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발 리베이트 ‘후폭풍’···교수 등 ‘구속·사직’
진료 공백 초래되면서 일부병원 환자 감소, “선생님 어디가셨어요”
2016.12.29 12:00 댓글쓰기

 [현지 르뽀]관행적으로 이뤄지는 병·의원 등 의료기관과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는 근절돼야 할 사안이다.

최근 리베이트 처벌 강화법 통과로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처단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제2의 도시 부산은 올해 4곳의 대학병원 교수가 특정 의약품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억대의 뒷돈을 챙긴 사건으로 뒤숭숭했다.

불법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된 대학병원 교수들은 정직·휴직·퇴직으로 후폭풍을 맞았고 이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가기도 했다.

올해 최대 규모 불법 리베이트로 직격탄을 맞은 부산권 대학병원 등을 찾아 전반적인 분위기를 살펴봤다.
 

“외래 환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부산의료원 관계자는 데일리메디와의 만남에서 불법 리베이트 여파에 대해 이같이 운을 떼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산시 산하 공공의료기관인 부산의료원 前 기획조정실장인 A씨는 제약사와 의료기기 업체 20여곳으로부터 억대의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지난 9월 구속됐으며 현재는 사직한 상태다.

A씨는 약품 및 의료기기를 선정하고 수입 및 지출에 대한 예산을 편성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이용해 뇌물 3010만 원, 불법 리베이트 3억3854만 원을 거액을 수수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의료원의 총괄적인 기획 및 운영을 담당하는 기획조정실장인 동시에 준공무원인 A씨가 청렴 의무에 반해 불법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가 포착되면서 논란은 가중됐다.

해당 의사는 실력을 인정받아 전문 분야에서 입소문이 났던 터라 환자들이 경험하는 상실감은 더 크다.

부산의료원 관계자는 “의사로부터 진료를 받아 온 기존 환자들이 대거 빠지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더욱이 시민들 혈세로 운영되는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임에도 불법 리베이트로 의료품을 비싼 가격에 납품받아 판매, 지방자치자금을 낭비하고 시민들의 지방세 부담이 상승하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에 그 파장은 더욱 컸다.

이에 부산의료원은 성분별 입찰방식을 확대해 의약품 가격을 낮추는 등의 내용을 담은 대책을 마련했다.

의약품의 가격 상승과 더불어 리베이트로 이어질 수 있는 품목별 입찰방식의 허점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12%에 불과한 성분별 입찰 비율을 내년 65% 이상으로 늘려 리베이트를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불법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됐던 또 다른 의료기관인 해운대백병원은 동일 진료과목 내 다른 의료진으로 진료 공백을 메우고 있다.

해운대백병원 관계자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새로 병원에 온 의료진이 의사의 환자들까지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업무가 다소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해운대백병원 과장급 의사 B씨는 의약품 판매업자에게 6년 넘게 억대의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지난 11월 배임수재 혐의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다.

B씨는 약품 판매업자로부터 약 1억2000만 원의 불법 리베이트를 받았고 모제약사 부장은 독점판매권 부여 대가로 1억3000만 원을 수수한 정황이 확인됐다.

교수가 혈액종양내과 소속인 터라 정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암 환자들에 대한 치료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까지 초래되고 있다.

한 교수는 “아무래도 암 환자들을 보아왔기에 환자들이 경험하는 타격이 없을 수는 없다”고 털어놨다.

병원 관계자 역시 의사가 진료를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됨으로써 증가하는 환자들의 질문에 난처함을 표했다.
해운대백병원 관계자는 “암 환자들이 교수에게 의지를 많이 한 부분도 있다”며 “환자들이 ‘우리 의사 선생님 어디갔나요’ 할 때 마다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고신대학교 복음병원은 무려 의사 7명이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정황이 포착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구속 기소된 의사 중 한 명은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왔으나 지난 2012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수십차례에 걸쳐 2억4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설수에 휘말렸다.

또한 해당 병원 의국장에게 수십만 건의 환자정보를 의약품 도매상으로 넘기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의사 6명 또한 부산 소재 대형 의약품 도매상부터 많게는 수억 원대의 뒷돈을 챙긴 정황이 포착됐다.

고신대병원 관계자는 “교육부에 직위해제를 요청한 상황”이라며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다른 의료진이 대신 진료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일반적으로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액수 범위에 따라 행정처분을 받는 기간이 다른데 이번에는 인원도 많고 좀 다른 상황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양산부산대병원의 경우 교수 2명이 특정 의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제약회사 대표로부터 각각 1억여 원과 5천여 만 원의 뒷돈을 챙긴 정황이 확인됐다.

혈액종양내과 교수 C씨는 병원 내 약무위원회 위원으로 의약품을 선정하고 납품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남용해 제약사 대표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C씨는 심지어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헌금까지 요구하는 등 제약회사를 개인금고와 같이 이용하는 행태를 보였다.

이는 국내 의약품 유통구조의 단면을 보여준다. 현재 의료계는 성능과 효능이 비슷한 제네릭 중심의 의약품 시장 경쟁 구조가 형성돼 있으며 의료인이 의약품을 선택하는 유통구조다.

이로 인해 제약회사는 리베이트 제공을 통한 거래처 관리만으로 안정적 수입을 보장받았고 의료인은 이를 악용해 제약회사로부터 각종 음성적 리베이트를 수수하곤 했다.

해당 의료진은 현재 휴직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산부산대병원 관계자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으로 알고 있다”며 “병원 차원에서 별도 징계는 없었고 진료 공백은 다른 의료진이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후 판결·행정처분 결과 등 추이 주목

이번 ‘부산발 리베이트’ 사건은 금년 발생했던 불법 리베이트 중 최대 규모다.

검찰은 지난 5월경 인제학원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의약업계의 리베이트가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 의약업계의 고질적이고 구조적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본격 수사에 돌입했다.

부산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지난 10월 불법 리베이트 연루 의료기관, 제약사 및 의료기기업체들을 단속해 47명을 적발(의사 28명)하고 그 중 30명을 기소(의사 12명)했다고 밝혔다.

부산발 리베이트 사건으로 의료계뿐만 아니라 제약 및 의료기기 업계에까지 검찰 수사 칼날이 겨눠졌다.

‘부산발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된 의약품 유통업체 Y사 대표 A씨는 최근 4년간 3억9300만 원을 의약품 처방 대가 리베이트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세금계산서를 허위 발급받는 방식으로 회사 자금 28억 원을 횡령해 의사들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리베이트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횡령한 회사 자금을 차명계좌로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범죄로 얻은 수익을 은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뿐만 아니라 A씨는 교수들의 지시를 받은 환자정보 담당자들로부터 환자 개인정보 29만 건 이상을 제공받아 리베이트 지급액을 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환자정보 담당자들은 지속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받기 위해 인수인계까지 하고 환자처방내역을 출력해 제약사에 전달하는 등 조직적인 리베이트 관행이 파악됐다.

이에 검찰은 부산 지역 내 주요 도매업체 등 유력 의약품 유통업체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추가적인 수사 결과와 관련해서 부산지방검찰청 관계자는 “이후에는 구체적인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와 더불어 보건복지부의 행정처분도 진행 중이다.

검찰은 리베이트 대상 의약품 약가 인하, 요양급여 정지, 리베이트 수수 의사에 대한 면허정지와 리베이트 공여 제약사 및 의료기기업체에 대한 업무정지 등의 내용을 담은 행정처분을 복지부에 의뢰했다.

복지부는 의료인과 약사, 의료기사 등이 의료법, 약사법 등 관계법령을 위반했을 시에는 행정처분을 내리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10월 부산지방검찰청으로부터 ‘부산발 리베이트’ 사건과 관련된 행정처분 의뢰서를 건네받고 혐의가 있는 의료진들에게 사전통지서를 전달했다.

사전통지서는 행정처분이 이뤄지기 전 당사자들에게 예고하는 과정으로 해당 사안에 대해 최저부터 최고 수위의 처분이 내려질 수 있음을 알리는 절차다.

불법 리베이트 사건의 경우 수수한 금액의 범위에 따라 ‘경고’ 조치부터 ‘자격정지 12개월’까지 가능하다.

수수액을 기준으로 300만원 미만이면 ‘경고’, 300~500만원 ‘자격정지 2개월’, 500~1000만원 ‘자격정지 4개월’, 2500만원 이상 ‘자격정지 12개월’ 등의 기준이 포함된다.

특히 이번 ‘부산발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된 의료진의 수수금액이 많게는 억대 단위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알려져 행정처분이 예상보다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법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된 부산의료원 B과장의 경우 제약 및 의료기기업체 20곳으로부터 3억6848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지역 중견 의약품 유통업체로부터 뒷돈을 챙긴 정황이 포착된 고신대병원 의료진 중 C교수 또한 수수금액의 액수가 억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병원인 양산부산대병원 D교수가 1억원 대의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손민영 주무관은 “아직은 사법처리가 진행 중이어서 행정처분이 확정된 사람은 없다”며 “일정 시간이 걸리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올해 최대 규모로 발생한‘부산발 리베이트’ 사건으로 제약 리베이트가 수조원대의 국가적 손실이 초래한 것으로 관측했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제약회사와 병원 규모, 의약품 종류 및 매출에 따라 조금씩의 차이는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매출액의 10~20%가 리베이트 비용으로 지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액수로 따져보면 약 1조3950억 원에서 2조790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이 리베이트로 누수되고 있다.
이는 나아가 국민들의 의료비 및 보험료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

이에 부산지검은 복지부 등에 리베이트 내부 고발인에 대한 포상금 제도 도입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현재 리베이트를 준 사람과 받은 사람 모두를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도입, 운영 중이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리베이트 수법이 갈수록 다양하고 교묘해지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부산지검은 폐쇄적 구조로 병원 및 제약사 직원들의 내부고발 없이는 사실을 밝혀내기 어려운 현실에 착안해 제보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상을 기반으로 한 ‘포상금 제도’를 논의 중이다.

부산지검은 제도적 개선과 함께 지속적인 단속 활동을 전개해 불법 리베이트 근절 노력을 지속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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