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 의과대학 만사형통論
2014.09.15 10:25 댓글쓰기

전남권 의과대학 설립을 두고 전·현직 여야 최고위원 간 파워게임이 볼만하다.


7.30 재보궐 선거에서 순천대 의대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운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과 목포대 의대 신설에 공을 들여온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지역구 내 의대유치를 위한 날 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7.30 재보궐 선거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의과대학 신설은 선거철만 되면 공약으로 등장해서 지역민들 표심(票心)을 자극하는 단골 손님이다.


정작 교육부는 의과대학 신설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고, 의대 설립 시 정원을 배정하는 보건복지부 역시 묵묵부답이지만 그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의과대학 신설이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되는 안타까운 상황을 차치하더라도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어느 누구도 ‘기초의학이 강한’, ‘인성 교육이 철저한’ 등의 ‘어떤’ 의과대학을 만들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두 의과대학 신설에만 몰두한 나머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과대학이 설립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러한 상태에서 어느 지역에든 의과대학이 설립된다 한들 제대로된 교육이 이뤄지기 만무하다. 그래서일까. 사실 교육에 대한 성찰의 부재는 기존 의과대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부실의대로 꼽히는 서남의대는 100% 국가고시 합격률을 자랑스럽게 홍보해 물의를 빚었다.


이를 두고 허윤선 아주의대 교수는 지난해 1월 국회에서 개최된 부실의대 관련 간담회에서 "실질적으로 어떤 임상, 실습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과거 한 국회의원은 “학교 명성이 실력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방증”이라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등 소위 SKY 대학의 국가고시 합격률이 지방대보다 높지 않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당시 서남의대의 국가고시 응시생은 모두 합격했다.


교육에 대한 성찰의 부재는 교육 철학의 빈곤함으로 이어진다. 그 빈 자리를 채우는 것은  눈에 보이는, 손에 쥐기 쉬운 결과, 즉 의사국시 합격률 따위다.


의과대학 교육의 질이 너무나도 쉽게 국가고시 합격률과 등치되고,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의사가 양성됐느냐와는 상관없이 국가고시를 통과하면 같은 출발선상에 있다고 착각한다.


교육의 질에 대한 관심이 소홀한 틈을 타 부실의대는 쑥쑥 자라나 그 뿌리를 찾아내 뽑아버리기가 매우 어려운 지경에 와있다.


부실의대를 예방하고자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발의한 ‘부실의대 퇴출법’은 교육부와 야당의 반대에 발이 묶여 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으로부터 인증받은 의과대학 졸업생만 국가고시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의료법 적용도 지금 상태라면 2021년 이후에나 가능하다.


부실의대를 양산하고 방치한 우리사회가 예방책조차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사회의 무능함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지만 정작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는 드물다. 선거 때마다 의과대학 신설을 들먹이는 정치인 역시 마찬가지다.


의과대학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인을 양성하고, 사회지도자를 만들어내는 곳이다.


이들이 어떤 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결정된다. 교육의 본질에 충실해야 우리의 미래도 밝다.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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