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료계 지도자 '언(言)'
이슬기 기자
2014.05.14 11:31 댓글쓰기

[수첩]‘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빚을 갚기도 하고, 빚을 지기도 한다.
 
말 한마디가 주는 영향력과 무게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지도자의 언어는 조직에 대한 책임감, 미래, 화합, 공감 등을 담고 있어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김은성 박사(KBS 아나운서)가 집필한 ‘리더의 7가지 언어’라는 책에 따르면 리더는 자기 철학 및 비전, 명확성, 공감, 반응, 균형, 언행일치를 통해 지도자다운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
 
즉, 진정성과 근거가 있는 말을 통해 조직 구성원들의 반응과 공감을 이끌어내고, 배려와 원칙이 조화를 이룰 수 있으며 또 비전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사회 지도계층의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말 한마디가 어떤 파장을 가져오는 지 새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 자리를 비롯해 여러차례 사과를 표명했지만 적지 않은 실망감이 표출됐고 이는 대통령 지지율 하락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사과 논란은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에게까지 옮겨졌다. 박 대통령의 사과 논란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표명한 것이 그 이유다.
 
‘유감’이라는 단어는 사전적으로 ‘마음에 차지 아니해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있는 느낌’이라는 의미로 정치권에서는 책임 회피용으로 흔히 사용된다.
 
이처럼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진 사례와는 달리 솔직한 사과로 오히려 더 큰 신뢰를 얻은 사례도 있다. 종편 JTBC 손석희 앵커는 후배 앵커의 부적절한 인터뷰 논란에 대해 머리 숙여 직접 사과하며 선임자로서 책임감을 보여줬다.
 
두 사례를 통해 말 한마디로 빚을 지고, 빚을 갚은 경우를 들여다 볼 수 있다. 모두 말 한마디에서 비롯된 일들이다.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의료계에서도 어렵지 않게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장성인 회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의료영리화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자질 논란을 키웠다.
 
최근 발족된 ‘의료민영화·영리화에 반대하는 전공의 모임’은 장성인 회장에 대해 “다수 의견을 수렴하고 대변해야 할 직책을 맡을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고, 지난 3월 총파업 때 큰 역할을 했던 전공의들 사이에서 파장을 일으켰다.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前 회장도 마찬가지다. SNS를 통해 의료계 내부 상황을 가감없이 공개했고 특히 대의원을 향해 강도 높은 질타를 쏟아내면서 구설수에 올랐으며 대의원들의 공분을 샀다.
 
결국 노 前 회장은 의협 대의원회에 의해 최초로 불신임을 받은 회장이 됐다. 그간의 언어가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격이다. 물론 리더의 말 한마디가 실수냐 소신이냐에 따라 서로 다른 시각차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언어는 조직의 미래, 이익 등을 대변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례를 통해 우리는 지도자 개인 입장보다 중요한 것이 불협화음과 분열을 예방하고, 자신이 이끌고 있는 조직을 잘 보듬어 나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너무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적절한 온도의 언어를 통해 지도자로서 책임감과 사명감을 견지할 수 있는 말 한마디의 신중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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