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 지냈어도 당직 서는 흉부외과 교수
건국의대 지현근 '당직의 채용 건의해도 고개젓는 병원들 태반 안타까워'
2014.09.11 20:00 댓글쓰기

“어쩔 수 없죠. 당장 다음달이면 전문의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레지던트 4년차도 일주일에 3번을 당직을 서고 있으니까요. 전공의 주 80시간 상한제 실시 이후 현실로 다가왔고 앞으로 더 걱정입니다.”

 

흉부외과 과장까지 역임했지만 그도 예외일 수 없다. 전공의를 포함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당연히 당직에 투입돼야 한다.

 

지현근 교수[사진]는 11일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지금으로선 별 다른 방법이 있나"는 말로 현 상황을 대변했다.

 

이제는 떠났지만 송명근 교수 등을 포함해 우수한 의료진이 포진돼 있던 건국대병원 심장혈관센터에는 이미 상당 수 환자들이 거쳐 갔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현근 교수는 “3년 전에는 레지던트가 전체 6명인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4년차 단 한 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교수들도 당직을 서고 있다”고 말했다.

 

지 교수는 “흉부외과 수가 100% 인상 이후 그나마 병원 내에서 예전만큼은 ‘애물단지’ 취급을 당하진 않지만 여전히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현장에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판단 하에 병원측에 여러 번 건의도 했지만 사정은 녹록치 않다.

 

지 교수는 “이미 인력 공백으로 고심하고 있는 흉부외과가 전국 대부분”이라면서 “심장수술 후 예후를 관찰하거나 갑자기 급한 일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당직의사 고용에 대한 뜻을 피력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직의사를 고용할 경우, 병원 입장에서는 합당한 대우와 보상을 전제로 채용을 해야하는데 선뜻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미래 보장 안되는 흉부외과 젊은의사 외면-인력 수요·공급 정밀한 분석 절실" 

 

지 교수는 “지나친 업무 과중으로 피로도가 급증한 상태에서도 남아있는 인력이 업무를 도맡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야말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 교수는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으로 펠로우들이 많이 집중되는 이유는 케이스가 많다보니 경험도 자연스럽게 많아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의료인력 쏠림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일종의 ‘당근’ 정책이 제시되기도 하고 국회의원들의 문제 제기로 꾸준히 공론화가 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흉부외과 위기는 ‘미래에 대한 보장 여부’로 귀결된다.

 

지 교수는 “매년 흉부외과 의사가 필수적으로 배치돼야 하는 분야 등 정책 수립에 학회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미 수요와 공급에 대한 단추가 잘못 끼워진 상태라 사실 어디서부터 문제를 해결해야될 지 암담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지 교수는 "과연 매년 몇 명의 ‘흉부외과 의사’가 필요한지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요와 공급 체계에 대한 정확한 분석의 중요성을 피력한 셈이다.

 

지 교수는 “아무리 힘들고 고된 흉부외과라도 수련을 받고 난 후 일할 수 있는 자리가 보장만 된다면 전공의들이 이토록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중환자실, 외상센터 등에서 흉부외과 의사들이 활약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