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 첨예 醫·藥·韓과 정치인 언행
2014.04.03 09:09 댓글쓰기

6·4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23일 개최된 대한한의사협회 정기총회에서 한 발언 때문에 의료계의 공분을 샀다.


이 자리에서 그가 한 "전통 의료인 한의학이 주인 노릇을 해야 한다”며 “의료기기 사용에 있어서도 장벽이 높아 이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보험급여 확대를 언급한 것이 화근이 됐다.


바로 다음날인 24일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SNS를 통해 “서울시장에 출마한 이혜훈 의원에게 실망을 넘어 절망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의사회, 전국의사총연합,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등 의료계는 이 최고위원의 축사 내용에 대해 비판적 성명을 내고 향후 서울시장 선거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경고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의계의 표심을 얻고자 한 그의 발언이 도가 지나쳐 의사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점을 상기시킨 대목이었다.


급기야 한의협은 지난 27일 성명을 내고 의료계를 향해 “서울시장 선거를 빌미로 공갈과 협박도 서슴지 않는 비열한 작태를 보였다”며 이 최고위원을 보호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의사회가 낸 성명 철회와 관련해 양 측의 주장이 엇갈렸고, 임수흠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의사들의 여러 가지 불만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며 한 줄 평을 남겼다.


이 최고위원의 전화 한 통으로 성명을 철회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에서 의료계에 대한 이 의원의 무지가 드러난다는 것이 임 회장의 평가인 셈이다.


사실, 정치인들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가능한 많은 표를 얻어야 하는 선거의 특성상 선거철 정치인들은 여러 의료 관련 직역의 행사를 찾아 지지를 호소한다.


집안 의료계 인사를 언급, 의료계를 잘 아는 듯 공감하며 행사에 참석한 의료인들의 마음을 열고, 제도적 현안에 대해 우호적 입장 표명을 통해 표심 잡기에 나선다.


이때의 진정성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은 누가 얼마나 분명한 입장 표명을 했고, 의료계의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구체적 약속을 하는가, 그에게 그런 힘이 있는가이다.


이를 직감적으로 아는 정치인은 상대 후보보다 더 큰 박수갈채를 받기 위해 가능한 그 기준에 가까워지 위해 무던히 노력한다.


문제는 직능별 갈등이 첨예한 의료계에 대한 이해 없이 인지도를 높이려, 행사의 분위기를 띄우려, 표심을 얻으려 한 발언이 되레 역풍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이 최고위원의 경우가 그렇다.


또한 의료계의 마음이 더해져 원하는 자리에 오르더라도 약속했던 바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그 사건은 '주홍글씨'처럼 따라붙는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실제, 2012년 건정심 구조 개선을 약속했지만 결과가 없는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서울시장출마를 보는 의료계의 시선은 차갑다.


같은 해 대선을 두 달 앞두고 제1회 한마음의사가족대회를 찾아 “생색내기용 제도가 아닌 진정한 개혁 추진”을 약속한 박근혜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다르지 않다.


정치인은 ‘세치 혀’로 승(勝)하기도 하지만 역으로 망(亡)할 수도 있다. 행사 전과 후, 선거 전후가 다른 정치인에게 미래를 맡길 국민은 없다.


선거철일수록,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시기일수록 내뱉는 말의 적정성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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