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윤리 그리고 자율징계권
김도경기자
2016.02.23 06:50 댓글쓰기

[수첩]지난해 말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의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한 C형간염 집단 감염사태가 발생, 사회적으로 큰 평지풍파가 일었다. 그런데 최근 이 사건의 여파가 가라앉지도 않았는데 최근 제천과 원주에서도 판박이 사건이 발생했다.
 

주사기나 주사액을 다시 사용하는 경우 이를 매개로 환자들 사이에 병이 옮겨 질 수 있다는 것은 일반인도 아는 기본적 상식인데 전문가이고 사람의 목숨을 치유하는 의사들이 왜 이러한 무모한 행위를 한 것일까?
 

다나의원의 경우 원장은 자신이 앓고 있는 질병으로 인해 판단 및 관리능력이 정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원장은 2012년 뇌출혈로 장애등급 2급(뇌병변 장애 3급 및 언어장애 4급) 판정을 받은 상태에서 의원을 계속 운영해 온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보건복지부는 의료인 면허 취소 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도 "동의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의협은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은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며 "비윤리적인 회원에 대한 면허취소 검토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감염관리 및 의료윤리 교육을 더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계는 근래 들어 비윤리적인 의사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징계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국민이 체감할 정도의 액션이 나올 수 없다.
 

그렇다보니, 의료계가 비윤리적인 동료 의사를 감싸는 것처럼 비쳐져 답답하기만 하다. 이에 의료계는 줄곧 윤리적 원칙에 맞지 않는 의료인에 대한 제재가 제한적이라며 자율 징계권를 요구하고 있다.
 

의료계의 자정 노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에 합당한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의료는 생명을 다룬다는 점에서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고도의 전문분야이며 폐쇄적이다.
 

때문에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보건당국의 조사만으로는 실상을 파헤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세상에 알려진 사건들은 의료계 내에서 일어나는 비윤리적인 행위의 일부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동료인 의사들은 누가 비윤리적으로 진료를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다나의원 사건의 경우도 의료계 내부고발로 인해 세상에 알려졌다.
 

실제 의료 선진국들은 의료인단체에 비윤리적인 의사를 조사하고 징계하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의사단체에 그런 권한이 없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권한을 악용해 동료 의사의 허물을 덮어줄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의사협회 김주현 이사는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국민들은 협회에서 신속하게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회원들을 징계하기를 원하는데 사실 협회는 징계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때문에 협회가 비도덕적인 의사들을 보호하는 듯한 인상을 줘 곤란스럽다"고 토로했다.
 

김 이사는 "의협이 복지부에 지속적으로 자율정화할 수 있는 징계권을 요구하고 있지만, 보건의료계 5개 단체 모두 징계권이 없다는 이유로 묵묵부답"이라면서 "의료법을 개정해서라도 하루 빨리 징계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왜 비슷한 위치와 사회적 평판을 받는 변호사들은 자체 징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변호사들은 그들 단체를 통해 변호사 자격을 등록하고 변호사법 위반이나 회칙 위반,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조사권과 함께 실효적 징계 권한을 갖고 비교적 잘 운영돼 오고 있다. 
 

변협처럼 전문 분야에서는 자율정화가 직업적 윤리 고취시키고 스스로 감시하는 제일 효과적인 방법이다. 의사단체도 이러한 권한이 부여됐을 때 의사 직업윤리와 사명을 갖고, 국민들의 신뢰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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