 점도가 높아지면 더 위험하다.

그런 차원에서 혈액점도검사는 심뇌혈관 질환 진단을 위한 유용한 지표로 활용된다. 혈액점도검사  가운데 스캐닝모세관법(scanning capillary tube method)은 정확하고 신뢰도가 높은 검사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서 개발된 '헤모비스터'는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은 유일한 스캐팅모세관법 혈액점도검사 장비로,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로 채택돼 유용성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소량 혈액 체취만으로 검사를 실시, 심뇌혈관질환은 물론 말초혈관질환, 과다점성증후군 등을 진단할 수 있다. 선별급여 적용으로  환자부담도 대폭 줄었다. 

현재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국내 60여개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에서 연간 9만건 이상의 검사를 진행 중이다.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질환 발병 위험도 개선 및 예후 예측은 물론 효과적인 치료에 긍정적인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정기적인 혈액점도검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데일리메디는 이 같은 질병 위험을 낮추고 예방할 수 있는 혈액점도에 대한 의료계 종사자 및 국민 이해를 높이고자 미국 드렉셀대학교 조영일 박사 등 전문가 글을 시리즈로 게재한다.[편집자주] 


우리 몸의 혈액에는 적혈구가 30~50% 정도 있고, 이들이 혈액을 끈끈하게 만든다. 적혈구는 왜 이렇게 많을까?


혈액 속에 적혈구가 많으면  보다 많은 산소가 세포들에게 전달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혈액이 그만큼 끈끈해져서 오히려 산소 전달이 줄어들 수 있다. 혈액의 끈끈함을 공학에서는 점도 (Viscosity)라고 표현한다. 


우리 몸은 주변 환경에서 살아남도록 최적화돼 있는데 적혈구 수도 예외는 아니다.


대부분 인류는 한국처럼 바다와 비슷한 높이의 땅에 살고 있는데,  남미 페루나 에콰도르에 걸쳐 있는 안데스 고산지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산소가 충분치 않은 환경때문에 심한 저산소증 상태에 노출돼 있다.


이로 인한 반응으로 헤마토크리트(HCT)가 65~70%까지 높아져 '극도의 적혈구 증가증(polycythemia)'에 평생 노출된 채 살아간다. 


이들의 혈액 점도는 한국처럼 바다 높이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훨씬 높을 수 밖에 없고 우심실 기능 장애와 관련된 심한 폐고혈압(pulmonary hypertension)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데 같은 안데스 고산지대에 살고 있는 사슴과 동물인 비쿠나는 고산지대의 저산소 환경에 잘 적응했다.


안데스 고산지대는 낮에는 온도가 36도까지 올라가고 밤에는 6도까지 떨어지기 때문에 온도에 민감하게 변하는 혈액 점도는 밤에 상당히 증가한다.


비쿠나는 HCT가 약 80%까지 올라감에도 불구하고 고산지대 환경에서 살아남도록 진화, 이들의 혈액 점도는 별로 높지 않다.  


비슷한 예로 극지방 바다에는 아예 적혈구가 없는 물고기(icefish)들이 있다. 헤모글로빈 유전자가 진화과정을 통해 소멸돼 극저온에서 혈액 점도 증가 문제를 원천적으로 제거했다. 대신 혈액 플라스마에 산소 용해도를 높여서 산소를 공급한다.


"헤마토크리트 정상범위 초과 시 혈액 점도 상승 야기"

 

HCT 정상범위는 남자는 40~54%, 여자는 36~47%로 알려져 있다. 혈액 점도를 정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HCT가 너무 높아지지 않도록 일상생활에서 노력해야 한다.


선지해장국 같은 음식을 자주 먹거나 철분이 들어있는 약품을 복용하면 당연히 적혈구가 많이 만들어져 혈액 점도가 올라간다.  


혈액 점도가 정상범위 이상으로 증가하면 혈액 흐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특히 세포에 산소를 공급하는 미세혈관에서의 혈(血) 유동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폐경 전(前) 많은 여성들에게 흔한 빈혈은 철분 부족으로 적혈구가 너무 줄어서 생긴 질환이다. 이때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반대로 산소 공급이 더 잘 될 수도 있다. 


고속도로에 자동차 숫자가 줄게 되면 차들이 훨씬 수월하게 달릴 수 있듯이 적혈구가 감소하면 혈관에서 특히, 미세혈관에서 혈액 흐름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대의학에서 적혈구의 정상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게 규정돼 있어 남성의 경우 HCT가 50%를 넘어도 정상으로 분류된다. 이 경우 혈액 점도는 아주 비정상으로 증가될 수 있다.


고속도로에 차가 너무 많으면 교통정체가 일어나는 것처럼 적혈구가 너무 많으면, 혈액이 혈관에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미세혈관에서는 이 문제가 더 심각해져서 극단적인 경우 혈액 흐름이 정지돼 미세혈관 자체가 없어지고 미세혈관이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 뇌, 신장, 간 등 장기들이 정상 기능을 못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장기들이 기능을 멈추게 된다. 이에 따라 HCT가  50%를 넘는 경우 혈액 점도를 측정해 볼 필요가 있다.


뇌, 심장, 간, 신장, 망막 등에 있는 수많은 작은 혈관들은 내경이 1mm 이하이고 또 구불구불한 모양을 하고 있는 혈관들이 많아 혈액이 쉽게 흐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혈액 점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경우 혈액 흐름에 심각한 문제가 쉽게 생길 것으로 상상할 수 있다. 


"적혈구 응집으로 인한 혈(血) 유동 문제 접근 위해 혈액점도 측정 필요"


또한 심장에서 펌핑돼 온몸으로 흐른 혈액이 심장으로 되돌아가기 위해선 내경이 10마이크론 이하인 모세혈관을 지나야 하는데 이때 혈액 점도가 이들 혈관에서의 혈(血) 유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 몸 구석구석 세포에 산소를 전달하기 위해 적혈구들이 혈액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적혈구들은 혈액이 빠른 속도로 흐를 때는 균일하게 흩어진다.


반면 미세혈관에서 혈액이 아주 천천히 흐를 때는 적혈구들이 서로 달라 붙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혈액이 동맥혈관과 정맥혈관을 순환하며 이런 사이클을 끊임없이 반복하는데 어느 순간 미세혈관에서 적혈구들이 응집해 크기가 커진 적혈구 입자들이 일시적으로 만들어지면 혈액이 미세혈관을 빠져 나가기 어려워진다.


혈장단백질과 LDL 콜레스테롤, 그리고 중성지방 등은 적혈구들의 응집 현상을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미세혈관에 적혈구들의 응집으로 인한 혈(血) 유동 문제가 생기는 현상을 공학적인 방법으로, 그리고 숫자로 표현해 보려는 노력이 혈액 점도를 측정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조영일 박사는 미국 동부 명문 사립대인 드렉셀대학교(Drexel University)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인체시스템에서 생명을 지키는 혈류 시스템을 연구해 온 그는 세계 최초 임상용 혈액점도검사기 이론을 정립했다. 미국우주항공국(NASA) 연구원으로 입사해서 우주인의 우주여행 후 심혈관 건강상태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관련기사
댓글 2
답변 글쓰기
0 / 2000
  • 주모비스터 07.06 18:04
    국뽕이 차오른다

    주모 여기 막걸리한잔줘!
  • 킹모드 07.06 14:28
    킹모비스터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