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직선제 열풍과 책임정치
오준엽기자
2016.03.01 07:01 댓글쓰기

[수첩]최근 의료계 화두 중 하나는 직선제다. 지난해 12월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 이어 최근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가 회장선거를 직선제로 치렀다. 대한치과의사협회도 직선제 도입을 논의 중이다.

 

문제는 직접선거를 둘러싼 갈등과 반목이 불러올 결과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둘로 갈라졌고, 소아청소년과도 직선제 도입까지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민의를 반영해야 한다는 개혁파와 대의를 내세운 보수파가 격렬히 충돌한 결과다.

 

개혁과 변화를 바라는 민심이 직선제를 도입시키고, 개혁의 선두에 선 이들이 속속 자리를 꿰찼지만, 이들이 내세운 변화는 아직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기득권과의 분열로 인한 문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 근간에는 정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민심을 받아들여 이해시키는 정치력에 미흡함이 있다.

 

한정된 진료실에서 주로 활동했던 이들에게 고도의 정치활동을 요구하기에는 아직 의료계 내 환경이 녹록치 않아 보인다.

 

더구나 이렇게 정치에 참여한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책임의식과 국내 정치권에서 보이는 지역주의, 분열조장, 대안 없는 반대 등 후진정치의 면모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계획이 아직은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 소아청소년과 회장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의 공략을 살펴보면 '어떻게'라는 항목이 제대로 제시되지 않았다.

 

임현택 당선자 역시 "고통받는 회원들의 호소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게 공약"이라며 투명한 의사결정 및 대(對) 정부 협상과정을 거론한 것이 전부다.

 

소아청소년과에서 가장 논란이 돼온 국가예방접종사업 수가 등에 대한 해결을 약속하면서도 방안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언급 외에 별다른 전략을 내놓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한 의료계 관계자는 "단결된 모습으로 단일한 목소리를 내도 부족한 상황에서 대안과 방책 없이 분열과 반목하는 모습만을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변화를 위한 갈등은 필요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과 변화를 위한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민심을 반영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즉, 의약단체 수장들은 민의와 소통을 두고 방법론과 방향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많은 의약단체들이 여전히 직선제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직선제만이 민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고, 직선제만이 제대로 된 수장을 선출할 수 있다는 맹목적 믿음에 의료계는 반목의 시대를 자초하고 있다.


직선제는 목표가 아닌 도구나 수단이 돼야 한다만약 목적과 수단이 뒤바뀔 경우 소통과 대안은 없고 이해와 포용의 정치는 사라진 채 자기주장으로 점철된 '파행''갈등'만이 남을 것이다.

 

부디 직선제로 촉발된 의료계의 정치 행보가 책임을 수반한 선진사회의 모습으로 변모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