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인재 쏠림 책임감 느낀다'는 서울의대 학장
2015.02.10 13:44 댓글쓰기

[수첩] "훌륭한 인재들이 의과대학에 몰리는 것에 큰 책임감을 느낀다. 그러나 지금 의료계 현실은 그들에게 레드오션이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강대희 학장이 최근 한 심포지엄에서 한 말이다.

 

저수가 구조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문 닫는 병·의원이 속출하고 있는게 오늘날 의료계 현실이라지만, 입시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의과대학 인기는 여전하다. 올해도 이과계 수능 만점자 대다수가 의대에 지원했다.

 

인재들의 의대 쏠림 현상을 비난할 수는 없다. 자유 경쟁 논리에 의한 결과이자 누구에게나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의대와 의료계의 입장에서도 재원이 몰린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다.

 

반면, 우수한 인재들이 힘든 교육과정을 거친 뒤 결국엔 돈 되는 진료과목만을 택하고, 병·의원 홍보와 수익 올리는 데만 함몰된다면 이는 의료계를 넘어 국가 차원에서도 비극이다.

 

의료계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 우수한 인재들이 더 많이 연구하고 도전해 질병 퇴치와 신(新)의료기술 개발 등 국부창출에 기여하는 ‘국가경쟁력’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토대가 바로 임상과 기초연구를 연결하고 보건의료와 과학기술을 융합하는 '중개연구 강화'와 '의사과학자(MD-PhD) 양성'이다.

 

그러나 정부와 병원 차원의 현실적 뒷받침은 미약한 수준이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연구중심병원을 지정해 연구전담 의사를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는 ‘선도형 특성화 연구 사업’을 지원 중이다.

 

복지부는 올해 3월 연구전담의사 등 ‘연구 인력 확보 및 양성 실적’을 평가해 내년 연구중심병원 재지정 결과에 반영하고, 연구전담의사 등 연구인력 기준 수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대학병원 교수들은 “진료 실적을 쌓아야 하는 압박 속에서 연구에 몰두할 수 없는게 현실”이라며 한 목소리로 토로하고 있다.

 

기초의학협의회장 채종일 교수는 “수익에 대한 압박 속에서 병원들이 기초의학자를 키우고 지원할 수 있는 장기 프로그램을 만들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역시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해 의과학자 육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예산 확보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의과학자 육성 사업은 지난 2013년 예산 부족 등으로 신규 의과학자 선발이 중단됐으며, 지난해 예산 추가 확보를 위해 국회 등에 지속적인 증액을 요청했으나 반영되지 못했다.

 

의료계의 더 큰 성장과 국부 창출을 위해 ‘진료 중심’에서 ‘연구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큰 그림과 지원책이 절실하다.

 

의료 연구에 대한 투자와 지원은 비단 의료인만을 위한 일도 아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일어나는 연구는 융합과 혁신을 거쳐 또 다른 산업을 육성시키고, 국민건강과 국가 경제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육태선 SK텔레콤 신사업추진단장은 “우리나라 헬스케어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의과학자 육성은 필요하다”며 “임상 의사만으로는 보건의료산업 인프라와 과학기술 융합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2014년 기준으로 전체 R&D 예산의 22.5%에 달하는 325억달러를 보건의료에 투자했다. 국방비 다음으로 높은 비중이다. 중국 역시 바이오, 의료 분야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로 미래 성장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 정부는 그 동안 ‘보건의료’를 미래 주요 산업으로 꼽아왔다. 단순한 외침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 중장기적인 비전에 따라 체계적인 관리와 정책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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