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醫師)와 성(性) 스캔들
허지윤 기자
2016.03.08 12:05 댓글쓰기

[수첩] 최근 일부 의사들의 성추행, 성폭행 사건이 잇따라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 하나로의료재단 강남센터장으로 근무하던 의사 A씨가 수면내시경 과정에서 여성 환자들을 성추행한 혐의가 밝혀져 충격을 던졌다.

또 인제대학교 백병원 B교수의 전공의 성추행 사건 및 某 의학전문대학원 학생의 여자친구 폭행 사건은 물론 연예인과 닮은 남성의 성관계 동영상 유포자 역시 의사였다.

문제는 일부의 비윤리적 범죄행위가 불거지면서 의료계 전반으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 경찰청이 전문직 성범죄 중 성직자와 의사가 1, 2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을 발표하자, 인터넷 상에는 의사에 대한 비난 글들이 이어졌다.

의사 개인의 윤리 실종 문제가 직종에 대한 부정적 프레임을 유발하고, 의료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안심할 수 있고, 의사의 명예를 지킬 수 있는 철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지만, 의료계의 자정 노력도 필수다.

엄격한 처벌 만으로는 개선될 문제가 아니다. 현행법 상 의사는 성범죄로 형을 확정 받으면 10년 동안 취업이 제한된다. 법 개정 당시 ‘유독 의료인에게만 페널티가 가혹하다’는 등 형평성 논란이 있기도 했다.

이후 수년이 흘렀지만 의사의 성범죄 발생률은 줄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의사 직군의 범죄는 2011년 5104명에서 작년 5081명으로, 매년 5000명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진료실 내 성범죄의 경우 유죄 입증이 어려운데다 환자의 진료정보를 의사가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신고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많아 범죄행위에 대한 입증 및 처벌이 어렵기 때문이다.

‘처벌’이라는 사후대책뿐만 아니라 문제를 예방하고 차단하는 사전 예방대책이 절실하다.

고도의 의술을 발휘해야 하는 전문적 분야인 의료는 사람의 신체와 생명을 다룬다는 점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의 윤리성 역시 동반돼야 한다.

노환규 前 대한의사협회장 역시 "의료윤리교육에 대한 비중을 훨씬 더 강화해야 한다"며 "의사들이 전문가 집단으로서 국민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정노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진료 시 성추행이나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고자 제3자가 진료과정에 참관하도록 하는 '샤프롱' 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의료계가 자동반사적으로 난색을 표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의료윤리연구회 이명진 초대 회장은 "의사단체가 먼저 의사윤리지침을 만들어 환자들을 위해 나서야 한다"며 "사프롱 제도 역시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도 보호하는 제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적에만 매달린 의대생 선발체계가 아닌 인성과 기본을 검증할 프로그램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또 의료계 자정기능 강화를 위한 징계권 이관도 모색할 시점이다.

의사의 윤리와 신뢰를 지켜내기 위한 의료계 안팎의 다각적인 노력과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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