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대의원회 개혁과 민주주의
2014.05.09 21:49 댓글쓰기

영토가 넓고 인구가 많은 근대 국민국가에서 성인인 국민 모두가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를 실행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국민 의사를 대표하는 사람을 뽑아 그에게 자신이 속한 지역·직장·이익집단·정당 등을 대표하도록 하는 것을 흔히 ‘대의(代義) 민주주의(간접민주주의)’라 한다.

 

일반적으로 ‘대의원’은 정당이나 단체 대표로 뽑혀, 회의에 참석해 토의나 의결 따위를 행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가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

 

젊은 의사들은 대의원회가 누구를 위한 것이고 의사 전체를 대변하는 기구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일부에선 대의원들이 기득권으로 무장한 선배 의사라고 비판도 나왔다.

 

전국의사총연합이 지난달 21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대의원회 개혁 청원서 온라인 서명운동에 참여한 의사회원이 수천 명이 됐다.

 

이들은 예외 없는 대의원 직선제, 시/도의사회 집행부 대의원 겸임 금지, 대의원 3연임 제한 (중임 가능), 직역에 따른 합리적인 대의원수 재배분 등 4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한 대의원은 “의협 대의원 자리가 과연 기득권인지 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적지 않은 수를 차지하는 고정대의원은 시도의사회나 시군구의사회 임원이면 그 임무를 수행토록 하고 있어 부담이라는 논리다.

 

실제 고정대의원은 시·도 지부 각 2명, 의학회 대의원 정수의 100분의 20명, 개원의협의회 대의원 정수의 100분의 10명, 군진지부 5명 등이다.

 

대의원 직선제도 여러 가지 형편상 쉽지 않은 실정이다. 대의원을 선발하는 지역 총회에서는 집행부에서 나가라고 하는 것이 관행이 됐다.

 

대의원회 내부에서도 이 같은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젊은 층 의견수렴이 힘든 구조라는 사실을 인지, 우선 30~40대의 의사를 반영하는 방법 등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의료계 한 인사는 “싫은 자리를 떠안다 보니 대의원이 가진 직무에 충실할리 만무하다. 이 때문에라도 대의원회가 개혁돼야 한다는 이유가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대의원회 변영우 의장은 27일 제66차 총회에서 상임이사회, 대의원회, 의료정책연구소, 의학회, 여의사회 등 모두가 참여하는 ‘(가칭)대한의사협회 대통합 혁신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노환규 회장 불신임으로 ‘정치싸움’ 비난을 받아야 했던 대의원회가 스스로 혁신을 강조하며 대통합을 외치고 나선 것이다.

 

의료계 내부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앞서 경기도의사회는 의료계 원탁회의를 전신 모델로 대통합 혁신위를 대의원회에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의원회와 경기도의사회는 정총이 열리기 일주일 전부터 접촉을 갖고 대통합 혁신위 기구 신설에 대한 의견을 조율했다.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수가체계, 의료공급체계, 재원조달 방법 등 국가 보건의료 백년대계 청사진을 의료계 스스로 주도적으로 만들기 위해선 우선 의료계 내부 통합을 최우선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영우 의장의 제안에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도 성명서를 통해 중앙대의원 겸직 포기를 선언, 힘을 실어 줬다. 그간 회장을 불신임한 대의원회를 강력 비판하며 개혁을 요구해온 전의총도 대통합혁신위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번 조치가 의료계 민주주의 실현의 신호탄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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