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출범 두달과 의료기기 민원
2013.05.16 13:59 댓글쓰기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처로 승격됐다. 정부 조직개편안의 국회 표류 문제로 인해 지난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한 지 두 달여 만에 국무총리실 직속 처 위상을 갖추게 됐다.

 

얼마 전에는 대통령 업무보고까지 마쳤다. 초대 식약처장으로 부임한 정승 처장도 본격적으로 업무에 돌입했다. 그러나 식약청의 처 승격에 대한 의료기기 업계의 반응은 아직은 뜨뜻미지근하다.

 

박근혜 정부가 식약청을 처로 승격시킨 가장 주된 이유는 ‘식품 안전관리 기능 강화’다. 이에 따라 조직개편안을 보면 의료기기 분야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반면, 식품 분야에는 260명의 인력이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이관되는 등 대규모 지각변동이 이뤄졌다.

 

당초 처 승격을 접한 의료기기 업계는 들뜬 분위기였다. 의료기기를 담당하고 있는 주무부처가 권한이 넓어짐으로써 보다 업계 현실을 반영한 ‘親기업적인 정책’ 수립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과거보다 규제가 많이 간소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국내 의료기기 업체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규제보다는 지원책 수립에 더욱 신경을 쏟아야 할 시기”라며 “‘청’보다는 아무래도 ‘처’가 힘이 있기 때문에 인력확충과 각종 지원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고 난 후 의료기기 업계는 처 승격이 별로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그동안 의료기기안전국에서 맡았던 의료기기 심사기능이 평가원으로 이관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일원화된 허가 심사체계가 이원화로 바뀔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식약처는 ‘안전성 및 전문성 강화’를 이관 이유로 내세우지만, 업계의 공감대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업체 관계자는 “처 승격이 되면 그만큼의 인력 충원이 이뤄질 텐데 과연 업계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만한 부서에 인력 배치가 이뤄질지 의문”이라며 “일원화된 체계를 이원화하는 식으로 직제 넓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또 있다. 지난달 19일 발표된 ‘2013년 업무 계획 및 주요 현안 보고’를 보면 의료기기 외 다른 분야는 확실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6가지 주요 현안으로 ▲봄철 식중독 관리대책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세부시행방안 마련 ▲비상시 필수의약품 적정 공급 방안 ▲프로포폴 등 마약류 안전관리 강화 ▲천연물의약품 유해물질 검출 관련 대책 ▲2013 오송 화장품 뷰티 세계박람회 개최가 포함됐다.

 

사실상 의료기기 관련 현안은 아무것도 거론되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 주요업무 추진계획에 첨단의료제품 허가심사의 신속성 및 전문성 강화, 의료기기 안전규제 국제조화 추진 등이 논의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식약처가 맡고 있는 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분야는 어느 하나 분야를 우위에 둘 수 없는 중요한 분야이다. 특히 의료기기 산업은 각종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미래지향적인 산업 중 하나로 전 세계적인 성장세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 정부는 적재적소의 인력 확충을 통해 효율적인 정책을 수립하게 업계에 알려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직제 확장 및 개편에 있어 해법은 없을까. 그렇지 않다. 현재 의료기기 업계에서 가장 요구하는 것은 신속한 민원처리와 업계 현실을 반영한 정책 수립이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최근 부임한 이광순 부회장은 대구지방식약청장을 맡았던 그 때 당시를 회상하며, 민원처리의 지연원인 중 하나로 일손 부족을 꼽았다.

 

이광순 부회장은 “업계에서 물 밀 듯이 쏟아지는 민원을 제 때 처리하기에는 인력이 너무 부족했다”며 “공무원들이 타성에 젖는 것도 주의해야겠지만, 이제는 인력 확충을 통해 민원 처리의 숨통을 틔워줘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일부 업체들은 직제 개편, 허가 체계 등 식약처 정책 수립에 있어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공직의 인사권은 당연히 정부가 알아서 잘 할 일이겠지만, 정책 수립만큼은 업계가 무엇을 원하는지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최종 수립해야 잡음이 없다”며 “그러나 현재의 식약처에는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는 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처 승격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를 비단 식품 분야만 봐서는 안 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의료기기도 엄연히 식약처의 주요 분야이다. 효율적인 직제 확충 및 개편을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근 TV에서 자주 방영되는 이동통신사 광고 중 ‘병목 현상’을 뚫기 위해 창구를 여러 개 만들어 속 시원하게 뚫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광고가 있다. 식약처도 이제 ‘민원처리 병목 현상’ 개선을 위해 처리 창구를 늘리는 등 효율적인 직제 확충에 힘써야 할 시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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