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감 심화 서울대병원 외과 '고육지책'
서경석 과장
2014.12.28 20:00 댓글쓰기

젊은의사들로부터 오랜 시간 기피과 '꼬리표'를 떼지 못했던 산부인과의 회복세가 눈에 띄었던 2015년 전공의 모집. 특히 서울대병원 산부인과는 13명 정원에 17명이 문을 두드려 모처럼 웃음을 지었다.


 "젊은의사들 외면 특단 차원서 Hospitalist 제도 도입 검토"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12명 정원에 3명만이 지원한 서울대병원 외과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단의 대책으로 이 병원 외과는 '호스피탈리스트(Hospitalist)' 제도 도입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외과 서경석 과장[사진]은 최근 데일리메디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공의 모집에서 현저히 낮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 관련, "의학전문대학원의 취지가 왜곡된 여실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우려했던 서글픈 예상이 현실화됐다는 것이다.


서경석 과장은 “2~3년 전부터 의학전문대학원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진료 일선에 투입되는 전공의에 지원하고 있다. 폄훼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떻게 보면 힘들고 고된 진료과 보다는 좀 더 수월한, 무엇보다 취업이 용이한 진료과로 눈을 돌리는 경향이 강하다”고 해석했다.


전국적으로 외과가 전공의 부족 현상을 겪는 현재의 상황은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의전원 폐해 현실화됐고 전공의 근무 주 80시간 제한으로 설상가상"  


서경석 과장은 “매일 저녁까지 진료, 수술에 당직까지 업무 과중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전공의 주80시간 제한이라는 정책까지 시행되면서 그야말로 악순환의 반복”이라고 성토했다.


실제 외과는 주 80시간은 기본, 100시간 120시간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법정 근무시간 40시간의 두 배를 넘는 수준. 과중한 근로시간의 핵심엔 당직이 있다.


게다가 외과 중 ‘이식’ 분야는 갈수록 지원자가 줄고 있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이식’을 책임질 젊은의사들을 점점 찾기 힘들어진다면 수 십 년 후에는 최악의 상황에도 직면할 수 있다.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서울대병원 외과는 최근 특단의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바로 호스피탈리스트(Hospitalist) 제도 도입이다. 호스피탈리스트는 입원환자 관리 및 당직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로 이미 내과에서는 도입을 위한 움직임이 있어왔다.


환자 안전을 위해 전공의 근무 시간을 엄격하게 제한한 미국의 경우, 근무 시간 감축으로 발생한 진료 공백을 입원전담전문의라 불리는 ‘호스피탈리스트(Hospitalist)’가 메우고 있다.


서경석 과장은 “펠로우는 물론 전공의들은 임상에서 전문가로서 역할이 주어진다. 당연히 그에 부합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수련병원의 모습은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서경석 과장은 “실제 업무 영역 외 일들이 너무 많다. 이에 심도있게 검토한 것이 Hospitalist인데 보통 수술장, 병실, 응급실 등에서 전담의를 둬 업무 영역을 뚜렷하게 구분지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교육 및 수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근로를 분담할 추가 전문의 인력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들이 병원에 상주하면서 당직 등도 수행토록 한다면 환자 진료에 있어서도 안전성을 확보함은 물론 상대적으로 전공의들 업무부담 역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병동에 도입해서 내과뿐만 아니라 외과 지원을 꺼리는 전공의들에게 숨통을 틔워주자는 생각이다.


그러면서 서 과장은 “전공의가 없다고 해서 원칙을 제대로 해두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단지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외과에 진정으로 뜻이 없는 전공의를 채용하는 것도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며 의미심장한 의견을 내놨다.


물론, 압박 위주의 보건의료정책과 미래 외과 수련 이후 진로라는 외적 요인도 있지만 수련환경 개선이라는 곪아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먼저라는 얘기다.


서경석 과장은 “최근 들어 4년이라는 수련을 마치고도 간이식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전공의를 찾기가 힘들어지고 있다”면서 “대표적으로 고난이도 수술로 꼽히는 간이식이 현재와 같은 모습이라면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간이식 수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명성은 결코 저절로 얻어지지 않았다”면서 “외과가 진정성있는 ‘의료’로 여겨져 가치를 하루 빨리 인정받고 의료정책, 전공의 지원에 있어서도 조속한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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