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혜민서와 지방의료원
2015.03.03 11:06 댓글쓰기

 

조선시대 공공의료기관이라 할 수 있는 혜민서는 사극에서 주로 ‘좌천지’로 묘사된다.

 

드라마 속 대장금과 허준은 둘 다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전의감과 내의원이 아닌 혜민서로 발령난다.

 

가난하고 곤궁한 환자들이 쉴 새 없이 몰려들고 전염병 감염 위험이 상존하는 혜민서만큼 주인공의 고난과 역경의 시기를 보여주기에 적합한 곳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돈을 받지 않고 백성을 구료하는 기관이다보니 혜민서의 형편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다산(茶山) 정약용은 ‘경세유표’에서 혜민서의 재정이 빈약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상황임을 한탄하며 피폐한 현실을 방임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수 백년이 지난 지금. 의료 취약계층의 ‘최후의 보루’라 여겨지는 지방의료원의 사정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지방의료원은 만성적자 만큼이나 고질적 인력난에 시달린다. 일례로 최근 공개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의료원 35명 의사 중 20%에 해당하는 7명이 퇴사했다.

 

간호사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퇴사 인원은 45명으로 전체 147명의 30.6%에 달했다. 2013년도 마찬가지로 간호직 156명 중 45명(28.9%)이 사표를 냈다. 최근 2년 간 간호사 10명 중 3명이 바뀐 셈이다. 

 

인천의료원은 의료진의 잦은 퇴사 배경에 대해 낮은 급여 체계와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무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돼 타 민간 병원과 비교해 약 30% 정도 낮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행정사무 감사 때마다 방만경영의 주원인으로 의료수익 대비 ‘높은 인건비’가 지적된다.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인건비 삭감을 통한 구조조정을 단행, 적자를 줄이라는 주문이다.

 

이에 대해 한 지방의료원장은 “평균 인건비가 높은 이유는 낮은 연차 의료진 퇴사율이 높고, 높은 연차는 의료원에 남아 있는 ‘역피라미드형’ 임금구조에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병원에 비해 열악한 근무환경을 가진 지방의료원이 임금을 더 낮추면 의료진 확보가 지금보다 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기관 수익은 환자가 얼마나 많이 찾느냐에 달려 있다. 환자는 의료진 면면을 보고 병원을 찾는다. Big5 병원의 환자 쏠림 현상, 유명병원 출신 의료진 영입 경쟁 등은 이를 방증한다.

 

자타공인 ‘스타 의사’들이 즐비한 가까운 민간병원을 놔 두고 굳이 시 외곽에 위치한 지방의료원을 환자들이 찾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의료진마저 외면하는 지방의료원을 말이다.

 

지방의료원 수익성 향상을 논하기 이전에 의료진이 일하고 싶은 환경 조성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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