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의사들 과제 '현실과 이상 극복'
김도경기자
2014.03.04 17:59 댓글쓰기

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가 원격진료 및 의료영리화 반대, 건강보험 개혁 요구 등 정부의 의료 정책에 반대하며 오는 3월10일부터 집단휴진을 결의했다.

 

의협이 실시한 휴진 총파업 찬반투표는 76.69%의 높은 찬성률이 나왔다. 이는 정부에 대한 불신과 위기감 등 의사들의 절박한 심정이 투표율에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파업 참여율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파업 대의명분에 찬성하는 의사들도 많지만 대한병원협회의 공식적인 파업 반대로 병원에 속한 봉직의사들과 전공의 등은 참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때문에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로인해 파업 효과가 미미할 것이며 오히려 파업에 따른 정부측 역공이 거세질 것이란 비관론이 지배적인 것도 이런 전망에 기인하다.

 

더욱이 1년에 한 번 열리는 서울시 각 구의사회 정기총회 참석률을 보면 이번 파업의 실제 참여율을 낙관할 수 없다. 소위 전쟁을 앞둔 의사들의 결연함과 이를 담보할 수 있는 실행력이 엿보이지 않았다.

 

서울시의사회 각구 정기총회 참석인원은 ▲강남구 948명 중 26명(위임 784명) ▲강북구 200명 중 55명(위임 72명) ▲강서구 152명 중 55명(위임 93명) ▲관악구 197명 중 31명(위임 156명) ▲광진구 221명 중 36명(위임 115명) ▲노원구 288명 중 62명(위임 84명) ▲도봉구 154명 중 38명(위임 54명) ▲동작구 196명 중 41명(위임 73명)▲마포구 243명 중 73명(위임 81명) ▲서대문구 156명 중 30명(위임 69명) ▲서초구 311명 중 42명(위임 130명) ▲성동구 144명 중 10여명(위임 82명) ▲송파구 317명 중 22명(위임 175명) ▲영등포 239명 중 43명 (위임 113명) ▲용산구 110명 중 16명(위임 45명) ▲은평구 232명 중 30명(위임 129명) ▲종로구 129명 중 20명(위임 79명) ▲중랑구 193명 중 40명(위임 75명) 등으로 20%를 넘는 곳이 극히 드물정도로 대부분의 구의사회가 위임으로 성원을 채웠다.

 

이렇게 서울시 각 구의사회 총회에서도 의사 총파업 찬반투표가 막바지에 이른 중차대한 시점이었지만 대부분의 회원이 참석대신 위임장을 통해 의결권을 대리 행사했다.

 

때문에 절박한 심정으로 파업을 외치고 있지만 업무개시 명령을 포함한 행정처분과 눈앞에 보이는 실익 등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서울시의사회 한 회원은 “임대료 내기도 빠듯한데 파업에 동참하는 회원이 얼마나 되겠냐. 파업 후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는 당장 눈에 보이는 실익이 더 중요할 수 있다”면서 “투표는 했지만 동참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한 회원도 “실제 파업에 동참하는 회원이 몇 퍼센트나 될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지방의 한 의사는 "파업에 동참할 의사가 있지만 단골 환자들의 불편도 걱정되고 혹시 동참하지 않는 병원으로 환자가 옮겨갈까봐 그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의료계 일각에서는 파업 시일을 두고도 불만이 많다. 10일 하루 파업이 아닌 무기한 파업에 돌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환규 회장은 지난 몇 번의 사례에서 임기응변 식 투쟁방식을 고수해 성과에 한계를 보인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외부에 크게 비춰지지 않았지만 민망할 정도의 내홍이 벌어졌고 노환규 회장의 투쟁 방식을 비판하는 이들도 많다.

 

현행 법 또한 적지 않은 걸림돌이다. 의료법에는 복지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보건의료 정책을 위해 필 요할 경우 의료기관과 의료인에게 지도와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거부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미만 벌금, 업무정지 15일이라는 행정처분도 가능하다.

 

복지부는 “집단휴진을 강행할 경우 의협의 어떠한 요구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며, 그동안 협의를 통해 일부 합의된 부분 역시 무효화될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의협의 의지는 굳건하다. 의협은 집단휴진 개시 시점으로 정한 10일까지 파업 동력을 최대한 끌어 모은다는 방침이다.

 

얼마나 많은 의사회원이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극복하느냐가 이번 파업 성공의 관건이며, 이 현실의 벽을 극복할 수 있도록 의협은 휴진기간을 최소화하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정확히 낼 수 있는 방식으로 최대 결과물을 가져올 수 있는 파업전략을 짜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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