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짚어봐야 할 의료계 정치관
오준엽 기자
2016.04.20 05:42 댓글쓰기

[수첩] 지난 4.13 총선을 앞두고 의료계에서 가장 많이 회자됐던 화두는 '정치 세력화'였다. 정치권에 의료계 의견과 입장을 적극 전달해서 궁극적으로 그들이 의료계를 이해하고, 나아가 대변해줄 수 있도록 힘을 키우자는 얘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의료계의 정치 세력화는 사실상 실패했다. 의료계가 직접적인 지지선언을 했던 의원들은 낙선하거나 비례대표 후순위로 밀렸다.

 

뚜껑 열린 20대 국회의 면모를 두고 보건의료 직능단체들은 당혹스러움을 표하며 영향력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새로운 연결고리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정치적 역량을 잃지 않기 위해 다시금 '의료계' 세력을 형성하려는 것이다.

 

정치는 고도의 사회활동이다. 사람이 집단을 이루고 상호 이해관계를 살펴 조율하고 통제하며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종합행위다. 여기에는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세력을 형성해 영향력을 높이고 목소리를 키우는 것도 포함된다.

 

그러나 의료계가 할 일이 이처럼 세력을 형성해 영향력을 키우는 게 전부가 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정세를 직접 좌우할 힘을 기르고 세력 내 몇몇에 의존해 판세를 흔들기 보다 국회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가장 전문성을 요구받는 의료인 단체로서 국민들이 보편적 수준에서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주장을 펼치는 것이 기본이 돼야 한다.

 

의학은 '근거중심'의 시대를 넘어 환자 개개인에 맞춰진 '정밀의학'의 시대로 들어섰다. 하지만 의료계 정치 지향 및 방식은 아직 구시대적 발상에 머문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적지 않다.

 

정치는 조율이자 협의의 과정이고 그 결과물이 실행될 때 의미가 크다.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서 상대를 이해시키고 설득할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 입맛에 맞는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이 절실히 요구된다.

 

의료계는 현재 그 어느 때보다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민생 부양책의 중심에 의료가 포함돼 일자리 창출, 산업화, 세계화 요구에 직면해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을 비롯해 원격의료,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건강관리서비스 등 자신들의 이해관계에는 상반되지만 전반적인 국민들 요구와 정치권에서의 추진 가능성은 높은 해결해야 할 현안들도 산적하다.

 

그럼에도 의료계는 국민과 국회를 설득할 수 있는 논리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직능 이기주의', '밥그릇 싸움' 등의 비난만 사는 형국이다.

 

일본 홋카이도대학교 요시다 도오루 교수는 저서 '정치는 감정에 따라 움직인다'에서 "정치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요인은 이성이 아닌 감성과 관계돼 있다"고 강조했다그리고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감정은 '신뢰'라고 결론 내렸다.

 

의료계 또한 일반 대중적인 신뢰를 바탕에 두고 정치권의 심금을 울리고 이를 토대로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세력을 확대해 나가는 고도의 설득력을 갖추는 전략이 필요로 해 보인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