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횡령 혐의 서남의대 이사장 보석
김민수 기자
2013.02.14 18:02 댓글쓰기
무려 1004억원이다. 단순 액수 ‘1004’만 들으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조성한 모금액의 명칭처럼 들린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이 금액은 철저한 돈 세탁을 거치면서 한 사람의 비리자금으로 고스란히 쌓여왔다.

 

비리 규모와 형태만 봐도 국내 최대 사학재단 사건임을 짐작케 하는 이번 사건은 서남대 이사장 이 모 씨가 최근 병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적절성 여부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 모 씨는 개인의 탐욕을 위해 부속병원에 법인 기획실까지 만들며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였다. 서남대 남광병원과 서남대병원이 심각한 실적 부진을 겪고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비리 착복에 전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서남의대는 부실교육대학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채 사상 초유의 ‘졸업생 의사면허 취소 사태’까지 직면하게 됐다.

 

이 모 씨가 횡령한 액수도 액수지만 초조함과 걱정 속에 이번 명절을 보낸 서남의대 재학생 및 졸업생들을 생각하면 그의 죄는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지난 1월에 열린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과 민주통합당 이목희 의원 주최 ‘부실의대 학생교육권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방안’ 토론회에서는 학생들의 심적 고충이 여실히 드러났다.

 

학생들은 모교 정상화를 위해 국회의원 및 정부 관계자가 중지를 모아주길 간곡히 당부했고, 앞으로 이러한 일이 또 발생하지 않도록 부실교육 관리 · 감독에 더욱 신중을 기해줄 것을 간청했다.

 

당시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여러차례 “참담하다”는 표현을 썼다. 박인숙 의원은 “사태가 이렇게까지 심각해 질 때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한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서남의대가 더 이상 손을 쓰기 힘든 상황까지 온 사유는 다양하겠지만, 이사장 이 모 씨의 비리가 가장 근원적 요인임에는 틀림없다. 사학재단의 핵심인물인 그가 올바른 의대교육과 병원 정상화에 힘을 쏟았더라면 서남의대 사태가 지금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이 모 씨는 본인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해 국정감사장 출석요구를 건강상 이유로 거부한데 이어, 실형을 선고받은 지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또 다시 보석을 신청했다. 보석신청 이유 역시 ‘건강악화’였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한시적이나마 법의 시혜를 받게 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모 씨가 수감 중 팔굽혀 펴기 등 꾸준히 운동을 하는 장면을 CCTV로 포착했다고 한다. 굳이 CCTV 증거가 없더라도 연간 항공기 이용 횟수가 280여 회나 되고, 재단 산하 기관 현장관리에 직접 나서는 등 그동안 외부에 보인 이 모 씨의 왕성한 활동에 비춰볼 때 이번 보석허가 결정은 납득이 힘들다.

 

물론 고령인 그가 갑작스럽게 건강이 악화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은 언론을 통해 비리에 연루된 정치인, 기업인들이 하나같이 휠체어를 타고 조사 받고, 형이 확정된 직후 건강상 이유로 보석을 신청해 쉽사리 풀려나는 사례를 수차례 봐왔다.

 

특히 의구심을 자아내는 대목은 이사장의 사위가 보석을 허가한 재판장과 사법시험 동기로 알려졌다.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현직 판사인 사위는 이번 보석허가 결정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언론에 밝혔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개인비리 때문에 고된 대학입시 과정을 거쳐 의대에 진학한 서남의대 재학생 및 졸업생에게 정신적인 피해가 가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와 사법 당국은 이 점을 철저히 유념해야 한다.

 

과연 서남의대 이사장 이 모 씨의 이번 보석 신청과 법원의 허가 결정이 앞서 열거된 내용들과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일각에서 제기되듯이 증거인멸 등을 위한 이 모 씨 꼼수일까.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일반 국민들은 이번 사법부의 판결에 동의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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