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사 등 공급자 없는 절름발이 수가협상
2015.06.10 08:06 댓글쓰기

2016년도 요양급여비용 수가협상이 막을 내렸다. 이번 협상에서는 전체 7개 유형 중 의원·한방·약국·조산원·보건기관 등이 계약이 성사됐지만 병원과 치과는 끝내 실패했다.

 

협상이 결렬된 병원과 치과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표결로 인상안이 결정될 예정이지만 상황은 그다지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주목할 점은 계약 성사 유무와 상관없이 공급자들이 일제히 이번 수가협상에 강한 불만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협상은 한마디로 질 수 밖에 없는 싸움이었다는게 공급자들의 주장이다. 논리는 없고 주장만 남는 진흙탕 싸움에 정보도, 지원군도 내놓을 패도 남아있지 않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첫 협상부터 유형을 불문하고 전년대비 1% 차감된 인상률을 제시하며 잃을 것 없이 얻기만 하면 되는 싸움을 시작했다.

 

반면 공급자들은 서로의 눈치를 봐야하는 치킨게임에 던져졌다. 한 공급자단체 관계자는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어 놓고 보험자가 원하는 것들을 나열해 마치 시혜를 베풀 듯 취향에 맞게 고르라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급자의 목소리는 무시당하기 일쑤였다"며 "공급자를 진심어린 협상 대상으로 여겼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흑자 국면에서 밴딩이 줄어든 배경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던 점, 결렬된 유형에 대한 내년도 수가 결정을 건정심에서 재정소위로 일임하는 구조 역시 문제로 꼽힌다.

 

수가협상은 보험자와 가입자가 만들어 놓은 판에 공급자가 이익을 가져가려는 구조다. 따라서 재정을 절감하고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거두려는 보험자와 가입자의 노력을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공방은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당연지정제로 무조건 협상에 나서야 하는 공급자에게 시종일관 잃을 것 없는 싸움을 감수하라는게 작금의 수가협상이다.

 

이 같은 불합리한 구조가 지속되면 공급자들의 생존을 위한 발악은 계속될 수 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것은 자명하다.

 

'일방적 협상은 강압'이다. 정보는 차단되고 설명도 부족한 상황에서 공급자 간 눈치싸움과 치킨 게임을 강요하는 지금의 수가협상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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