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산업 육성 '허실(虛實)'
2013.11.27 15:43 댓글쓰기

“의료, 교육, 금융, 관광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업에 대한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나가겠다. 업종간 융복합을 저해하는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고, 문화와 보건, 의료, 환경, 해양, 농식품 산업 등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사업화로 될 수 있도록 지원을 대폭 확충하겠다” (박근혜 대통령, 11월 18일 국회 시정연설)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터 창출을 위한 창조경제에 의료기기 산업은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기기 관련 규제를 합리적으로 정비하고, 산업계는 이를 충실히 이행해 나가야 한다” (식약처 정승 처장, 5월 29일 의료기기의 날 행사)

 

“보건산업은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민건강과 행복을 제고한다는 측면에서 창조경제의 핵심 산업이다. 전 세계적으로 개척 가능한 대규모 세계 시장이 존재하는 만큼 우리도 관련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진영 前 복지부 장관, 5월 14일 글로벌 헬스케어 간담회)

 

주요 정부 인사들의 공식적인 발언에는 희망적인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창조경제 핵심’, ‘규제 철폐’, ‘산업 육성’ 등과 같은 단어도 빈번하게 등장한다.

 

그러나 의료계 반응은 싸늘하다. 이 같은 내용을 다룬 기사에는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이 어김없이 붙는다. 겉과 속이 다른 정책을 추진하는 ‘사탕발림식 발언’에 불과하다는게 골자다.

 

실제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포괄수가제, 초음파 급여화, 원격의료, 메디텔 건립, 아청법, 리베이트 쌍벌제, 인허가 임상시험 강화 등은 의료계와 큰 마찰을 빚어왔다.

 

각 제도별로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의료계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 정책 추진이 문제라는 것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1차, 2차, 3차 의료기관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데 무슨 의료산업 육성이 가능하겠냐”며 “우선 의료인이 수준 높은 진료를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여건부터 조성하고, 그 다음 목표를 추진해야 올바른 순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민의 표심을 얻기 위한 보장성 강화 정책은 성급하게 시행하면서 왜 의료계 민심은 고려하지 않는가”라며 “정부가 진정 창조경제의 한 축으로 보건의료산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보다 현실성 있는 지원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 3대 주체는 국민, 의료인, 정부다. 이 중 최일선에서 보건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주체는 의료인이다. 의료인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는 정책은 결국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정책 추진에 있어 소모되는 불필요한 비용적·시간적 낭비인 셈이다.

 

다사다난했던 2013년도 이제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격한 당쟁에 밀려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석으로 남아있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보건의료산업을 창조경제 활성화의 불쏘시개로 활용하겠다는 정부 의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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