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깊어지는 문형표 복지부 장관
2015.02.16 22:23 댓글쓰기

“창을 내고 싶다, 창을 내고 싶다, 이 나의 가슴에 창을 내고 싶다. 고모장지나 세살장지나 들장지나…(중략)…큰 장도리로 뚝딱 박아서 나의 가슴에 창을 내고 싶다. 그리하여 가끔 가슴이 몹시 답답할 때면 여닫아 볼까 하노라.”

 

고시조집 '청구영언(靑丘永言)'에 기록된 작자 미상의 시조다. 세상살이 고달픔과 번뇌에서 기인한 심정을 작가는 특유의 해학으로 풀어냈다. 아마도 최근 이 시 구절에 가장 많은 여운을 남길 이는 바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아닐까 싶다.

 

실제 문형표 장관은 요즘 취임 후 최대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연초부터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으로 홍역을 치르더니 이번에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백지화가 화(禍)를 불렀다.

 

특히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지지율을 까먹는 장관'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되는 등 국무위원으로서의 입지도 좁아지는 모습이다.

 

문형표 장관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 달 28일 “아직 충분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사실상 전면 백지화를 발표했다.

 

문 장관의 갑작스런 발표에 여론은 동요했다. 서민과 중산층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을 내팽개쳤다는 비판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일각에서는 사퇴 목소리도 제기됐다.

 

정치권도 여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야당은 공개적으로 문 장관 책임론을 거론하며 사퇴를 압박하는 실정이다.

 

이번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연기는 연말정산 파문에 이어 직장인과 중산층의 반발을 키울 수 있다는 정부의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여론은 소수 고소득층의 반발을 의식해 발뺌을 한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비난 여론이 복지부 장관을 넘어 대통령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청와대는 “전적으로 문형표 장관이 판단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문 장관으로서는 모든 책임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때문에 책임성 경질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앞서 전업주부 자녀의 어린이집 이용을 제한하는 듯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데 이어 이번에는 건보료 파동으로 또 한번 정부의 신뢰도에 타격을 준 만큼 문책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성난 민심 앞에 동네북 신세가 돼 버린 장관. 당사자의 퍽퍽한 심정이야 오죽하겠는가? 유독 힘들어 보이는 문형표 장관의 마음에 창(窓)이 절실히 필요해 보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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