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조정 자동 개시, 의료계 반발 확산
추무진 의협회장, 강력 비난…'중상해 범위 모호'
2016.02.18 05:52 댓글쓰기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결되면서 의료계의 거부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7일 환자 '사망' 또는 '중상해'의 경우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접수된 조정신청에 대해 의료인의 분쟁조정 참가 의지와 무관하게 자동으로 조정 절차가 개시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결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18일 "포퓰리즘에 휩싸인 졸속 입법의 결과로 방어진료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저해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국민과 의료기관, 의료인 모두에게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 경고했다.

이어 "합리적인 의료분쟁 조정제도의 연착륙을 위한 개선 방안을 수 차례 제안했지만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배제하고 일명 신해철법, 예강이법이라 불리는 사회적 이슈에 휘말렸다"고 맹비난했다.


환자 사망의 경우 피해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명확하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의료사고로 인한 중상해는 엄연히 다르다는 지적이다.


판단 기준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환자측이 느끼는 피해 정도와 의학적 판단이 서로 상이하기 때문에 의료전문가에 의한 면밀한 검토와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게 얘기다.


추무진 회장은 "현행 의료사고감정단과 감정부 구성에 있어 의료 전문성을 살리고 객관적인 의학적 판단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전문가 참여를 확대하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던 의료사고 브로커의 개입을 막고 변호사가 아닌 사람을 대리인으로 선임하기 위해서는 중재원장의 허가를 얻도록 하는 절차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헌적 소지가 있는 손해배상 대불금 조항도 삭제를 촉구했다.


추무진 회장은 "분쟁조정이 환자 증거 수집 절차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민사소송에서의 원용금지조항을 마련해야 한다"며 "분쟁조정 자동개시는 원칙적으로 당사자간 자율적인 분쟁해결이라는 법의 취지를 몰각한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의료행위와 관련한 경미한 손상만이 발생한 경우에도 무소불위의 의료사고 조사가 진행되도록 한 현행 규정은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서울시의사회 역시 개정안이 이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방어진료가 일반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가장 큰 문제는 개정안에 포함된 '중상해'라는 개념 자체가 의학적이지 않으며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주장이다.


의사회는 "의료사고로 인해 환자와 가족들이 입게 될 피해에 대해 합당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초래될 또 다른 측면에 대해서는 경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생명 연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의료행위 본연의 목적이 달성되기보다 의료분쟁을 피하기 위한 소극적 대처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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